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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리벨리온의 무리수? NH·미래에도 RFP 돌린 사연경쟁사 퓨리오사AI, 무비용 전략 컨설팅 목적...'보안유지 탓' 주관사 채택 가능성 적어

손현지 기자공개 2024-06-04 07:52:13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31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토종 AI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리벨리온이 기업공개(IPO) 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경쟁사인 퓨리오사AI의 파트너 하우스에도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물론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의 상장 주관사를 택하는 건 위법 사안은 아니지만, 양사간 상장 타임라인이 비슷한 경우라면 기밀사안 유출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 보통은 꺼리는 경우가 많다.

IB업계에선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전략 컨설팅을 받아보려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은 업계 내에서 '투톱'으로 숙명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온 회사로 유명하다. 상대측의 상장 전략을 캐치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토스-케이뱅크' 전철 밟나, 보안유지 등 논란

IB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최근 IPO 상장 주관사 선정을 앞두고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대부분의 하우스에 RFP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목할 만한 건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에도 배포했다는 점이다. 두 하우스는 지난달 라이벌 회사인 퓨리오사AI가 이미 상장 파트너로 선정한 하우스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리벨리온이 미래와 NH에 RFP를 보낸 배경에 대해 '제안서' 욕심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전략 컨설팅을 다방면으로 받아보고 동시에 상대측의 상장 전략도 유추해보려는 의도"라고 관측했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는 사피온코리아와 함께 국내 'AI반도체 삼대장'으로 불린다. 사업모델이 비슷할 뿐 아니라 상호간에 견제가 쎈 회사들로 알려져 있다. AI 반도체는 최근 생성형 AI 열풍과 맞물려 주목받는 분야다.
*리벨리온 신경망프로세서(NPU)
이럴 경우 라이벌 업체의 파트너를 RFP 배포 대상에서 빼는게 일반적이다. 가뜩이나 상장 추진 시기도 비슷한 만큼 보안 유지를 위한 목적이다.

증권사별로 IPO 파트 부서가 여러개로 분리돼 있을 지라도, 실사를 진행하면서 될 회사기밀이나 상장전략 등이 경쟁사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진행할 경우 어느 회사의 IPO에 더 주력해야 할 지 이해상충의 문제도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앞서 주관사를 선정한 퓨리오사AI도 KB증권을 제외하고 RFP를 발송했던 이유다. KB증권은 리벨리온의 주요 재무적투자자(FI)이다.

최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올초 상장 주관사 선정에 나섰던 토스가 경쟁사인 케이뱅크의 IPO 주관사단(NH, 삼성)에게 RFP를 배포한 사건이다. 토스와 케이뱅크 모두 비슷한 시기에 IPO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내린 결정이었다.

당시 IB업계에선 토스의 RFP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하는 목소리가 꽤 있었다. IPO 주관사 선정을 '비용이 들지 않는 전략 컨설팅'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그간 없지 않았다. 실제로 보기 드문 대어급 거래였던 만큼 케이뱅크 주관사였던 NH와 삼성 모두 토스 측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퓨리오사AI의 2세대 AI 반도체 레니게이드
◇'라이벌' 퓨리오사AI vs 리벨리온, IPO도 박빙의 승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 양사간 상호 견제는 심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성장성 높은 AI반도체 시장의 승기를 잡기 위해선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양사는 엔비디아, 퀄컴 등을 넘을 수 있는 국내 팹리스로 꼽히는 회사들이기도 하다. 퓨리오사AI는 내년 하반기 차세대 칩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벨리온의 경우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AI 반도체를 제작하며 딥러닝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NPU를 개발하고 있다.

양사 밸류에이션은 최근 '조 단위'로 치솟고 있다. 리벨리온은 앞서 시리즈B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누적 투자금액 2770억원, 기업가치 8800억원을 인정받은 바 있다. 퓨리오사AI 역시 시리즈C까지 누적 1610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으며 사피온도 지난해 140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마무리했다.

3사 중 사피온은 향후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상 국내 증시입성 후보는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로 압축될 전망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153억달러(약 20조원)에서 올해 428억달러(약 57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벨리온은 지난 2020년 9월 설립된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창업 1년 만에 TSMC의 7나노를 적용한 파이낸스용 반도체 아이온을 출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누적 투자금은 2000억원이 넘는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 파빌리온캐피털, KT, 산업은행, 카카오벤처스, 미래에셋벤처투자, KB인베스트먼트 등이 주요 투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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