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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콜옵션 리뷰]한화생명, 이자 더 떠안는 대신 '기본자본 확충' 방점⑤영구채 자본 양·질 제고 가능, 2년 뒤 외화채 리파이낸싱도 염두

최은수 기자공개 2024-11-04 08:11:23

[편집자주]

2022년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콜옵션) 선언은 자본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흥국생명은 자금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고려해 콜옵션 미행사를 선언했다. '관행'과 불문율이 가져온 혼란 우려에 흥국생명은 결국 입장을 바꿨다. 콜옵션 논쟁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금리 추이에 따라 언제든 불거질 이슈다. THE CFO는 흥국생명 사태 2년을 즈음해 신종증권을 발행한 금융사들의 대응 논리와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5일 16:2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생명은 자산총계 기준 2위권 보험사다. 그러나 올 2분기말 기준 새 보험국제회계기준(IFRS 17)에 따른 지급여력제도인 K-ICS 비율은162.8%로 암묵적 적정선인 150%를 소폭 웃도는데 그쳤다.

이 상황에서 투자은행(IB) 업계의 불문율인 '콜옵션'이 한화생명을 다시 채권시장으로 인도했다. 그간 선호하던 후순위채권을 택하지 않고 금리를 110bp(1bp=0.01%포인트) 더 떠 안으며 리파이낸싱을 마무리했다. 이는 한화생명의 최근 '기본자본여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환차손 대응까지 염두에 둬야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

◇'후순위채 사랑' 한화생명, 2022~2023년 1.8조 확충

한화생명은 국내 보험사 중 가장 활발하게 채권을 발행했다. 국내 2위 보험사의 체급을 갖췄지만 그에 걸맞은 자본적정성이 뒷받침되지 않아서다. K-ICS 도입 이전부터 자본적정성은 한화생명에겐 숙제였다.


2019년 약 5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고 2년 간 휴지기를 가졌는데 그 사이에 자본적정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급속도로 하락했다. 2019년 235.3%를 기록하던 한화생명의 RBC비율은 2022년엔 162.2%로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암묵적 권고치인 150%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었다.

한화생명이 2022년 집중적으로 채권을 발행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그나마 2022년 초는 미국이 빅스텝, 즉 급격한 금리 인상을 밟기 전이었다. 글로벌 금리가 위로 요동치기 직전 이자율이 3.379%로 양호한 해외 후순위채 9040억원어치를 찍었다. 또 5.3%로 금리로 4000억원 규모의 국내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숨을 돌렸다.

한 해 동안 1조3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자본적정성 수준을 이룩하지 못했다.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K-ICS가 도입된 게 컸다. 게다가 한화생명은 상장사다보니 제도 변화 충격에 대비해 도입을 일부 유예하는 경과조치 혜택조차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2023년에도 또 한번 5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에 따라 리파이낸싱이 필요했던 터라 한화생명은 올해도 발행시장 문을 두드렸다. 수요예측에서 뜨거운 반응이 나오자 올해 발행액은 당초 목표치보다 1000억원이 늘어난 6000억원이었다.

◇기본자본+'상각 or 콜옵션' 외화채 대응도 겨냥

한화생명은 리파이낸싱을 통해 채권 발행 규모를 늘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결과적으로 기존보다 1% 이상 높은 이자율로 자본을 확충해야 했다. 같은 규모라면 금리도 낮고 콜옵션에 동일하게 지배받는 후순위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었다. 한화생명이 2022년과 달리 올해 후순위채를 선택하지 못한 것은 기본자본 부담 때문이었다.

보험사 가용자본은 손실흡수성이 높은 기본자본과 기타 손실흡수성이 낮은 보완자본으로 나뉜다. 그런데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이고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자본에 포함된다. 올 1분기 말 기준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기본자본 대비 요구자본의 비율)은 한화생명은 89.6%였다. 올해 3분기 발행한 6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더해도 여전히 100%를 하회한다.

더불어 2022년 적기에 발행해 한화생명의 자본적정성을 개선한 7억5000만달러의 후순위채도 이제는 다시볼 필요가 있다. 해당 채권은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큐리티, 씨티그룹,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화투자증권이 주관했다. 금리는 3.379%로 당시 발행을 통한 자본인정금액은 9040억원이었다.

그러나 이는 달러·원 환율이 1100원 중반대였을 때의 얘기다. 지금은 환율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2022년 최고점을 찍었을 때의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새 1달러당 1400원을 위협하고 있다.

원화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외화채권을 발행한 기업에겐 환차손이 발생한다. 한화생명이 역시 콜옵션에 따라 앞서 후순위채에 대응하려면 2022년보다 나빠진 채권 발행환경에다가 환율변동 리스크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해외채권은 국내보다 콜옵션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러나 2년 뒤 콜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보완자본인 후순위채는 상각이 시작된다. 리파이낸싱하기 위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 추이를 통해 가늠한 한화생명의 이자율·환차손 스트레스는 만만찮다는 점이다. 이 추세가 유지된다 가정할 때의 부담을 앞서 흥국생명의 사례로 짐작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흥국생명은 2017년 발행했던 외화채권을 2022년 지금과 비슷한 금리 추이와 환율 부담을 안고 리파이낸싱에 나서려다 발행비용이 사실상 40% 가까이 늘어나자 콜옵션 미행사를 선언했었다"며 "선례가 나온만큼 한화생명이 자본시장의 룰을 깨진 않겠지만 대응방안에 고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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