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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직면한 하이브 멀티레이블]방시혁, 빌리프랩 음악 '주도'…지배력 '공고'⑧엔하이픈·아일릿 보유…CJ ENM과 합작사에서 하이브 완전자회사로

이지혜 기자공개 2024-05-16 11:17:40

[편집자주]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에 이상징후가 감지됐다.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경영권을 놓고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영권 탈취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멀티 레이블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멀티 레이블 체제가 하이브의 본원적 경쟁력과 직결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작지 않다.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이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4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의 막내딸’. 신인 걸그룹 아일릿(ILLIT)을 수식하는 말이다. 르세라핌, 뉴진스에 이어 하이브가 내놓은 세 번째 걸그룹이다. 국내 최대 엔터사가 내놓은 걸그룹이기에 탄탄대로만 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반전이 생겼다.

어도어 사태가 터졌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이사가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뉴진스의 콘셉트 등을 베껴 아일릿을 데뷔시켰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어도어 사태의 불똥이 아일릿에게, 그리고 이들이 소속된 레이블 빌리프랩에 튀었다.

빌리프랩이 주목받는 이유다. 빌리프랩은 하이브가 강력한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이브가 빌리프랩의 지분을 모두 쥐고 있을 뿐 아니라 이사회에 대한 지배력도 확고하게 다졌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직접 빌리프랩의 음악적 정체성까지 구축했다.


◇방시혁, 빌리프랩 음악적 색채 구축

하이브 내에서 빌리프랩의 입지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기조는 올 3월 25일 5인조 다국적 걸그룹 아일릿을 배출하면서 더 강화했다. 아일릿은 지난해 6월 JTBC에서 방영된 걸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알유넥스트(R U NEXT)’를 통해 선발된 멤버로 구성된 아이돌 걸그룹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하이브의 새 걸그룹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프로그램의 본래 의도답게 알유넥스트의 오디션을 거친 아일릿 멤버들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에 소속되어 있다.


아일릿 IP(지식재산권)까지 확보하면서 빌리프랩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선발된 아이돌을 육성한다는 특색을 확보하게 됐다. 빌리프랩에 소속되어 있는 보이그룹 엔하이픈(ENHYPEN)도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아일랜드(I-LAND)’를 거쳐 2020년 말 데뷔했다.

아일릿이 성공한다면 빌리프랩은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수도 있다. 빌리프랩은 엔하이픈 등 단일 IP로만 지난해 매출 913억원을 냈는데 여기에 새로운 날개를 하나 더 다는 셈이다. 빌리프랩은 엔하이픈 데뷔 이듬해인 2021년부터 꾸준히 흑자를 내며 해마다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일단 출발은 양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일릿의 미니1집 ‘슈퍼 리얼 미(SUPER REAL ME)’는 4월 말까지 5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앨범 발매일 기준 일주일 간의 음반판매량을 가리키는 초동판매량은 38만장으로 역대 K팝 걸그룹 데뷔 앨범 초동 판매기록을 경신했다.

눈에 띄는 점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의 존재감이다. 방 의장은 빌리프랩 소속 아티스트의 음악적 색채를 구축하는 데 직접 나서고 있다.

방 의장은 엔하이픈의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 올렸다. 엔하이픈의 프로듀싱과 안무 디렉팅도 방 의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빅히트 사단이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일릿도 마찬가지다. 방 의장은 아일릿의 데뷔 앨범에 담긴 노래를 모두 프로듀싱했다.

◇지분 100% 보유, 이사회까지 장악…제2의 어도어 사태 '없다'

빌리프랩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은 음악적인 부분에 한정되지 않는다. 빌리프랩의 지분, 이사회 구성까지 하이브는 강력한 지배력을 구축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하이브는 빌리프랩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 하이브가 처음부터 빌리프랩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빌리프랩이 2018년 설립될 당시 하이브는 빌리프랩 지분을 48%만 쥐고 있었다. 나머지는 CJ ENM의 소유였다. 하이브가 CJ ENM과 함께 K팝 아이돌을 만들기 위해 세운 합작 기획사가 빌리프랩이었기 때문이다.

변화가 생긴 건 2023년 9월이다. 하이브가 CJ ENM이 들고 있던 빌리프랩 지분을 1500억원에 모두 취득했다. 엔하이픈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자리를 잡은 가운데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체제의 고도화를, CJ ENM은 기존 사업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데 투자하려는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에 맞춰 빌리프랩 내 이사회에서 하이브의 존재감도 더 커졌다. 빌리프랩 대표이사가 하이브의 김태호 COO(최고운영책임자)라는 점인 것과 최윤혁 부대표가 사내이사를 맡은 점은 변화가 없지만 사내이사진이 대거 교체됐다.

빌리프랩의 사내이사진에서 CJ ENM의 임원이었던 옥영주, 윤승호, 강현진씨가 10월 31일 사임했다. 대신 이가준 사내이사가 등재됐다. 또 하이브 임직원인 박준 감사가 빌리프랩에 합류했다.

한 마디로 빌리프랩의 음악은 방 의장이, 지분은 하이브가, 경영은 하이브 임직원이 주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빌리프랩은 빅히트뮤직 못지 않게 하이브가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레이블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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