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바꾸는 엔씨소프트]물적분할 목표는 'TJ 색채' 탈피신작 개발 자회사 신설, 독립적 개발 환경 구축
황선중 기자공개 2024-10-24 09:53:48
[편집자주]
엔씨소프트 '체질개선'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모든 게임 개발 조직을 본사에 두고 있는 오랜 구조부터 개편하는 모습이다. 신작 게임을 개발하는 일부 조직을 물적분할하며 새로운 변화의 길을 개척하려는 모습이다. 더벨은 엔씨소프트 물적분할 전략의 배경과 기대효과를 다각도로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3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씨소프트가 신작 게임 개발팀에 대한 물적분할 결정을 내린 것은 단순한 지배구조 변화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동안의 성공 무기였던 '김택진표 게임' 대신 확연히 다른 색깔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변화의 의지가 담겨 있다.◇김택진표 게임, 엔씨소프트 '성공 방정식'
엔씨소프트는 1997년 회사 창립 이래 줄곧 본사 안에 모든 게임 개발팀을 두는 전략을 고수했다. 회사의 유일한 사내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이었던 김택진 대표(사진) 진두지휘에 따라 모든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하향식 개발 구조였다.
김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은 엔씨소프트를 국내 최대 게임사로 만들었다. <리니지>를 시작으로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까지 회사의 모든 흥행작에 김 대표 손길이 닿아 있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최고경영자(CEO) 직책과 함께 최고창의력책임자(CCO)란 직책을 갖고 있다.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면서 동시에 최고 개발자라는 뜻이다. 엔씨소프트 게임은 사실상 '김택진표 게임'라는 수식어와 같은 말이었다.
그만큼 엔씨소프트 게임 대다수는 비슷한 색채를 공유하는 편이다. 대표적인 공통점은 다수의 이용자 속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MMORPG 장르라는 점이다. 이용자의 생존 심리를 적절히 자극해 경쟁적인 현금 결제를 유도한다는 특징도 있다.
그간 국내 게임업계에서 김택진표 게임에 대한 평가는 찬사에 가까웠다. 통상 대다수 게임사의 고민은 게임의 수명을 최대한 늘리는 일이다. 오랜 기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게임을 개발해도 출시 이후 길어봤자 수년 내로 인기가 사그라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택진표 게임은 달랐다. 1998년 9월 탄생한 김 대표의 역작 <리니지>는 출시된 '장수' 게임이지만 최근에도 연간 1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자랑하며 30년 가까이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게임업계 수십년 역사 속에서 김택진표 게임의 성공 공식을 따르는 게임은 빠짐 없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소위 '리니지라이크 장르(리니지를 모방한 게임)'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김택진표 게임이 마치 하나의 장르처럼 통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신작 게임 개발팀 3곳 자회사로 '물적분할'
문제는 눈부신 성공 아래에서 알게 모르게 그림자가 짙어졌다는 사실이다. 언제부터인가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김택진표 게임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모든 게임이 '거기서 거기'라는 지적이 적잖았고, 과도한 현금 결제 유도에 대한 불만도 늘어났다.
그때부터 엔씨소프트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며 정체기를 맞았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30.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75.4% 줄었다.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100만원이 넘던 주가는 1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엔씨소프트도 이용자의 비판을 수용하며 변화를 모색했다. 지난해 기점으로 기존 게임과는 다른 색채의 게임을 속속 내놓았다. MMORPG 아닌 장르에 도전했고 이용자의 현금 결제 부담도 줄였다. 하지만 신작들의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엔씨소프트는 결단을 내렸다. 본사에 있던 신작 개발팀 3곳을 각각 분사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쓰론앤리버티> 개발팀, <LLL> 개발팀, <택탄> 개발팀이 물적분할 대상이 됐다. 모두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대형 신작들이다.
물적분할이 계획대로 완료되면 신작 개발팀 3곳은 본사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자회사로 운영된다. 김 대표 주도의 하향식 개발 환경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보장받는다는 이야기다. 김택진표 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색깔의 게임이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변화가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지만, 적어도 엔씨소프트의 역사에 남을 중차대한 변곡점인 것은 분명하다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동서식품, '맥심골목' 운영해 소비자 접점 강화
- [SK스퀘어 밸류업 구상 점검]11번가, 비용 누수 탐지…오픈마켓 위주로 전략 개편
- [i-point]제이엘케이, 뇌졸중 솔루션 일본 PMDA 인허가 획득
- 토니모리, '오너 2세' 주담대 전량 상환 배경은
-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2030년까지 7조 투자, 재무 건전성 문제없어"
- [Art Price Index]이배 '화이트라인' 시리즈 시장 인기 입증
- SM엔터, ESG원년 선포 후 소셜·거버넌스 강화 행보
- 양극재 1위 에코프로비엠마저 '숨 고르기'
- [SK이노 통합법인 미리보기]열흘 뒤 출범, '물리적 결합'에 집중
- [롯데렌탈 밸류업 점검]수익성 강화에 '신생' UAE법인 포함 배경은
황선중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체질 바꾸는 엔씨소프트]물적분할 목표는 'TJ 색채' 탈피
- [게임사 CEO 보상 분석]CEO보다 고성과자에 연봉 더 주는 네오위즈
- 수익성 급한 엔씨소프트, '개발 자회사' 체제로 변화
- [게임사 CEO 보상 분석]넥슨게임즈의 CEO 동기부여 '주식 성과급'
- 넷마블, '외부 IP' 전략 이어간다
- 엔씨소프트, 연말 '원투펀치' 기대감 예열
- [게임사 CEO 보상 분석]크래프톤 경쟁력 비결, '철저한' 성과급
- '베테랑2' 흥행 속, 평가 '엇갈리는' 영화업계
- [게임사 CEO 보상 분석]넷마블, '성과주의' 색채 뚜렷
- 넥슨, 인재 확보 위해 '넥토리얼' 재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