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30일 19: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한 3차 공판의 핵심은 '단어 해석'이었다. 800개가 넘는 증거의 채택 취지와 배경을 설명하던 검찰은 김 공동의장이 "평화적으로 가져오라"고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조용하게 SM을 인수하라는 의도로 말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하이브와의 원만한 대화를 통한 해결'하자는 의미의 단어라고 맞섰다. '가져오라'는 단어는 김 공동의장이 아예 쓰지 않았으며 투자 협의 과정에 있던 당사자들도 관련 단어를 들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한 점을 강조했다.

김 공동의장의 발언 의도 해석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증인 신문 여부로도 번졌다. 이러한 용어를 쓰기 전날 김 공동의장이 방 의장과 만났기 때문이다. 두 의장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재판부는 방 의장의 증인 신문 가능성을 열어뒀다.

◇889개 증거력 심사, 김범수 발언 의도 파악 '갈등'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형사부(재판장 양환승)는 30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공동의장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서증조사였다. 서증조사는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된 서류 증 증거로 채택된 것을 공개하고 그 입증 취지를 설명하는 절차다. 지난 16일에 열린 2차 공판 당시 검찰 측이 서증 조사를 제안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진행하게 됐다.

검찰은 성인 상반신 크기로 쌓은 증거서류 다섯 묶음을 법정에 두고 서증조사에 임했다. 이날 검찰 측이 제시한 서증조사 대상 증거는 총 889개에 달했다.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의 초점은 김 공동의장의 권한에 맞춰져 있었다. 김 공동의장이 SM 지분 인수의 최종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하이브의 SM 공개 매수 저지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등 카카오 임원의 대화와 녹취록 등을 제시했다.

검찰과 김 공동의장 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부분은 '평화적'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배 전 총괄은 지난해 2월 15일에 열린 카카오의 투자 테이블 직후 강 실장과 통화했다. 배 전 총괄은 해당 통화에서 "(김 공동의장이) '평화적으로 이제 가져오라'고 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야"라고 말한 부분을 지적했다.

검찰 측은 "'이제 가져오라'는 말은 더 이상 SM 인수를 실패하지 말고 반드시 카카오 쪽으로 가져오라는 의미로 보인다"며 "'평화적으로'는 카카오가 하이브와 SM을 두고 싸우는 걸 보여주지 말라는 의미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가 하이브 측의 협의안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점을 보면 알 수 있다"며 "배 전 총괄은 김 공동의장이 공개 매수안과 양립할 수 없는 지시를 하자 이를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골치 아프다'고 반응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공동의장 측은 평화적이라는 단어가 하이브와의 협상 자리를 마련하라는 의도로 쓰였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지난해 2월 15일 김 공동의장, 홍은택 전 대표 등이 참석한 투자 테이블에서 하이브와 평화적으로 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의미로 해당 단어가 쓰였다"며 "이는 협상 테이블 참석자들의 진술로도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모든 투자 테이블 참석자 중 김 공동의장의 '가져오라'는 단어 자체를 들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며 "김 공동의장은 이날 투자 테이블 이후 SM 추가 지분 취득 자체에 부정적이었음을 여러 통화 녹취록과 투자전략실 직원의 대화록 등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증인신문 여부 주목

양측은 추가 증인 채택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다음 공판에서는 김기홍 카카오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증인 신문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그 이후 심문할 증인에 대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배 전 총괄과 함께 카카오 내 태스크포스(TF) 형태의 SM 인수 기획팀 '프로젝트S'에서 근무한 김지예 카카오 투자전략팀장을 증인 신문 대상자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의 SM 인수 과정에서 실무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이진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 황태선 카카오 CA협의체 총괄, 권대열 카카오 CA협의체 ESG 위원장을 불러야 한다고 맞섰다. 김기홍 전 CFO와 김지예 팀장 모두 투자전략실 소속 증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변호인단이 언급한 3명은 SM 인수 과정에도 참여했기에 더 다양한 증언을 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증인 신문에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공동의장이 '평화적' 언급이 있던 투자 테이블 전날인 지난해 2월 14일 방 의장을 만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두 사람이 만나 카카오와 하이브 사이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관련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 입증에 있어서 방 의장 증인 신문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당장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서 검찰 의견을 좀 더 고민해보겠다"면서도 "방 의장 증인 신문이 추가로 필요한지, 그리고 핵심 쟁점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검토하겠다"며 방 의장의 출석 가능성을 열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