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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vs성장' 기로에 선 제약사]경동제약 고배당 이면엔 오너 2세의 승계, 재무 부담 '딜레마'②증여세·주담대 상환 부담, 류기성 부회장 5년간 120억원 배당 확보

김형석 기자공개 2024-03-22 13:41:50

[편집자주]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제약사들은 '제네릭·상품유통·리베이트'라는 틀 안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약가규제, 불공정 관행 철퇴 등 과거와는 다른 규제환경에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해 오너십이 바뀌는 과도기까지 겹치면서 가지각색 '생존전략'이 등장했다. '위기냐 성장이냐'를 놓고 각각 다른 전략을 펼치는 제약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1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동제약은 주주친화정책 등에 다소 보수적인 업계 분위기와는 다르게 고배당 정책을 고수하던 하우스로 정평이 나 있다. 오너 2세이자 경영을 총괄하는 류기성 부회장이 상속세를 낼 유일한 창구가 배당인 만큼 배당 의지가 쉽게 꺾이진 않았다.

하지만 작년 설립 후 척 적자 실적을 기록하면서 재무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고배당 정책을 유지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년간 평균 100% 수준 배당성향…FCF 유출 지속

경동제약은 지난 10년간 고배당 정책을 유지했다. 배당성향은 2014년 29.1%에서 매년 확대됐다. 최근 5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100% 수준이었다. 한해 벌어들인 순이익 전부를 배당으로 지급했다는 의미다. 이 정도면 배당에 진심이었다.

여태까지 경동제약이 순이익을 벌어들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고배당은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작년 적자실적으로 전환된 데 따라 이제는 얘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경동제약은 20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1주당 4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 주식수가 2713만3770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당액은 108억원이다.

경동제약이 보유한 잉여금을 감안하면 당장 배당금에 대한 부담은 크지는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2010억원이다. 현금성 자산은 300억원대가 있다. 매년 100억원의 배당을 지급한다고 해도 충분한 자금은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실적이 악화하면서 현금규모가 축소되고 있다는 데 있다. 고배당 정책에도 이익 실현으로 증가세를 보이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에만 265억원 감소했다. 이마저도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평가손익(FV-OCI)에서 40억원가량을 만회한 액수다.

잉여현금흐름(FCF)도 5년 연속 순유출되고 있다. 2019년 86억원 유출을 기록한 이후 2020년 210억원, 2021년 31억원의 순유출을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FCF는 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7~8년 내에 경동제약이 보유한 자본은 대부분 소진된다.

◇증여 및 주담대로 지배력 확보, 세금·상환 부담

하지만 배당정책을 당장 줄이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바로 오너가의 상속세 문제 때문이다. 경동제약이 배당성향을 100% 수준으로 높였던 시기는 창업주가 자녀들에게 지분 상속을 했던 때와 맞물린다.


경동제약이 지분 승계를 마무리한 시점은 2019년, 창업주 류덕희 회장이 장남 류 부회장에게 주식 190만주, 약 8%를 증여했다. 류 부회장은 지분 13.94%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류 회장의 지분율은 2.95%로 축소됐다.

류 부회장은 이듬해 농협은행으로부터 12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주식 160만주, 약 4%를 추가 매입했다. 현재 보유 지분율은 17.51%다.

류 부회장이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는 대략 8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시가 기준 상속받은 지분의 전체 가치가 160억원 정도였다.

현재 류 부회장의 보유한 주식 중 60만주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탁돼 있다. 그가 상속세를 완납하면 공탁은 해지된다. 농협은행의 주담대를 포함하면 류 부회장이 필요한 자금은 200억원이다.

고배당 정책이 유지되는 동안 류 부회장이 배당으로 확보한 자금은 120억원 수준이다. 2019년 18억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27억원, 2023년도 배당으로는 21억원을 확보한다.


경동제약은 고배당 정책은 어디까지나 주주환원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경동제약의 주가는 2021년 10월 종가 기준 1만7650원까지 상승한 뒤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20일 기준 주가는 6530원으로 3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고배당 정책은 24년간 꾸준히 지속해온 것"이라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주주들의 신뢰를 쌓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까지는 배당 여력이 있어 이 같은 정책을 유지할 수 있지만 향후 여력이 부족해질 경우에는 고배당 정책 재검토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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