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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의 부활]'격전지' IB 비즈니스, 우리은행이 '열쇠' 쥐고 있다④캡티브 비즈니스 은행이 뒷받침...그룹사 상장·채권 딜, 주관 진입 수월

양정우 기자공개 2024-05-16 14:14:28

[편집자주]

우리금융그룹이 증권 계열사의 부활을 선언했다. 임종룡 그룹 회장과 남기천 우리종합금융 대표의 의기투합으로 옛 우리투자증권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겠다는 큰 그림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포스증권 인수는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신호탄일 뿐 금융업의 핵심인 사람을 찾는 일부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맨파워를 갖춘 뒤 본격적으로 힘을 실을 영역으로 IB 파트를 낙점했다. 이미 대형사 입지를 굳힌 하우스도 영업 전쟁을 벌이는 증권업계에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더벨이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4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을 바라보는 우리금융그룹의 목표는 명확하다. 4대 시중은행을 보유한 그룹의 위상에 걸맞는 초대형 IB 증권사를 확보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은 이미 증권사 IB 파트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격전지다. 메이저 하우스도 매년 주관실적의 순위 등락이 심한 여건에서 신생사가 단번에 두각을 드러내는 건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여느 중소형사와 달리 거대 금융그룹을 뒷배로 갖고 있어 이례적 행보를 보일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회사채·IPO 등 전통 IB에 도전장…통합 법인 출범 후 공격적 진출 채비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종금은 인력 스카우트에 나서면서 IB 영업과 디지털 비즈니스 파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IB와 리테일(디지털 중심) 사업을 비즈니스의 두 축으로 삼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눈에 띄는 건 IB 사업의 세부 성장 플랜이다. 새롭게 IB 시장에 뛰어드는 다른 증권사와 달리 회사채와 IPO 주관 등 전통 IB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양증권과 DS투자증권 등 중소형 하우스의 IB 파트는 주로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메리츠증권마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메인 사업이다. 아무래도 채권 발행과 상장 등에서 증권사가 벌이는 인수·주선(Underwriting) 업무는 터줏대감인 대형사의 입지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할 새로운 우리투자증권은 전통 IB 사업에 공격적으로 진출한다는 스탠스를 갖고 있다. 이제 통합 법인(이하 우투증권)으로서 증권사 라이선스를 확보하면 증권 발행과 공모 업무를 소화하는 게 가능하다. 각종 주관사 콘테스트에 이름을 내밀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기존 우리종금이 종합금융사로서 벌였던 기업금융 업무와 다소 색깔이 다르다.

한 증권사 임원은 "통합 법인의 경우 회사채 인수는 이미 곧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IPO의 경우 일반 개인의 공모가 가능한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어 합병 작업이 마무리될 시점엔 IPO 주관 업무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IB 시장, 경쟁 강도 최상위…네트워크·트랙레코드 등 난관 뚫릴까

하지만 통합 법인이 IB 비즈니스에서 단숨에 시장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데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 간 경쟁 강도가 매우 높은 데다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도 상위권 진입에 사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IB 사업 조직은 PM(Product Manager)과 RM(Relationship Manager)을 거쳐 본부장에 이르기까지 임직원이 촘촘하게 배치돼있다. IPO의 경우 법인의 일생에서 단 한번뿐인 최대 이벤트다. 이렇게 무거운 책임감을 지닌 업무이기에 페이퍼 워크 하나에도 전담 인력 다수가 배정돼있다. 대형 하우스마다 이런 업무를 수십년 간 소화하면서 노하우를 쌓아왔다.

네트워크 역시 호락호락하게 관리하지 않는다. 대형사는 단순히 '톱 라인' 관계가 아니라 주니어 RM부터 본부장급 시니어까지 직급별로 매칭해 스킨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적극적으로 고객사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건 물론 중장기적으로 한층 더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다.

IB 비즈니스에서 트랙레코드가 중시되는 것도 앞으로 우투증권이 돌파해 나가야 할 난관이다. 채권 발행과 IPO 등 굵직한 이벤트를 결정하는 발행사(상장예비기업)의 실무진은 주관사 후보의 트랙레코드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혹시 모를 돌발 이슈가 불거졌을 때 별다른 실적이 없는 신생사에 업무를 맡겼다면 괜시리 책임을 뒤집어쓸 여지가 있다. 빅딜 경험이 없는 증권사를 뽑는 건 실무 파트 입장에서 모험에 가깝다.

이런 총체적 역량을 모두 갖추는 건 단연 긴호흡이 필요한 작업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옛 대우증권 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향후 하우스를 이끌 중역의 영입을 마치더라도 대형사와 본격적 경쟁을 벌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우리금융그룹은 통합 법인의 '톱10' 진입과 초대형 IB 라이선스 취득까지 10년안에 마무리짓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4대 시중은행 계열, 최대 성장 잠재력…'그룹사 IPO·캡티브 영업' 유리한 고지

다만 새로운 우투증권에도 믿는 구석이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우리금융그룹이라는 거대한 뒷배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계열 가운데 시중은행인 우리은행이 있는 건 몇 안되는 증권사만 누리고 있는 여건이다. 오랜 기간 IB 사업을 벌였으나 아직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키움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등보다 경쟁 우위에 있는 강점이다.

수천억원 대의 공모가 주를 이루는 그룹사 IPO에서는 은행과 계열 관계에 있다는 게 확실하게 유리하다. 예를 들어 올해 최대어가 유력한 HD현대마린솔루션 IPO에서는 상장 주관사단(국내)에 KB증권(대표), 신한투자증권(공동), 하나증권(공동) 등이 이름을 올렸다. 모두 시중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 계열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는 주거래 은행과 이미 깊은 관계가 형성돼있다. IPO 선두권이지만 독립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보다 오히려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이 더 유리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우리은행이라는 배경을 제대로 활용하면 우투증권도 예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주관 업무에 참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셈이다.

국내 대기업은 지난해 자금 조달에 나서고자 유독 은행 창구를 활용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대기업 대출잔액은 136조428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30조9676억원(29.4%)이나 증가했다. 시장금리가 껑충 뛰면서 채권 발행에 부담을 느낀 대기업이 주로 은행을 찾은 것으로 관측된다. IPO 이후에도 차입 니즈는 생길 수밖에 없는 터라 주관사 지위를 부여하는 대신 금리나 심사 등에서 우대를 기대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회사채 발행의 주관 경쟁시 캡티브 영업 측면에서도 우리금융그룹 소속 증권사라는 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캡티브 영업은 증권사가 보험사, 자산운용사, 캐피탈 등 그룹 계열사의 참여를 약속하면서 주관 딜을 따내는 관행을 말한다. 그룹이라는 뒷배가 없는 증권사는 기대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물론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한 영업 방식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상 불법이 아니어서 여전히 캡티브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슈어 입장에서는 완판 가능성을 높이는 데다 금리까지 낮출 여지가 커 캡티브 카드를 꺼내든 증권사를 주관사로 낙점하는 경향이 짙다. 그룹에서 우투증권 성장에 전사적 드라이브를 건다면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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