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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외면받는 '인공위성' 기업…후발주자 '신중 기조' VC업계 "시장 이해 부족, 증시 입성 시기상조" 진단…나라스페이스 상장 계획 늦춰

이기정 기자공개 2024-10-31 09:07:05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5일 13: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성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우주항공 스타트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아직 우주항공 섹터에 대한 시장의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섣부르게 기업공개(IPO)에 나선 것이 패착 원인으로 꼽힌다. 후발 주자들은 이를 고려해 보다 탄탄하게 몸을 만들고 상장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위성 제조 및 서비스 기업 루미르는 지난 22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후 2거래일부터 주가가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실제 주가는 2거래일부터 3일 연속 전거래일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종가는 공모가 1만2000원 대비 약 22% 하락한 9400원까지 내려왔다.

루미르는 공모 과정서부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공모가를 희망밴드(1만6500~2만500원) 하단보다 낮은 1만2000원으로 확정했다. 이어진 일반 청약 경쟁률은 131대 1로 최근 진행된 청약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위성 지상국 서비스 기업 컨텍도 유사한 상황이다. 컨텍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1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인 2만2500원으로 확정했다. 다만 일반청약에서 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흥행에 실패했고 상장 후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했다.

컨텍의 주가는 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29.24% 하락 마감했고 지난 8월에는 1만원선을 내줬다. 지난 24일 종가는 9000원으로 공모가 대비 약 60% 낮은 수준이다.

위성 스타트업들의 주가가 상장 후 힘을 내지 못하자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는 상장 시점이 너무 빨랐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아직 우주항공 섹터에 대한 시장의 이해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이 보여준 성과도 크지 않아 주목을 받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VC 심사역은 "우주항공 산업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알고 있는 시장 관계자는 극히 소수"라며 "기업들이 구체적인 지표로 이를 입증해야 하는데 성장성만 강조하다보니 외면을 받은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VC의 임원도 "코스닥시장이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유망 기업이 상장하는 곳이라지만 우주항공 섹터는 아직은 인정받기 이른 단계로 보인다"며 "선발주자들이 잇따라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따라오는 기업들도 부담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우주항공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유사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위성 스타트업 대표는 "현재까지 상장한 우주항공 기업은 컨텍, 이노스페이스, 루미르인데 세 곳이 영위하는 사업 분야는 모두 다르다"며 "시장에서는 이조차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IR을 시작하고 시장 관계자들을 이해시켜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한 것도 최근이라 앞으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선발주자들이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후발주자들은 상장 시점을 뒤로 미루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위성 제조 및 영상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는 당초 연내 상장을 계획했는데, 목표시점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상장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더 시점을 늦출 가능성도 있다.

나라스페이스에 투자한 한 VC 관계자는 "루미르까지 무너지면서 시장에선 우주항공 기업이 당분간 증시에서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생겨났다"며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이벤트가 나올 때까지 여유롭게 기다리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장 시점까지 최대한 많은 수주를 기록해 매출 역량을 입증하는 것이 목표"라며 "내년에는 이노스페이스의 상업 발사와 누리호 발사 등이 예정돼 있어 투자심리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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