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인력 블랙홀 '바이사이드'…"커버리지 인력도 환영"그룹사 담당 인사까지 이탈 속속…성과급 이연제, 이탈에 한몫
양정우 기자공개 2024-06-21 07:29:11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9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IB 인력을 대거 흡수하고 있는 투자업계가 기업공개(IPO)뿐 아니라 커버리지 인사까지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다. 영입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와중에 IPO 이력을 갖춘 인재가 제한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IB업계의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는 데 성과급 이연 이슈가 결정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몇몇 증권사에서는 IB 조직의 인센티브 지급 제도를 임직원 입장에서 좀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IPO 파트 이어 커버리지 러브콜…바이사이드 선망, 과감한 커리어 변경
19일 IB업계에 따르면 근래 들어 한국투자증권의 커버리지 인력 가운데 2~3명이 신기술금융회사(신기사) 등 투자사로 이동했다. 그간 바이사이드에서 IPO 인사를 집중적으로 흡수해왔으나 이제 커버리지 파트의 임직원으로 포섭의 타깃을 넓히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증권은 IB 조직의 운영 방침상 커버리지 파트에서도 IPO나 유상증자 실무를 경험한 인력이 대부분"이라며 "현재 IPO 일선에서 일하는 실무진이 아니지만 이들 딜을 소화했던 이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사이드에서는 국내 대형 증권사의 IB 파트에서 훈련을 받아 검증된 인사에 후한 점수를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근래 들어 IPO 시장에서는 '빅3'로 불리는 최상위 하우스마저 핵심 키맨이 바이사이드로 줄줄이 이탈했다. 차기 수장의 가능성이 높은 인사마저 투자사의 고위직으로 이동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무래도 대형사의 IPO 인력은 한정돼있는 만큼 이제 에쿼티 딜을 다뤄본 커버리지 인사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 IB 인력을 단연 최상위 인재로 분류한다. PM(Product Manager)과 RM(Relationship Manager)을 거치는 과정에서 강도높은 업무를 소화해왔다. 꼼꼼한 서류 작업을 가능한 데다 격무와 야근이 익숙한 환경에서 일해왔다. 시장 커리어를 처음부터 바이사이드에서 쌓아온 인사와 비교해 차별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본래 커버리지 파트의 인력은 이직시 주로 경쟁사로 이동했다. 몸집이 더 큰 대형사로 자리를 옮기거나 연봉을 높여 중소형 하우스의 임원으로 선임되는 게 통상적 행보였다. 하지만 바이사이드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는 만큼 이직의 기회가 크게 늘어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니어 직급의 인력일수록 투자 업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성과급 이연 이슈, 이탈 릴레이 결정타…인센티브 불만, 이직 흐름 가속화
IB업계에서 전방위적으로 인력 이탈이 이어지는 데 성과급 이연 이슈가 한몫을 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엄격한 제재 의지를 밝히면서 증권사마다 IB 인력의 1억원 미만 인센티브까지 이연 지급을 적용하고 있다.
발단은 대규모 성과급의 일회성 지급을 일삼았던 몇몇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의 일탈이었다. 하지만 추가적 리스크가 없는 수수료 기반의 전통 IB 부서까지 일괄 적용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사후적 위험이 낮은 데다 비교적 적은 성과급을 받아온 인력이 오히려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조치였다.
한 증권사 본부장은 "성과급 이연에 따른 여파가 예상보다 크다"며 "현재 IB 조직의 허리층은 이직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은 세대여서 커리어 변경까지 과감하게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퇴사자의 속내를 파악해보면 대부분 인센티브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IB 파트는 증권사에서 최고의 수익 부서라는 타이틀과 그에 걸맞는 대우로 증권맨이 가장 선호하는 조직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과도한 업무 부담이 직종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데다 이들 IB 인력에 대한 수요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도 인력 이탈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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