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대해부]개발자 사관학교지만...개발역량 의구심 해소할까⑥[맨파워]수차례 시도 거친 KPI 수립…게임업계 임금 인상 주도
고진영 기자공개 2024-07-22 08:24:43
[편집자주]
국내 게임업계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는 양상이다. 세 회사는 10년 가까이 '삼국지'처럼 국내 게임시장을 삼분하며 각축전을 벌여 왔지만 최근에는 넥슨 홀로 질주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 넥슨만의 성장스토리와 지배구조, 성장전략, 키맨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8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게임 개발은 인력 싸움이다. 인재가 있어야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최고의 인재가 대단한 게임을 보장하진 않는다. 특히 넥슨은 개발력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오래 받아온 기업이다. 인재 확보, 그리고 개발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과 보상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창립 초기부터 고군분투해왔다.◇개발자만 약 5000명…코로나 시기 임금 대폭 인상
넥슨그룹의 한국 임직원 규모는 올 3월 말 기준으로 7000여명에 이른다. 넥슨코리아뿐 아니라 네오플, 넥슨게임즈 등 국내 계열사 인원을 전부 합친 수치다. 넥슨코리아가 약 3700명으로 가장 많고 네오플과 넥슨게임즈가 각각 1200명대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전체 인력 중 개발자 규모는 50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벌 엔씨소프트의 경우 전체 임직원이 5000명 수준, 개발자 수가 3500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넥슨이 업계에서 가장 많은 개발 인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게임업계는 보수가 급격히 올랐는데 여기에도 넥슨의 영향이 컸다.
앞서 넥슨은 2021년 직원 연봉을 일괄적으로 800만원씩 일괄 인상했다.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도 개발직군 5000만원, 비개발직군 4500만원으로 올렸다. 채용까지 같이 늘렸기 때문에 인건비가 훌쩍 점프했다.
넥슨코리아만 떼어놓고 봐도 판매관리비 중 급여로 지급한 돈이 2020년 570억원에서 2021년 681억원, 이듬해 851억원으로 확대됐다. 게임업계가 코로나19 덕분에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는 점을 감안해도 파격적 결정이다.
경쟁사들로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인재 다툼에서 밀릴 것을 걱정해 연봉 인상 행렬에 일제히 동참했다. 넷마블과 컴투스는 넥슨과 동일하게 연봉 800만원 인상안을 내놨고 엔씨소프트의 경우 개발직은 최소 1300만원, 비개발직군은 최소 1000만원씩 올렸다. 크래프톤은 한 발 더 나갔는데, 개발직 임금을 무려 2000만원 인상했다. 넥슨이 시작한 일의 파장이 상당했던 셈이다.
◇인센티브와 '개발역량'의 역학
원래 넥슨은 인력 문제로 고전했던 기간이 꽤 길었다. 2004년 위젯을 인수했을 무렵 1세대 개발자 상당수가 넥슨을 떠난 이유가 컸다. 특히 개발자들의 정신적 지주와 다름없었던 정상원 전 개발본부장이 회사를 떠난 일은 기존 인력들의 퇴사를 부추겼다.
게다가 정 전 본부장은 넥슨을 나간 이후 네오위즈에서 개발조직을 맡아 달라는 영입제의를 받았다. 그를 따라 넥슨에서 대거 빠져나오는 인력들을 네오위즈가 많이 데리고 갔다. 늦어진 상장, 정 전 본부장의 이동이 개발인력에 가져온 공백은 회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혔다.
아직 시스템화되지 못했던 인센티브 제도 역시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설립 초기부터 넥슨에는 이른바 '빨간 봉투'라는 인센티브 제도가 존재했다. 그런데 변변한 기준이 없었다. 뚜렷한 이유없이 들쭉날쭉한 인센티브가 개발자들의 불만을 샀다.
결국 2005년 넥슨 한국법인 대표에 오른 데이비드 리는 인센티브 제도를 손보기 시작했다. 게임 매출의 평균 3%를 인센티브로 주기로 했다. 또 게임을 개발할 때는 매출이 나지 않는 만큼 게임 출시 첫 해 인센티브는 6%로 올렸다.
문제는 KPI(핵심성과지표)였다. 게임은 개발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데다, 잘 될지 망할지를 점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였기 때문이다. 예측 불허라는 게임 콘텐츠의 속성상 마감이나 목표를 잣대로 KPI를 정하려는 움직임을 개발자들은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반발이 거셌다.
끝내 2006년이 되기까지 개발부서에 대한 KPI작업은 마무리되지 못했다. 비개발부서에만 KPI를 적용하고 개발자들의 경우 부서별 매출에 따라 각 개발본부장들이 알아서 인센티브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인센티브 제도는 오히려 개발자들을 안주하게 만들었다. 새로 개발을 하기보다 매출을 많이 내는 팀에 남는 게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넥슨은 개발에 소홀하고 퍼블리싱, M&A를 통한 외형 키우기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고질적으로 들었다. 경쟁사들이 개발에 투자할 때 넥슨은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쪽으로 커서 개발력은 실망스럽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넥슨은 오랫동안 신작 개발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네오플 인수로 손에 넣은 <던전앤파이터>가 대작을 칠 때도 내부에선 마냥 웃을 수 없었다.
◇팀별 KPI 운영, 목표 단계별 보상 지급
그래서 2009년 넥슨은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쳤다. 인력들이 대거 회사를 떠나면서 임직원들의 충격은 상당했다. 비용 감축보다는 창조성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목적이었다.
개발조직 역시 개발 부서와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을 관리하는 라이브부서로 쪼갰다. 기존 조직은 신규 게임과 서비스 게임 구분없이, 3개 개발본부 산하에 여러 개발팀이 속해 있는 스튜디오 형태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전성기 시절의 개발력은 회복이 요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중순 넥슨은 KPI 제도를 재차 수정했다. 개발조직에서 KPI의 불가피한 한계를 인정하고 개인이 아니라 팀 단위로 KPI를 적용하기로 했다. 팀 별로 목표를 달성하면 매출과 상관없이 약속한 보상을 해주는 방식이다. 개발만 열심히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최선의 방책으로 여겼다.
넥슨은 지금도 비슷한 형태로 KPI를 운영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신규 개발을 담당하는 팀의 경우 개발 단계에 따라서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출시된 뒤에는 일정 기간의 매출을 소급해서 나중에 지급한다"며 "라이브 조직의 경우 매출 연동"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넥슨그룹의 개발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과거에 비해 적잖이 사그라들었다.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가 작년 말 내놓은 신작 <더 파이널스>, 넥슨게임즈가 개발해 올 7월 출시된 <퍼스트 디센던트> 등 신작이 연이어 흥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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