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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DB 적립금 1조 돌파, 기업 재무 도우미가 비결"손수진 미래에셋운용 부문장 "DC 이동 과도기 시점"

이돈섭 기자공개 2024-07-12 13:46:26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9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최근에는 사모펀드로 운용하는 DB 적립금 위탁운용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위탁운용이라는 것은 자산배분 전략을 반영해 운용하는 상품만을 가리킨다. 미래에셋운용이 2013년 약 150억원 규모로 DB 적립금의 운용을 본격 시작한지 11년만의 일이다.

DB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법인 대부분이 적립금을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상당한 성과다. 미래에셋운용은 다양한 법인들에 맞춤형 펀드를 제공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 WM연금마케팅부문을 이끌고 있는 손수진 상무(부문장, 사진)을 만나 연금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들었다.

손 상무는 DB 적립금 성격을 직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DB 적립금은 기업이 부채와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운용하는 것이지, 엄밀히 말해 근로자들의 연금 재원을 불리기 위한 수단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DB 제도를 선택한 근로자의 연금 총량은 급여수준과 근속연수 등에 따라 기계적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들의 DB 적립금 운용 행태를 들여다보면 운용 외적의 요소들이 다수 반영돼 있다. 한 제조업체의 경우 지난해 DB 적립금 일부를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는데, 기업 이익 감소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배당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수익률을 높여 적립금 투입 규모를 줄이려는 의도가 적잖게 반영됐다.

현재까지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일부 법인의 경우 개별 근로자 연금재원을 균등한 수준으로 제공함으로써 근로자 간 형평성을 도모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DB 적립금을 적극 운용하는 외국계 기업의 경우 해외 본사 차원에서 전체적 재무 가이드라인을 마련, 적립금 투자 여건을 마련한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손 상무는 "퇴직연금 DB 적립금 규모가 작년 기준 약 220조원인데 미래에셋운용이 위탁운용하는 규모가 이제서야 1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은 DB 적립금 시장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최근에는 투자 수요가 유사한 법인들을 풀링해 운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래에셋운용은 특정 그룹 내 많은 기업들 적립금을 한데 모아 운용하거나 특정 지역 기업들 적립금을 한 펀드로 굴리는 식으로 위탁운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올 하반기 중에는 지역은행 퇴직연금 사업자 협업을 통해 경상도 지역 소재 중소기업 대상으로 DB 적립금 운용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DB 적립금 운용 공시화' 방안에도 관심이 많다. 기업들로 하여금 DB 적립금 운용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공시케 함으로써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 재무적으로 적립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이를 통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다.

손 상무는 지금의 DB 적립금 시장은 과도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개별 근로자가 연금 재원을 불리려면 DC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DB 적립금 규모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제관련 변수가 시차를 두고 저성장과 저금리, 임금상승 정체라는 구조적 함정에 빠질 경우, 회사 입장에서 DB제도는 저금리로 인한 재무적 부담에, DB제도 근로자는 임금상승률 정체로 인한 퇴직연금 재원 부족이라는 이중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손 상무의 분석이다.

실제 일부 기업의 경우 신입사원에는 DC 제도만을 선택케 하는 방식을 통해 DB 제도 확대에 제동을 걸기도 한다. 미래에셋운용이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운용 솔루션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DC 제도 확대를 내다본 조치의 일환이다. 올 하반기 금융투자협회 디딤펀드 사업에 참여, 밸런스 펀드의 공급도 확대할 방침이다.

손 상무는 "DC 제도로 이동하는 추이 속에서 기업들이 DB 적립금 운용 관련 재무적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과도기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일 뿐, 지금의 미래에셋운용 DB 적립금 운용 솔루션 자체가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기업과 근로자를 도울 수 있는 연금 시장에서 일한다는 건 매우 보람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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