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정기 신용평가 점검]AAA '신호탄' 현대차, 그룹 전방위적 상향 기대감사업 연계성 높은 금융계열 3총사, 여신업 불황 속 크레딧 '안정적'
손현지 기자공개 2024-07-22 13:53:52
[편집자주]
2024년 정기 신용평가가 마무리됐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4월부터 6월까지 회사채 장기 신용등급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올해는 유독 기업들의 실적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고금리 등으로 인한 재무 부담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으로 등급 하향 기조가 이어졌다. 더벨은 채권시장이 주목하는 기업과 그룹, 넓게는 산업의 신용등급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7일 13: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신용등급 호재에 맞닥뜨렸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글로벌 신용평정에선 사상 첫 A등급을, 국내 신용등급 평정에서 'AAA' 등급을 탈환했다.특히 국내 AAA등급 복귀는 약 5년여만의 쾌거라 주목된다. 물론 아직 스플릿 상태지만 순수 민간기업으로서 유일한 'AAA' 등급 후보로 자리매김했음은 분명하다.
현대차의 신용등급 조정은 금융 계열사들에게까지 줄줄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 금융계열 3총사들이 글로벌 등급도 상향조정됐다. 비우호적인 업황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사업적 연계성이 신용등급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국내외 신용도 상향, 기아·현대모비스도 뒤따랐다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는 지난 2월 글로벌 대표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평가 A등급을 획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A3'로 상향조정했다. A3등급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체계상 21개 등급 중 상위 7번째에 해당한다.
무디스가 현대차에 A등급을 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2년 10월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Baa1을 획득한 뒤 계속 유지해왔다. 무디스 신용평정에서 A등급을 획득한 주요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도요타,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으로 현대차, 기아 등 8곳에 불과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BBB+→A-), S&P(BBB안정적→BBB긍정적) 모두 현대차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이번 신용등급 상향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강화된 제품 경쟁력, 재무건전성의 개선을 반영한 것이다.
글로벌 뿐 아니라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등급 조정에 나섰다. 정기 평정에서 나이스신용평가사는 현대차에 신용등급 최고 수준인 AAA(안정적)을 부여했다. 이는 전반적인 채무 상환 능력이 최고 수준임을 의미한다.
현대차가 AAA등급을 되찾은 건 2019년 이후 약 5년여 만의 쾌거다. 과거 글로벌 완성차 업체마다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던 시절 현대차도 AA등급으로 강등조치됐다. 당시 업계 최상위 실적을 거둬왔던 다임러(Daimler)와 BMW조차 2018년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나신평이 AAA 등급을 부여한 건 현대차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 부문에서 제품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출시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미국 뿐 아니라 독일 등 유럽 10개국에서 점유율 10% 내로 진입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현대차는 스플릿 상태다. 아직 한국기업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AA+(안정적)에서 AA+(긍정적)으로 등급 전망만 올린 상황이다. 다만 추가 등급상향 기대감은 충분하다. 한기평은 '현금유동성비율'로 현대차의 유동성 버퍼를 확인하고 있는데 부품결함 이슈로 쌓는 충당부채만 관리된다면 머지 않아 등급 상향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평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향후 글로벌 시장 뿐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덕 본 금융계열 3총사…글로벌 신인도 상승
현대차의 신용등급 조정은 금융 계열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카드는 글로벌 신평사 무디스로부터 기업신용등급은 Baa1, 등급전망은 Stable(안정적)을 획득했다. Baa1은 모회사인 현대자동차가 받은 A3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이지만 투자적격 등급 중 하나로 분류된다.
현대카드가 현대자동차그룹 내 중요도가 높은 자회사라는 점도 등급 획득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무디스는 "지분 구조, 비즈니스, 거버넌스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기아와 긴밀한 사업적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룹의 통합 거버넌스가 현대카드의 재무 전략과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에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현대차그룹과의 신용 의존성이 매우 높다. 지난 2019년 현대차의 국내 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강등될 당시, 현대카드도 AA+에서 AA로 하락 조치된 바 있다. 올초 나이스신용평가가 선제적으로 현대차의 등급전망을 긍정적으로 조정할 때도 현대카드의 등급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도 마찬가지 논리다.
현대캐피탈도 모회사 덕에 글로벌 신용등급 상향 쾌거를 얻었다. 피치는 현대캐피탈의 신용도를 'BBB+'에서 'A-', S&P는 'BBB+, 긍정적'으로 아웃룩을 높였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캡티브(Captive) 자동차 금융 회사로서 모회사의 지원 가능성된 결과다.
그룹의 거버넌스, 지원 가능성을 토대로 안정적인 수익성과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순이익 4599억원을 기록하며 직전 년(4371억원) 대비 5.2% 증가한 실적을 거뒀으며 연체율은 0.95%를 기록하는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빛을 발했다.
현대커머셜은 올해 2월 무디스의 신용등급 Baa1(안정적)을 새롭게 얻었다. 지난해 10월 피치로부터 신용등급 BBB(긍정적)을 획득하면서 설립 후 처음으로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피치는 첫 번째 신용등급을 부여한 지 5개월도 안 돼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로 현대커머셜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높였다.
금융계열 3총사의 크레딧 선전은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기둔화, 수수료 인하로 여신금융업계가 순익 악화 추세를 보인 가운데 이룬 성과다. 모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업적 연계성이 각 사의 신용등급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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