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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의 현대차 쟁탈전]창업주 간 미묘한 경쟁 관계, 후손들은 다르다①새로운 격전지 '전장', 옥석 고르는 완성차업계

김도현 기자공개 2024-06-26 08:08:25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를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전환까지 준비 중이다. 이같은 흐름에 양대 전자기업인 삼성과 LG도 올라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다루는 각 그룹 계열사의 미래 먹거리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TV·가전을 넘어 자동차 부품을 두고 겨루는 중인 삼성과 LG의 경쟁 구도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9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 LG, 현대 등은 대한민국 경제와 궤를 같이하며 대기업으로 거듭난 곳들이다. 아울러 각사 창업주인 고 이병철 명예회장, 고 구인회 창업회장,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가깝고도 먼 사이였다.

세 사람은 한때 호형호제하고 사돈 관계를 맺을 정도로 친분이 있었으나 사업적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되자 원수처럼 지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2세를 지나 3~4세 경영 체제가 구축된 현시점에는 과거와 다른 기류가 보인다. 개인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공생 관계'를 그려나가는 모양새다.

◇3사 악연의 서막, 전자-반도체-자동차 산업 성장

혼맥을 바탕으로 밀접해진 삼성과 LG가 틀어진 건 1960년대 말이다. 당시 이 명예회장은 일본을 다녀온 뒤 전자산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금성사(현 LG전자)가 설립된 지 약 10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1968년 봄 이 명예회장이 골프장에서 구 창업회장을 만나 "우리도 전자산업을 할까 하네"라는 한마디에 구 창업회장이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는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때 시작된 삼성과 LG의 대결은 현재진행형이다.

고 이병철 삼성 명예회장(왼쪽)과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삼성과 현대는 초기 사업 영역이 중복되지 않았으나 재계 서열 1위 자리를 두고 다투는 선의의 경쟁 관계가 됐다. 특히 이 명예회장 주축이었던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으로 정 명예회장이 1977년 취임하면서 사이가 껄끄러워졌다는 후문이다.

이후 사업 측면에서 맞붙으며 대립이 본격화했다. 1983년 이 명예회장의 '2.8 도쿄선언'을 계기로 삼성이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자 그해 2월 23일 현대도 반도체 및 전자 분야 진입을 알렸다. 1995년 삼성자동차(현 르노코리아) 설립으로 양 그룹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반면 LG와 현대는 직접적으로 부딪친 일은 없었다. LG의 경우 일찌감치 전자 사업을 영위했으나 반도체는 1980년대 말에서야 발을 들였다. 1989년 세워진 금성일렉트론이 시초다. 1995년 LG반도체로 사명을 변경하기 전후로 나름의 성과를 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로 반도체 빅딜이 이뤄지면서 지형 변화가 이뤄진다. 이를 통해 LG반도체는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넘어갔다. 다만 결과적으로 현대도 반도체에서 손을 뗐다. 2000년에는 삼성이 자동차 사업을 접으면서 현대와 연결고리가 사실상 사라졌다.

LG그룹과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들어 자동차 부품 등 분야에서 일부 협력하긴 했으나 거래량이 많지는 않았다. 삼성그룹은 양쪽과 소원한 상태가 이어졌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전기차 동승한 이재용-정의선-구광모

분위기가 달라진 건 2010년대 중반 이후다. 차례로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이재용(삼성), 구광모(LG), 정의선(현대차) 체제가 구축되자 '화해 무드'가 형성됐다. 이들은 회장 취임 이전부터 사석에서 왕래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이 회장이 수감생활을 할 때 면회를 가기도 했다.

문재인-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각종 행사와 순방 등에 동행하면서 교류가 잦아졌다. 결정적으로 서로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날카롭던 3사 관계는 부드러워졌다.

2020년 이 회장과 정 회장, 정 회장과 구회장이 각각 사업장에서 회동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배터리 등 전기차 관련 중장기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재계에서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계기로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에 삼성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탑재가 공식화됐다. LG 역시 기존 전장부품에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으로 협업 범위를 넓혔다.

2023년에는 삼성과 LG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주고받으면서 국내 양대 전자기업의 동맹이 성사됐다. 삼성 TV에 LG OLED가, LG 노트북에 삼성 OLED가 투입됐다. 전자 및 자동차 산업으로 신경전을 벌였던 이들이 시너지를 창출하기 시작한 셈이다.

여러 산업군에서 신경전을 벌여온 3사는 돌고 돌아 자동차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악연이 아니라 호연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톱3'로 거듭나는 가운데 삼성과 LG라는 지원군을 등에 업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과 LG는 현대차를 비롯한 전기차 업계의 공급망 내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테슬라, GM, 폭스바겐 등 유수의 기업들이 삼성과 LG 핵심 계열사 고객이다. 차량용 배터리,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전장 분야에서의 2라운드 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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