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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IBK벤처투자]국책은행 VC 탄생, 모험자본시장에서도 '위상' 이어갈까②모회사 출자부터 유리한 투자 환경 모두 확보, 후기딜로 실력 입증 과제

이기정 기자공개 2024-06-20 07:59:57

[편집자주]

국내 은행계열 벤처캐피탈(VC)의 마지막 주자 IBK벤처투자가 출항에 나섰다. 출범은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조금 늦은 편이지만, 국책은행 계열 VC라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IBK벤처투자는 초기 스타트업의 데스밸리 극복을 지원해 중소기업은행 계열사로서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중후기 투자에도 적극 나서 수익성까지 챙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액셀러레이터(AC)부터 대형 VC까지 다양한 우군과 파트너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IBK기업은행이라는 든든한 뒷배 덕분에 펀드레이징도 순항하고 있다. 더벨이 IBK벤처투자의 탄생 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성장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8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은행이 벤처캐피탈(VC)을 자회사로 두기 시작한 시기는 2017년부터였다. 1990년 일찌감치 설립된 KB인베스트먼트를 제외하고 대부분 하우스들이 이 시기에 계열사로 합류하거나 설립됐다. 은행들은 수익 다각화와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목표로 VC를 설립했다. 현재는 지방은행을 포함한 모든 은행이 VC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먼저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 JB금융그룹, DGB금융그룹 등이 인수합병(M&A)으로 VC를 품었다. 또 하나금융그룹과 NH농협그룹이 VC를 자체 설립했다.

지난해 법인을 설립한 IBK벤처투자는 은행계열 VC 중에서는 막내다. 다만 준비 과정에서는 다른 어떤 하우스보다 공을 많이 들였다. 모회사는 1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고 내부 인력으로 20여명을 배치했다. 모기업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셈이다. IBK벤처투자는 성과를 통해 이같은 지원에 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 '큰 손' 출자자 특별대우, 관계 쌓기 주력

지난 4월 진행된 IBK벤처투자 출범식에는 VC업계 약 2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다른 은행계열 VC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하우스가 참석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같은 위상은 은행계열 하우스를 포함한 다른 어떤 VC의 출범식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 한동안 회자됐다.

VC들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출범식에 참석한 이유는 IBK기업은행이 큰 손 출자자(LP)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회사로 VC를 설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출자 규모가 상당하다는 판단이다. 추가로 시장에서 유동성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IBK벤처투자와 컨소시엄(Co-GP) 등 연계를 기대하는 하우스들도 많았다.


다시 말하면 IBK벤처투자는 탄생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셈이다. 신생 VC의 경우 하우스 인력이 기존에 업계에서 인망이 높지 않다면 업계에 쉽게 융화되기 어렵다. 실제 자금이 많아도 컨소시엄은 커녕 클럽딜에도 참여하기 어려운 곳들이 많다. 이는 신생사들이 설립 후 일정 시간 고난의 시간을 보내는 이유다.

VC업계 관계자는 "IBK기업은행은 자체 출자뿐 아니라 스타트업 보육 활동과 보증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어 우호적인 관계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며 "특히 육성 플랫폼 '창공'에 경쟁력이 뛰어난 초기 스타트업들이 많아 IBK벤처투자와 클럽딜 기회가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체 설립 신기사, 외부서 초대 대표 선임 …하나벤처스와 공통점 많아

다른 국내 은행계열 VC 중 IBK벤처투자와 가장 유사한 사례는 2018년 설립된 하나벤처스다. 먼저 양사는 신기술사업금융업자로 자체 설립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기사는 창업투자회사와 비교해 더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 활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테헤란로에 위치한 본사 위치 또한 두 블록 사이로 가깝다.

자본금도 1000억원으로 동일하다. 다만 하나벤처스의 경우 설립 당시 자본금이 300억원에 그쳤으나 이듬해 하나금융의 증자로 1000억원이 됐다. IBK벤처투자는 초기부터 1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쐈다. 유사한 사례인 NH벤처투자의 경우 신기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본금은 300억원으로 두 하우스 대비 적은 편이다.

초대 대표를 그룹 출신이 아닌 외부에서 채용했다는 부분도 공통점이다. 하나벤처스는 김동환 현 UTC인베스트먼트를 영입했고 IBK벤처투자는 조효승 대표를 선임했다. 두 대표는 모두 금융업계와 VC업계를 고루 거친 심사역이다.


두 대표는 회사 구성을 실질적으로 도맡았다. 김 대표는 하나금융 출신 인력 한 명도 없이 하나벤처스 조직을 만들어냈다. IBK벤처투자의 경우 IBK기업은행 인력이 하우스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조 대표가 조직 구성과 외부 시니어 심사역 영입 등을 주도하고 있다.

IBK벤처투자 관계자는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나벤처스를 포함해 은행계열 하우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실제 하나벤처스는 내부적으로도 IBK벤처투자와 가장 유사한 하우스로 보고 설립 과정을 유심히 살펴봤다"고 말했다.

차이점이 없지는 않다. 1974년생인 김 대표의 경우 대표 선임 당시 40대 젊은 심사역이었지만 조 대표는 1965년생으로 백전노장이라는 평가받는다. 또 내부 조직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도 다른 점이 있다. 하나금융은 VC의 독립적인 운용을 위해 그룹 출신의 인력 배치를 하지 않았다. 반면 IBK벤처투자는 초기 투자 정책 목적과 전략 투자를 병행하기 위해 내부 출신 인원을 상당수 하우스에 배치했다.

◇초기투자 '전략' 변함 없을 듯…VC·PE 아우르는 '조효승 대표' 주목

IBK벤처투자가 IBK기업은행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후기 라운드 딜 발굴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존에도 그룹에서 초기 기업 투자는 잘 해왔기 때문에 시리즈B 이상 후기 라운드 딜에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IBK기업은행은 그간 최대한 많은 스타트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적은 금액을 여러 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인 '스프레이 앤 프레이(spray and pray)' 전략을 구사해왔다. IBK벤처투자 역시 3년 동안 5000억원 펀드를 결성해 초기 기업에 투자한다고 밝힌 만큼 이같은 기조가 초기 투자 영역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에서 후기 딜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다. IBK기업은행 등에서 PE팀이 투자를 진행해왔다. 다만 국책은행으로서 한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일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았다. IBK벤처투자 역시 이같은 영향은 받지만 전문 투자사로 다른 계열사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조 대표(사진)가 VC와 PE를 모두 경험해봤다는 점이 기대를 모으는 포인트다. 조 대표는 미래에셋증권 IB본부장과 우리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PE본부장, SK증권 PE본부 상무, SKS PE 전략투자사업부 대표 등을 거쳤다. 또 한림창업투자의 대표를 역임했다.

VC업계 관계자는 "PE 진출은 VC들이 하우스 규모를 키우기 위해 노리고 있는 영역"이라며 "초기와 후기 투자를 할 수 있는 제반사항을 모두 갖추고 있는 IBK벤처투자가 어떤 방식의 전략을 선보일지 업계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기업 성장 과정에서는 자본과 함께 대외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IB와 PE 경험이 있는 조 대표가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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