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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해운사 사이클 점검]짧은 호황, 긴 불황…중견해운사의 '큰 파도' 대응책은①다시 시작된 불황 시그널, 더 힘든 중견사들…투자·쌓인 현금 재료로

허인혜 기자공개 2024-05-16 11:10:11

[편집자주]

외부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산업이 어디 있겠느냐만 해운업은 특히 파고에 크게 휩쓸리는 업종이다. 호황기와 불황기라는 거대한 사이클 속 유가 흐름과 국제 정세 등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해운사의 명운은 호황기에 얼마나 곳간을 쌓고 불황기를 어떻게 잘 헤쳐나가느냐에 달렸다. 선제 대응은 기초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법, 중견 해운사들이 불황기 대응에 더 고심하는 이유다. 해운업 불황기 초입에 들어선 지금 더벨이 중견 해운사들의 현황과 사이클 대응 방안, 앞으로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4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운업에는 호황기와 불황기의 사이클이 번갈아 찾아온다. 문제는 호황기는 짧고 불황기는 길며 예측도 어렵다는 데 있다. 가장 최근의 호·불황기 사이클만 봐도 불황기는 10년을 넘겼지만 호황기는 2년 남짓에 그쳤다.

잠시 축제를 벌였던 해운업계는 또 다시 불황기 어두운 터널의 초입에 들어섰다. 해운업이 국경 없는 완전 경쟁 시장으로 불리는 만큼 중견사들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시기다. 일감이 부족해지는 대형사와도 다투는 한편 아직 끝내지 못한 불황기의 여파를 수습해야 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불황기의 사이클을 잘 견디며 대형사 못지않은 흑자를 냈던 경험을 갖춘 곳도 많다. 호황기 선제적인 투자로 불황기를 견디거나 신규·틈새 항로를 찾았다. 미리 곳간을 불려 재무 대응 능력을 키운 기업도 눈에 띈다. 불황이 다시 찾아온 지금 중견 해운사들이 쌓은 극복 재료와 어려움을 짚어본다.

◇골드만삭스도 이겼던 해운업계, 불황 터널 진입

2022년만 해도 머스크 등의 해운사 실적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나 초대형 IT기업의 영업이익을 눌렀다. 호황기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호황기였던 셈이다. 2010년대 중반 해운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시작됐던 장기 불황이 곧 끝나고 호황기 사이클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코로나 팬데믹 기간 직전까지도 불황이 이어졌다. 10년 이상 눌려있었던 실적은 호황기가 시작되자마자 확 뛰어올랐다.

짧은 호황기는 끝났고 불황기가 찾아왔다. 해운업 불황기가 시작됐다는 건 분위기 뿐만 아니라 숫자로도 명확하게 감지된다. 호황기가 화려했던 만큼 불황기와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직전년도 대비 94% 급감했다. 당기순이익도 90% 줄었다. 해운 운임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2년 평균 3410포인트(p)에서 2023년 평균 1006p로 71% 뚝 떨어졌다. HMM은 그나마 선방한 해운사로 꼽힌다. 영업이익률이 7%인데 글로벌 대형 선사들 중에서도 잘 벌어들인 편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앞으로 업황도 어둡다.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선 공급량은 역대 최대치로 전망된다. 화물 수요가 공급량을 받쳐줘야 하지만 글로벌 경기 전망이 밝지 못하다. 선사의 영업이익을 좌우하는 선박 운영비용도 좋은 환경은 아니다. 불황에 불확실성이 더해진 상황이다. 중동지역 갈등으로 SCFI가 오름세지만 시장은 단기 효과로 전망했다.



◇'맷집도 방법도…' 중견 해운사가 더 힘든 이유

중견 해운사들 역시 지난해 성과를 보면 불황의 여파가 뚜렷하다. 매출액은 절반 가깝게 줄었는데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높아졌다. 국내 선사들은 글로벌 선사대비 상대적으로 작은 배를 운영하는데 원가 관리에서 불리하고 달러 상승은 용선료에 영향을 준다.

연결손익계산서를 기준으로주요 중견 해운사인 고려해운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년도인 2022년 매출액 5조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1조7900억원에서 마이너스(-)318억원으로 돌아섰다. 장금상선은 별도기준 2022년 매출액 3조1300억원에서 지난해 말 매출액 1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1조1600억원에서 1470억원으로 축소됐다. 종속회사 흥아해운 등을 포함한 연결손익계산서를 기준으로는 매출액이 4조9300억원에서 3조800억원대로 줄었다.

중견사로서는 대형 선사 대비 대응책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이 악조건이다. 대표적인 게 노선 다양성이다. 중견 해운사는 작은 선박을 운용하는 만큼 선복량이 적고 항로도 아시아 중심으로 짜여있다. 불황기 일감을 찾던 대형사가 밀려들어와 고전했던 경험이 있다.

해운동맹에도 끼어들기 어렵다. 대형 선사들이 최근 해운 동맹을 해체하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건 서로를 견제해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디얼라이언스의 축소와 2M의 해체, 신규 동맹 제미나이의 등장은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여러 동맹이 재편되는 와중 소외된 해운사들은 자연스럽게 몰락하고 소멸된다.

◇그럼에도 해법은…똘똘한 투자와 쌓인 현금

하지만 10년이 넘는 불황 끝 살아남은 중견 해운사들은 각자의 노하우도 쌓였다. 전문 분야 특화 전략과 꼼꼼하고 안정적인 투자, 섣불리 불리지 않는 사세 등이 꼽힌다. 최근 고려해운이 중국~동아프리카항로를 개척했고 장금상선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중심으로 선박을 늘렸다.

수치적으로 드러나는 재료는 현금성 자산이다. 중견 해운사들은 호황기 벌어들인 수천~수조원의 매출액을 곳간에 차곡차곡 쌓아뒀다.

장금상선은 연결재무상태표를 기준으로 현금및현금성자산으로 6677억원, 단기금융상품으로는 8576억원을 비축했다. 호황기가 시작되기 전인 2020년 말 현금성및현금성자산이 785억원, 단기금융상품이 6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올랐다.

고려해운은 지난해 말 현금및현금성자산 1820억원, 단기금융상품 2조8300억원을 나타냈다. 2020년 말에는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816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36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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