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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토스 상장에 '올인' 한국증권…돌연 '미국행' 부담없나회사와 오너측에 총 3000억 가량 대출…사라진 국내 대표주관 수수료

양정우 기자공개 2024-11-11 13:44:53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6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가 미국 증시로 기업공개(IPO) 행선지를 바꾸면서 자금력을 대거 투입한 한국투자증권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증권은 국내 상장주관사로 선정된 시점을 전후해 2000억원 가량을 토스와 오너인 이승건 대표 측에 대출해준 것으로 파악된다.

IB업계에서는 이런 공격적 액션을 국내 상장시 대표주관사로서 얻을 유무형의 실리까지 노린 결정으로 진단해왔다. 하지만 토스가 미국행을 결정하면서 상장주관사로서 기대했던 수익은 사라졌다.

◇한국증권, 지난 1분기 1000억 추가 대출…전체 단기차입 비중 '압도적'

6일 IB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토스는 한국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IPO 업무를 총괄할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공동주관사로는 삼성증권을 선택했다. 올해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접수한 지 1개월여 만이었다.

한국증권은 주관사 콘테스트(1~2월)가 한창이던 지난 1분기 토스를 상대로 1000억원의 대출을 단행했다. 본래 지난해 말에도 1000억원의 대출잔고를 갖고 있었으나 추가로 1000억원을 빌려준 것이다. 그간 토스에 자금을 대출해준 증권사는 한국증권과 KB증권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시기 한국증권은 대출 규모를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렸으나 KB증권은 오히려 1000억원에서 800억원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가 상장주관사의 명단을 최종 확정하면서 하우스마다 엇갈린 희비가 대출 액수에도 변화를 줬다는 게 IB업계의 시각이다.

그간 대출 금리도 한국증권이 매우 우호적으로 책정해왔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한국증권은 연 7%, KB증권은 7.9%로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의 경우 각각 7%, 8.4%로 집계돼 이자율 차이가 한층 더 뚜렷했다.

여기에 한국증권은 창업주인 이승건 대표에도 주식담보대출을 단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이 대표의 지분율은 총 15.5%다. 이 지분의 일부 혹은 전부를 기반으로 주담대에 나서 1000억원 안팎을 빌린 것으로 전해진다. 대출 시점은 역시 상장주관사를 선정한 지난 1분기였던 것으로 관측된다.

토스 관계자는 "토스가 한국증권에서 대출을 받은 건 맞다"면서도 "주담대 건과 관련해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증권은 이들 대출을 단행하면서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국내 초대형 IB의 주요 조달 루트인 발행어음 금리와 단순 비교해도 2% 가량의 금리 차익을 확보한다. 주담대의 경우 비상장주식을 담보로 대출에 나선 만큼 역시 10% 안팎의 고금리가 책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한 건 어디까지나 대표주관사로서 얻는 실익까지 감안한 결정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상환 여력 충분, 고이자에 쏠쏠한 수익…데카콘 딜, 대표주관 실익은 '글쎄'

결과적으로 한국증권은 토스와 오너측에 대한 대출 익스포저가 3000억원 가량에 달하고 있다. 토스의 다른 차입처와 비교할 때 단연 두드러진 규모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토스의 차입 구조는 단기차입금(3506억원)이 오히려 장기차입금(902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863억원)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단기차입금의 절반 이상을 감당하고 있는 게 한국증권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대출잔고가 각각 100억~5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한국증권 내부에서는 대출과 주담대의 상환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토스는 상장 밸류로 8조~10조원이 언급될 정도로 투자 시장에서는 데카콘급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주담대 역시 이 대표의 보유 지분이 1조원 이상으로 여겨지는 만큼 담보 가치가 대출 액수 수준까지 훼손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지만 토스가 미국 증시에 입성하면 한국증권 입장에서는 파격적 강수에 대한 대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만일 국내 IPO를 선택했다면 대규모 상장수수료와 한국의 대표적 데카콘인 토스의 상장을 주도했다는 평판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증권은 대출 자체로도 쏠쏠한 수익을 거두고 있어 아쉬울 게 없다는 반응"이라면서도 "향후 미국 증시 입성의 윤곽이 잡히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익스포저 변화를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토스가 미국행을 시도하다가 중도 포기를 선택할 수도 있어 당장 액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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