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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젠구루, 이른 상장주관사 선정…'득일까, 독일까' 기업공개 완주 자신감, 부수적 시너지 효과 기대 분석…VC업계 '부정적' 시선도

이기정 기자공개 2024-10-25 07:19:37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4일 10: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방산 스타트업 시그젠구루가 시리즈A 초기 단계임에도 일찌감치 상장주관사를 선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회사 측은 빠르게 상장을 위한 채비를 시작했다는 입장이지만 전략적 투자유치와 사업 파트너사와의 관계를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벤처캐피탈(VC)업계에 따르면 시그젠구루는 최근 한화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했다. 통상 스타트업이 주관사를 고르는 시기가 이르면 시리즈B 라운드가 종료되는 시점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결단이다. 또 한화투자증권이 상장 주관 실적이 많은 증권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선제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상장이 임박해 주관사를 선정하면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한화투자증권에서 딜을 담당하는 실무진이 방산 분야에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줬다.

다만 VC업계에서는 보다 다양한 요소가 주관사 선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먼저 향후 한화투자증권으로부터 투자유치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언급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4월 원익투자파트너스와 컨소시엄(Co-GP)을 맺고 500억원 규모의 '한화-원익 K방산 기술혁신 투자조합 펀드'를 결성했다. 최근 마수걸이 투자를 진행하는 등 본격적으로 투자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사실 시그젠구루는 당장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회사는 지난 8월 비하이인베스트먼트와 키움투자자산운용, 아주IB투자로부터 총 27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아 당분간 모험자본 조달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향후 라운드에서 투자사로 합류할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협력사와의 관계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설립된 시그젠구루는 광대역 주파수 합성기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국내 방산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방산 계열사가 상당하기 때문에 사업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시그젠구루에 투자한 한 VC 관계자는 "시그젠구루 대표가 상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발 빠르게 주관사를 선정한 것"이라며 "아직 초기 기업이기 때문에 한화 방산사들과의 관계까지는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한화투자증권에서 방산 펀드를 운용하고 있어 향후 투자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회사가 상장주관사를 선정한다고 들었을 때 투자사 입장에서도 이례적인 행보라 놀랐다"고 덧붙였다.

VC업계는 스타트업의 이른 상장주관사 선정이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한 VC 대표는 "사실 상장 준비는 1년, 준비가 미흡하다면 최대 2년이면 충분하다"며 "투자 VC에서 어느정도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초기 기업은 증권사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른 선정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대표적으로 준비가 안됐는데 상장을 강행하거나, 기업가치 측정 과정에서 증권사와 VC간 의견이 엇갈리는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도 "빠른 상장주관사 선정은 스타트업 대표의 심리적인 부분에 안좋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대표들이 마음이 급해지거나, 상장주관사를 선정했다는 과도한 자신감을 갖게 돼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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