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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애니메이션]2세 시대 열린 대원미디어, 지분 승계만 남았다⑨정욱·정동훈 부자 각자대표 체제…2세 지분 5%대 불과, 추산 상속세 190억 수준

고진영 기자공개 2024-04-02 07:41:17

[편집자주]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은 오랫동안 성장이 더뎠다. 유통채널을 지상파 방송에 의존한다는 구조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막이 열린 OTT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투자, 수익모델이 무너지는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새옹지마(塞翁之馬). OTT로의 플랫폼 이동은 결국 소비층과 장르 다변화로 이어졌다. 슬램덩크가 대표하는 '뉴트로(Newtro)' 트렌드 역시 부흥의 기회가 됐다. 변화하는 시장의 움직임, 국내 애니메이션사들의 현황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원미디어는 애니메이션 업계 터줏대감인 만큼 역사가 길다. 창업주 정욱 회장이 1946년생이니 한 세대가 지날 때도 됐다. 사실상 경영에 있어선 외아들 정동훈 사장을 중심으로 이미 2세 시대가 열린 상태다. 남은 문제는 지분 상속에 있다. 아직 정 회장의 보유지분이 압도적인 데다 정 사장의 지분율은 5%대에 그친다.

대원미디어는 정욱 회장이 1973년 세운 '원프로덕션'을 모태로 한다. 설립 후 오랫동안 정 회장과 그의 처남인 안현동 전 부회장이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었다. 정 회장이 해외영업, 안 전 부회장이 국내영업을 총괄하는 형태였다. 대표적으로 <은하철도 999>, <캔디 캔디>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국내에 들여왔다.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하지만 2012년 안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대대적 변화가 있었다. 그는 대외협력 관리총괄로 있다가 이듬해 사임했다. 대신 경영총괄 담당이던 함욱호 전무가 새로 대표이사에 올라 다시 정 대표와 2인 대표체제가 만들어졌다.

그러다 함 대표 역시 2014년 사임해 대원미디어는 수십년 만에 정욱 회장이 홀로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게 됐다. 최영일 전 사장이 사업부문을 총괄하면서 정 회장을 보좌했지만 대표이사로 등기되진 않았다.

정 회장의 단독대표 체제가 이어지던 대원미디어에서 정동훈 사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2017년이다. 그 해 초 사장으로 승진하는 것과 동시에 대표이사로 선임, 부친 정 회장과 각자대표를 구축했다.

정 사장은 1977년생이다. 2007년 대원미디어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2011년 마케팅총괄 이사를 담당하면서 처음 임원 명단에 올랐고, 2013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계속 마케팅 쪽을 담당하다가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그의 취임 이후 대원미디어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정 사장은 일본 애니메이션 라이선싱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대원미디어가 외부 환경에 쉽게 흔들린다고 봤다. 단순한 유통이 아닌 콘텐츠 공급자(CP)가 되겠다는 목표로 취임 이후 신사업을 키우는 데 주력 중이다. 자체 IP(지적재산권)를 발굴하기 위해 2020년 스토리작을 설립하고 OSMU(원 소스 멀티 유즈) 사업을 확대 중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경영은 이미 정 사장이 주도하고 있지만 지분 측면에선 사정이 다르다. 2005년까지 대원미디어 주주구성을 보면 최대주주인 정 대표가 22.8%를 쥐었고, 그 외엔 부인 안정교 씨(6.54%)와 처남 안현동 전 대표(0.35%) 등이 일부를 보유했다. 정동훈 사장은 지분이 없었다.

정 사장이 지분 매입에 나선 것은 2006년, 대원미디어에 입사하기 바로 전년이다. 그 해 6월 8만주를 장내매수, 지분 1.41%를 확보했다. 약 4억원치인데 매입자금은 농협에서 대출해 조달했다. 또 이듬해 2007년에는 4만8000주를 무상신주로 취득했다.

이후 5년간 움직임이 없던 정 사장은 2012년부터 다시 소량씩 사들이다가 2016년 말 약 16억7000원을 들여 17만9626주를 대거 매입, 지분율을 2.72%로 올렸다. 필요자금 중 5억원은 차입했으며 나머지는 자기자금을 썼다.

또 2017년에서 2020년까지 수 차례에 걸쳐 총 37만7207주를 장내매수했다. 약 18억7000만원 규모로 정 사장은 매입을 위해 이중 7억원을 차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지분율은 5.61%까지 확대된 상태다. 그간 지분매입에 들어간 돈은 40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부친 정욱 회장의 지분이 23.91%, 현재 주가 기준으로 320억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승계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자금은 적지 않다. 매수를 할 수도 있지만 전부 물려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상속세를 추산해보면 190억원 수준이다. 상속세는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재산에 최고세율인 50%가 적용되고 고인이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일 경우엔 주식 평가액에 20% 할증이 붙는다.

최근 대원미디어가 배당에 나선 것 역시 승계자금 마련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다. 대원미디어는 2001년 코스닥에 입성한 이후 2006년과 2007년, 2009년, 2019년 등 단 4차례만 배당했다. 하지만 2022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현금배당을 하면서 각각 12억원씩 2년간 총 24억원을 배당으로 풀었다. 이에 따라 정욱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자가 가져간 규모는 약 9억3000만원, 이 가운데 정 사장의 몫은 1억400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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