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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는 신학철 체제]내년에도 계속될 석유화학 '고강도 체질개선'②NCC 2공장, 매각 대신 고부가 제품 라인으로 전환

정명섭 기자공개 2023-12-06 15:46:25

[편집자주]

LG그룹이 2024년 정기인사를 마쳤다. 구광모 회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주요 경영진을 유임하면서도 필요 시 과감하게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변화의 폭이 적었던 계열사 중 한 곳은 LG화학이다. 석유화학 업황 둔화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지만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과 핵심 임원들은 자리를 지켰다. 이를 두고 구 회장이 '신학철표 사업재편'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선은 2024년으로 향한다. 더벨은 LG화학 인사에 담긴 의미와 경영진 앞에 놓인 과제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1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과 핵심 경영진이 유임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고강도 사업재편이 내년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가장 시급한 건 핵심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구조 전환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선제적으로 정리하고 폐플라스틱 재활용 같은 친환경 소재 사업 비중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여수 NCC 2공장, 매각 대신 가동 효율화로 방향 전환

LG화학은 올해 석유화학 사업구조를 바꾸는 데 치중해왔다. 범용 제품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범용 제품은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의 기초유분과 파라자일렌(PX) 같은 중간원료를 통칭한다. 이는 중국향 수출 비중이 높은 제품들이다. 그러나 중국 석유화학 업계가 지난 몇 년간 자체 설비를 대폭 늘려 기초유분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범용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이는 수출 감소를 불러왔고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이익 저하로 이어졌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석유화학 기업 14곳의 합산 EBITDA 마진율은 7%로, 2017~2019년 평균인 13%보다 크게 감소했다. 특히 NCC를 보유한 석유화학 기업들의 수익성이 더 저조했다. NCC는 원유를 정제해 얻은 나프타로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중국발 생산능력 확대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LG화학 외에도 롯데케미칼, 한화토탈에너지스, SK지오센트릭 등이 NCC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LG화학이 지난 7월부터 전남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추진해 온 건 이 때문이다. LG화학은 그간 국내 정유사와 해외 석유화학 기업 등과 접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LG화학과 원매자 간 매각가에 대한 눈높이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LG화학은 NCC 2공장을 가동할수록 적자가 쌓여 지난 4월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공장 매각 가능성이 요원해지자 지난 10월 재가동에 나섰다. LG화학 측은 NCC 가동률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범용 제품 생산라인을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LG화학의 NCC 2공장 매각 작업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LG화학이 NCC 2공장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한다. 업황 둔화 여파로 NCC 2공장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는데, LG화학 선택지에는 '헐값 매각'이 없기 때문이다.

LG화학이 내년 업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매각 철회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여기에는 유가 하락으로 원료 가격 부담이 줄어들고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다.

LG화학은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에 중국발 신규 증설 물량이 상당 폭 축소되면서 추가 공급 부담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요 측면에서도 올해와 비교해선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친환경 소재 사업 확장 잰걸음…2030년 목표 매출 8조원 유효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부문이 가야 할 길은 친환경 소재 비중 확대다. 이는 회사가 전지소재, 바이오와 함께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3대 분야 중 하나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올해 초 석유화학 사업부문 산하에 친환경 소재 사업을 전담하는 서스테이너빌리티(지속가능성) 사업부도 신설했다.

올해는 사업 전환을 위해 관련 설비를 구축하는 시기였다. LG화학은 지난 3월 충남 당진 석문산업잔지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을 착공했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해 만든 원유로, 후처리 과정을 거치면 나프타나 경유 등 여러 석유화학 제품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LG화학은 내년 1분기 중 충남 대산 공장에서 자연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생분해 소재 PBAT를 양산할 계획이다.

LG화학은 2030년까지 친환경 소재 매출을 8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는 2022년 관련 매출(1조9000억원) 대비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석유화학 사업구조 재편을 주도하는 인물은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부사장)이다. 1964년생인 그는 1990년에 LG화학(당시 락희화학공업사)에 입사해 33년 넘게 근무한 석유화학 전문가다. 노 부사장은 2018년 NCC사업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신공정을 도입해 LG화학의 생산성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 부사장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수익성 저하를 방어하면서도 친환경 소재 사업까지 확장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LG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부문은 여전히 회사를 대표하는 사업영역"이라며 "내년에는 친환경 소재 사업 육성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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