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그룹 시총 리뷰]격변의 두산, 지주사가 밀고 에너빌리티가 끌었다⑬㈜두산 상승률 131%…'뉴페이스' 로보틱스·퓨얼셀·테스나는 부진
조은아 기자공개 2024-07-19 10:09:59
[편집자주]
올 상반기 그룹별 시가총액 순위는 산업 변화에 따라 요동쳤다. 삼성전자를 보유한 삼성그룹은 부동의 1위를 지켰지만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이차전지 캐즘,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확장 등 대내외 요인으로 SK그룹, LG그룹, 현대차그룹의 순위가 뒤바뀌기도 했다. 그룹을 떠받치는 핵심 계열사의 등락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룹 기업가치 상승에 함께 노력한 여러 계열사의 역할을 무시할 순 없다. 더벨이 그룹별 계열사의 상반기 기업가치 변화를 살펴보고 그 배경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7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주가가 크게 요동친 곳으로 두산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드는 사업구조 재편이 발표되면서 주가 변동폭이 한층 커졌지만 상반기에도 만만치 않은 수준의 변화가 있었다.모든 호재를 흡수한 지주사 ㈜두산 주가가 급등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여기에 그룹에서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큰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도 오랜만에 웃었다. 두 곳이 선전하면서 그룹 시총 합계는 반년 사이 7% 늘었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새롭게 합류한 두산퓨얼셀, 두산테스나, 두산로보틱스는 조금은 부진했다.
◇상장사 7곳, 새롭게 짜인 진용
두산그룹 상장사는 모두 7개다. 5년여 전에도 두산그룹 상장사가 모두 7개였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달라졌다. 두산건설과 두산엔진, 두산인프라코어의 이름이 상장사 목록에서 사라졌고 두산퓨얼셀, 두산테스나, 두산로보틱스가 합류했다. 사라진 3사는 혹독했던 구조조정 과정에서 그룹에서 떨어져나갔다.
두산퓨얼셀은 2019년 10월 ㈜두산의 연료전지 사업부문이 인적분할돼 설립됐다. 두산테스나는 ㈜두산이 2022년 인수한 곳으로 국내 반도체 테스트 분야 1위 기업이다.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출범했다. 당시만 해도 존재감이 미미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협동로봇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지난해 재빠르게 상장이 이뤄졌다. 마지막으로 두산로보틱스까지 합류하면서 지난해 10월 지금의 7개 상장사 체제가 완성됐다.
올해 상반기 주가 흐름은 어땠을까. ㈜두산이 가장 큰폭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1년 사이 2배 넘게 뛰었는데 ㈜두산이 지주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놀라운 수치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주사보다는 직접 물건을 만들거나 파는 사업회사를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주요 자회사가 상장사인 경우엔 중복 상장에 따른 지주사 디스카운트 역시 피하기 힘들다.
㈜두산의 주가 상승률은 올들어 다른 지주사들과 비교하면 월등하다. 같은 기간(2023년 12월 28일~2024년 6월 28일) 다른 지주사들을 살펴보면 ㈜LG가 -6%, SK㈜가 -12%, 포스코홀딩스가 -27%, 롯데지주가 -7%로 대기업집단 순위 상위권 그룹들은 일제히 마이너스(-)를 보였다. 범위를 넓혀보면 HD현대가 18%, ㈜GS가 15%, ㈜LS가 54%로 선방했지만 ㈜두산과는 격차가 크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우선 자회사들의 선전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두산의 연결기준 매출은 19조원을 넘겼다. 역대 최대치다. 두산밥캣은 언제나처럼 호실적을 내며 보탬이 됐고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실적은 물론 전망까지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 수소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다시 각광받으면서 두산퓨얼셀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
자체 사업도 크게 한몫했다. ㈜두산의 전자BG(비지니스그룹)가 하반기부터 엔비디아에 AI 서버향 동박적층판(CCL) 납품을 본격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산과 두산에너빌리티 제외하면 주가 주춤
다만 다른 사업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세가 주춤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을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들은 상반기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각 사업회사보다 이 사업회사의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추고 있는 ㈜두산에 투심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락율을 살펴보면 두산테스나가 36%로 가장 많이 떨어졌고 그 뒤를 두산로보틱스가 31%로 따르고 있다. 두산테스나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먼 데 있지 않다.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던 테스나는 지난해 잠시 주춤했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이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말 주가가 워낙 고점을 찍었던 만큼 어느 정도 조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0월 상장했는데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12월 한때 공모가(2만6000원)의 5배에 가까운 12만원대까지 뛰기도 했다.
두산그룹 상장사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두산에너빌리티도 선방했다. 상반기 주가 상승률이 26%에 이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2013년 이후 10년 만에 매출 6조원(별도기준)을 넘겼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무려 433%나 증가했다.
여기에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될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작용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와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경쟁하고 있는데 사업 규모만 30조원에 육박한다.
그룹 내 최고 효자로 꾸준한 실적을 내는 두산밥캣의 경우 주가는 변동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안정적 실적이 최고 강점이지만 주식 시장에선 그리 매력적이지 못한 모양새다. 두산밥캣 주가는 상반기 2%가량 올랐는데 범위를 넓혀봐도 크게 오르지도 크게 떨어지지도 않고 있다. 2016년 상장한 뒤 주가가 5만원 안팎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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