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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IBK벤처투자]은행계 VC 피날레, '정책·전략' 두마리 토끼 잡는다①초기기업 '데스벨리' 극복 지원 목표…중기부+금융위 합심, 성장 동력 발굴

이기정 기자공개 2024-06-19 07:48:47

[편집자주]

국내 은행계열 벤처캐피탈(VC)의 마지막 주자 IBK벤처투자가 출항에 나섰다. 출범은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조금 늦은 편이지만, 국책은행 계열 VC라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IBK벤처투자는 초기 스타트업의 데스밸리 극복을 지원해 중소기업은행 계열사로서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중후기 투자에도 적극 나서 수익성까지 챙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액셀러레이터(AC)부터 대형 VC까지 다양한 우군과 파트너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IBK기업은행이라는 든든한 뒷배 덕분에 펀드레이징도 순항하고 있다. 더벨이 IBK벤처투자의 탄생 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성장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7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벤처캐피탈은 없었다. IBK벤처투자의 탄생을 두고 VC업계에서 회자된 말이다. IBK벤처투자는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주무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창투사)와 금융위원회(신기사)의 합심으로 탄생했다. 2022년부터 불어닥친 금리 인상 여파로 벤처캐피탈(VC)과 스타트업의 어려움이 지속되자 두 기관은 지난해 4월 TF를 꾸려 대응책을 모색했다.

TF를 통해 마련된 '혁신 벤처 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에는 초기부터 후기까지 각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중 IBK기업은행은 초기 스타트업의 데스벨리 극복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아 IBK벤처투자 설립을 선택했다.

사실 IBK기업은행의 VC 설립은 기존에도 논의가 됐던 내용이다. 다만 기존 은행과 캐피탈, 증권 등에서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어 명분이 부족했다. 은행과 VC를 소관하는 부처가 뜻을 모으면서 IBK기업은행 측에서는 VC를 설립할 적기를 마주한 셈이다.

IBK벤처투자는 은행계 VC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VC 설립을 일사천리로 끝 마친 경우다. 2017년부터 인수합병(M&A)과 자체 설립 등으로 은행들이 VC 자회사를 두게 됐지만 대부분은 금융당국에 VC의 필요성을 어필해 승인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IBK기업은행이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특수 목적(중소기업 성장 디딤돌 역할) 하에 설립된 국책은행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IBK벤처투자는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까.

◇지난해 법인 설립 후 신기사 라이선스 획득…4월 출범식, 조직 정비 마무리 단계

IBK벤처투자가 본격적으로 법인을 설립한 시기는 지난해 12월이다. 법인등록을 마치고 금융위에 신기술사업금융업자 라이선스를 신청했다. 이어 VC와 스타트업이 밀집한 강남 테헤란로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이후 약 5개월간 조직 정비를 마치고 올 4월 출범식을 진행했다.

4월 출범식 후 하우스 운영 전략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IBK기업은행에서 투자 업무를 담당하던 인력 일부를 끌어왔고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섰다. 주니어 심사역을 뽑는 채용에서는 수백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중·대형 VC에서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을 수 있는 시니어 심사역들이 합류했다.


IBK기업은행이 VC를 설립한 목적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초기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 이들의 데스벨리 극복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실제 출범식에서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초기 스타트업에 모험자본을 지원해 도산 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벤처투자 업무를 모두 아우르겠다는 목적도 있다. 기존 은행과 캐피탈, 증권 등에서 유사 업무를 담당했지만 은행은 정책 목적, 캐피탈과 증권은 수익성을 바라보는 투자가 많았다. IBK벤처투자는 정책적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수익까지 챙겨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내부 조직을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전담할 정책투자팀과 시리즈B 이상 후기 라운드를 책임지는 전략투자팀으로 구분했다. 정책투자팀에는 IBK기업은행 출신이 대거 합류했고 전략투자팀은 외부 심사역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IBK기업은행의 기업 지원 밸류체인 마지막 퍼즐이 되겠다는 포부다. 이는 IBK기업은행뿐 아니라 모든 은행들이 VC 설립을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다. IBK벤처투자는 그룹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첨병 역할로 최전방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IBK벤처투자 관계자는 "IBK기업은행에서 진행하고 있는 투자 활동만 고려해도 전문 VC를 두고 있는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절대 적지 않다"며 "다만 보다 전문적으로 벤처투자 활동을 할 수 있는 계열사를 만들어 스타트업 지원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 막강한 LP "벤처캐피탈업계 우려 이해, 벤처 출자 줄지 않는다"

IBK기업은행의 VC 자회사 설립을 업계는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민간 출자자(LP)들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큰 손 역할을 하던 IBK기업은행이 자칫 출자 규모 줄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시중은행들이 계열 하우스 설립 후 출자를 집중하는 모습을 본 터라 업계의 우려는 더 컸다.

이에 대한 IBK기업은행의 입장은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자회사 출자로 인해 외부 출자 비율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매년 출자 파이 자체를 늘리고 있어 출자액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 IBK기업은행은 올해 민간 LP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전년 대비 출자 규모를 늘렸다. 구체적인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체 매칭 출자와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참여, 하반기 계획하고 있는 공모 출자사업 등을 더하면 약 수천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IBK벤처투자에 투입되는 자금은 500억원을 웃돌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IBK벤처투자는 올해 최대 1000억원 규모 펀드레이징에 도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 2~3곳의 하우스와 컨소시엄(Co-GP)을 논의 중에 있다.

앞선 관계자는 "VC업계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IBK기업은행이 연간 출자하는 수천억원 중에서 IBK벤처투자로 유입되는 비중은 크다고 보지 않는다"라며 "펀드레이징도 단독이 아닌 컨소시엄 전략을 활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자회사에게 투입되는 자금은 더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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