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을 움직이는 사람들]큰 산 넘은 권혁웅 부회장, 다음 과제는 '시너지'①에너지 전문가 대표성 지주사로 확장…"차분한 성격, 조직 관리에 장점"
이호준 기자공개 2024-06-20 09:15:13
[편집자주]
이제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인수합병(M&A)으로 한 식구가 된 지 1년 만에 육해공 통합 방산과 신재생 에너지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최근 조선업이 슈퍼 사이클에 접어들며 투자와 성장의 적기를 제대로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한화오션을 이끄는 인물들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8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 출발로 정신 없었던 한화오션처럼 권혁웅 부회장의 지난 1년도 정말 드라마틱했다. 한화오션 초대 대표이사로 발탁된 그는 전공도 아닌 조선·해양 분야에 도전하며 노조와의 관계 개선, 경쟁사와의 소송전 등 민감한 현안들을 처리해야 했다.많이 온 것 같지만 사실 이제 시작이다. 그의 리더십은 앞으로 한화오션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강점을 보이는 풍부한 경험과 사업적인 안목이 본격적으로 발휘돼야 할 시점이다.
◇에너지 전문가 대표성 지주사로 확장…한화오션 인수 '주역'
권 부회장은 1961년생으로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화학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같은 해 경인에너지(한화에너지의 전신)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회사 생활 틈틈이 학업에도 매달려 1995년 동대학원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커리어에 전환점이 생긴 건 1999년 전후다. 경인에너지에서 공정·제품연구실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IMF 외환위기 사태가 터졌다. 한화는 경인에너지의 정유 부문을 현대그룹에 매각했고 그는 비정유 부문이 남은 한화석유화학(한화솔루션의 전신)에서 일하게 됐다. 그리고 그는 에너지절감TFT 팀장으로서 능력을 꽃피웠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 공습으로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긴축 정책이 가시화되자 한화석유화학은 원가 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그는 이때 중장기 에너지 관리 방침을 수립하고 각 사업장 내 폐열 회수와 연료 전환 등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회사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시기는 2012년이다. 당시 그는 상무 직급으로 한화에너지 초대 대표이사에 올랐다. 한화에너지는 그룹 내 열병합 발전 사업을 총괄하던 곳이다. 권 부회장은 한화석유화학 재직 시절인 2005년부터 여수열병합 발전소의 사업모델 기획과 실행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업계는 한화에너지가 그의 리더십 아래에서 크게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한화에너지는 보일러·터빈으로 계열사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해외에서 태양광 사업을 시도하며 한화에너지아메리카 등을 설립했다. 그의 임기가 끝난 2015년 한화에너지의 자산 총계는 첫해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해 2조원에 달했다.
그해 말 그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한화의 경영기획실 인력팀장, 지주경영부문 등을 거쳤다. 그룹의 인사 밑그림을 그리는 업무를 맡다가 2018년 사장으로 진급, 2년여간 다시 주종목이라 할 수 있는 한화토탈 및 한화종합화학에서 대표를 맡아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이 5년간의 경험은 그가 한화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에너지 전문가라는 대표성을 지주사로 확장하며 그룹을 아우르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21년 그는 ㈜한화 지원부문 총괄 사장으로 임명됐다.
㈜한화 지원부문은 2018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경영기획실이 해체된 뒤 새로 만들어진 조직으로 계열사 및 자회사 관리부터 M&A(인수합병) 등 각종 전략을 수립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권 부회장은 2021년 말 이후 HD현대그룹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가 무산되자 채권단인 국책은행과 긴밀히 협의하고 오너와의 가교 역할까지 수행하며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성사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해 5월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한화오션 초대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경영 정상화' 큰 산 넘었다…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에 '주목'
권 부회장은 지난 1년간 경영 정상화라는 큰 산을 넘었다. 급여 인상 등을 통해 노조와의 관계 설정이라는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특히 한화오션은 부채비율이 한때 1859%에 달했지만 올해 1분기 241%로 낮아져 시급했던 재무구조 개선에도 성공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여러 계열사가 동원돼야 했는데 이는 권 부회장의 그룹 내 무게감이 크게 작용했기에 신속히 진행됐단 평가를 받는다. 또 노조와의 상생도 그가 거래를 책임졌던 인물이자 부회장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화오션이 그룹 내 계열사들과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에 따라 그의 경영 성과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화그룹은 한화오션 인수로 육해공 통합 방산뿐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부문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화오션은 최근 ㈜한화의 풍력발전과 플랜트 사업 부문을 이관 받아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그 성과를 시험받는다. 결국 방대한 사업들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리스크 관리 역시 그가 풍부한 경험을 살려 살펴야 할 중요한 일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하반기 입찰이 예정된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두고 HD현대중공업 등과 경쟁 중이다. 소송전이 난무할 만큼 위험부담이 큰 상황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본인을 드러내기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리더"라며 "조선 쪽에 정통하진 않지만 조직 관리에 장점이 있어 신임이 두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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