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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ing Watch]영구채 부메랑?…한국증권만 무디스 전망 낮아졌다IB 강화 위해 ‘공격적’ 영업…’역대급’ 순이익에도 리스크 확대 분석

이정완 기자공개 2024-09-26 07:45:22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4일 0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비슷한 시기 평가한 다른 국내 증권사의 등급 전망은 그래도 유지했기에 한국투자증권의 변화가 더욱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만에 7000억원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국내 증권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압도적인 수익성 성과에도 무디스는 그만큼 커진 리스크에 주목했다. IB(기업금융) 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확대한 기업 대출 성격의 상품이 신용도 측면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이다.

◇SK온부터 한화솔루션까지 '연이은' 자금 지원

2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최근 한국투자증권의 기업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Baa2, 안정적'에서 'Baa2,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비슷한 시기 평가 결과를 발표한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은 '안정적' 등급 전망을 유지했지만 한국투자증권만 전망이 달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한국투자증권은 매분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1분기 연결 기준 368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2분기 3422억원의 순이익을 추가해 상반기에만 7109억원의 순이익을 벌었다. 3000억~50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한 다른 대형 증권사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순이익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의 과감한 베팅에 더 주목했다. 수익성 강화를 추진하면서 리스크 익스포져도 함께 늘었다는 이야기다.

무디스는 "시장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금리 인하에 앞서 회사채 투자를 확대하며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고수익 고위험인 국내 부동산 PF 및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도 익스포져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전략은 경쟁사보다 높은 수익률에 기여하겠지만 자금조달 부담과 리스크 익스포져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기조는 지난해 연말 김성환 대표이사가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한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2020년 말 18%였던 한국투자증권의 위험선호성향은 지난 상반기 말 25%까지 상승했다. 무디스가 주목한 건 고위험 자산 비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중 국내 대기업 계열사의 사모 영구채 발행에 대거 참여했다. 자금 조달이 시급한 기업을 도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난 5월 말 신세계건설의 6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 때 3000억원의 인수 자금을 책임졌다고 전해진다.

곧바로 6월에는 SK온의 5000억원 채권형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참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인수했다. 유동화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인 키스이제이제칠차를 포함해 2550억원을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한화솔루션이 7000억원을 영구채를 찍을 때 마찬가지로 SPC와 함께 1000억원대 자금을 투입했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는 사모 영구채 발행 시 자체 운용한도를 활용해 투자할 것을 권한다. 셀다운이 제한적인 탓에 증권사 입장에선 자기자본 부담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한국투자증권은 거리낌 없이 대형 영구채 발행 때마다 수천억원을 지원하는 모습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 시 자산을 고유동성과 저유동성으로 분류하는데 기업여신 성격의 자산은 유동성이 낮다고 여겨진다”며 “상반기 신세계건설, SK온 영구채 발행에 참여한 점은 신용등급 차원에서 부정적 요소로 평가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올해 한국물 발행 움직임 '잠잠'…투심 영향 끼칠까

무디스의 이 같은 평가가 외화 조달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대 들어 꾸준히 한국물 시장을 찾는 발행사라 글로벌 신용등급 관리가 여느 증권사보다 중요하다.

지난해만 해도 두 차례나 글로벌 시장을 찾았다. 7월 사무라이본드로 200억엔을 조달했는데 11월에는 유로본드를 택해 3년 단일물로 4억달러를 확보했다. 2021년 7월 이후 2년여만에 달러화 조달을 결정했다.


특히나 글로벌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외화 조달 중요성이 커졌다. 지난해 초 미국 종합금융회사 스티펠파이낸셜과 함께 SF크레딧파트너스를 세웠는데 이를 통해 미국 인수금융 진출을 꾀한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관심을 드러낼 정도다. 지난해 10월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칼라일이 조성하는 펀드에 3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는 외화 조달을 건너 뛰는 분위기다. IB업계 관계자는 "늦어도 올해 연말까지 한국물 시장을 찾기 위해선 지금쯤 발행 움직임이 드러나야 하지만 특별히 감지되는 내용이 없다"며 "내년 등판 여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부정적 등급전망 여건 속에서 세울 한국물 조달 전략이 주목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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