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베스트

[IB 풍향계]IPO 제안서 '몸값 인플레'…실적 추정치까지 높인다과도한 밸류에이션 점입가경…공모주 시장 활황, 부담없이 베팅

양정우 기자공개 2024-06-18 07:34:27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7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 IB 파트에서 상장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이 가열되면서 상장 밸류를 과도하게 책정해 제안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무엇보다 상장예비기업이 스스로 공격적으로 전망한 미래 실적 추정치를 오히려 더 높여 수정하는 하우스도 나오고 있다.

공모주 시장의 과열 열기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장 첫날 잭팟을 터뜨린 후 수개월 뒤 급락 추세를 보이는 패턴의 일색이다. 이런 시장 상황은 일단 증시 입성이 성사되기엔 최적의 여건이어서 주관사 후보마다 부담없이 몸값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공격적 실적 전망치, 더 높일 근거 제시…상장 밸류 경쟁 '심화 일로'

IB업계에 따르면 A 증권사는 최근 상장주관사 콘테스트에 나서고자 IPO 제안서를 만들면서 상장예비기업이 직접 제시한 실적 전망치를 자체적으로 수정해 제출했다. 상장 밸류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IPO 본부장은 "IPO 딜을 놓고 다투면서 어느 때보다 상장 밸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공모 시장이 활황인 터라 일단 몸값은 다른 증권사보다 훨씬 높여 제시하자는 스탠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와중에 상장예비기업이 내놓은 실적 예상치를 더 높게 고쳐 상장 밸류를 끌어올리는 산식까지 동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장주관사 콘테스트 과정에서 '밸류 인플레'는 때마다 발생하는 현상이다. 적정시가총액을 유독 높게 제시하는 증권사의 제안서는 상장 파트너를 선택하는 입장에서 호감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 향후 오너의 자산규모(지분가치)와 공모 조달규모를 확정짓는 게 상장 밸류이기 때문이다.

IPO 빅딜로 여겨지는 기업이라면 오버액션이 더 빈번할 수밖에 없다. 하우스마다 구체적 비즈니스 모델과 중장기 성장 플랜을 확보하고 있어 제안서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키는 게 쉽지 않은 탓이다. 결국 상장 밸류로 두각을 드러내는 게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럼에도 증권사가 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에 적시된 미래 실적 추정치에 직접 손을 대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IPO에 나설 기업이 향후 실적을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RFP의 추정치 자체가 이미 최대한 공격적으로 산출된 만큼 이 수치를 추가적으로 키우는 시도를 감행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주관사 자리를 확보하고자 미래 실적 추정치를 직접 재산정하는 전략마저 등장했다. 추정치를 높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면서 제안서상 상장 밸류를 극대화하면 다른 증권사의 밸류에이션보다 돋보인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근래 들어 스타트업에 20조원 대 밸류를 제시할 정도로 몸값 경쟁이 심화된 형국이어서 향후 경쟁사도 비슷한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 시장에서 증권사 간 주관순위 경쟁이 치열하다"며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현재 1위인 KB증권을 추격할 채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선두였던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1위를 준비하고 있고 다크호스인 삼성증권 역시 향후 선두권으로 도약할 일감을 쌓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PO 밸류에이션 예시.
◇IPO 제안서 몸값, 빈말 불과 '우려감'…SK그룹 계열, 감점 사안 고지

치열한 각축전에서 상장 밸류를 한껏 높이는 전략은 향후 실속이 없는 빈말에 불과할 수 있다. 주관사 제안서상 적정시가총액이 아무리 높아도 결국 IPO 몸값은 시장의 눈높이로 수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모주 투자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공모가를 희망 밴드보다 할증하는 사례가 쌓이고 있지만 시장 여건은 급변할 수 있다.

주관사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상장예비기업도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게 IB업계의 중론이다. IPO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업체는 과도하게 상장 밸류를 높이는 전략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상장 밸류가 두드러지게 높은 제안서보다 현실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는 IPO 플랜을 선택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워낙 많은 계열 IPO를 소화한 SK그룹의 경우 국내 IB업계의 생리를 꿰뚫고 있다. 때문에 특정 계열사가 상장에 나설 때 오히려 증권업계를 상대로 지나친 상장 밸류의 제시가 감점 사안이라고 고지하기도 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빅픽처는 합리적 경영 판단을 내리는 데 걸림돌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IPO 밸류에이션 예시.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