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08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밸류업 지수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배당수익률이나 배당성향이 높아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떨어진 종목들이 많아서다. PBR이나 ROE가 높은 ‘현재’ 우량한 종목들이 대거 선정되고 배당을 통해 주주환원에 노력하고 있는 종목은 소외됐다는 평가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거래소는 저평가, 중소형주에 집중하는 후속 지수를 내놓겠다고 했다.지수를 살리기 위해 국민연금이 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패시브 자금으로 지수를 받쳐줘야 민간 운용사들도 ETF를 수월하게 출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지난 9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토론에서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연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도 올초부터 밸류업 지수에 힘을 보태겠다고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밸류업 지수를 들여다보면 국민연금의 등판이 맞는 결정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올해 목표인 15% 내외에서 2029년까지 13%까지 내리기로 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올해 1분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운용 수익률은 5.53% 수준으로 해외 주식 수익률(13.54%)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은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겠다는 결정도 내렸다.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밸류업 섹터 출자는 사실 비합리적인 판단이다. 시장에서는 밸류업 지수가 현재 우량기업으로 구성돼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회사에 재투자를 많이 해서 앞으로 성장성이 높거나 배당을 높여 주주환원을 개선하려는 기업들 중 제외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수익률이 중요한 국민연금에게 밸류업이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운용업계에서는 다른 섹터 자금이 마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8개 섹터에 위탁운용을 주고 있다. 순수주식형부터 시작해 ESG 섹터인 책임투자형, 액티브형, 배당주형, 가치형, 중소형주형형 장기성장형, 대형주형까지 8개다. 각 섹터별로 국민연금이 개발한 벤치마크 지수를 기준으로 위탁운용하고 있다.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섹터를 새롭게 만든다면 결국 타 섹터 자금을 줄여 밸류업으로 넣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증시의 장기적 성장을 유도한다는 밸류업의 가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위험자산 비중까지 늘리고 있는 국민연금이 밸류업 지원사격에 나서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최소한 밸류업 지수가 향후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시장의 공감대는 형성된 이후여야 하지 않을까. 안되면 '큰형' 국민연금이 나서라는 식의 해결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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