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코닉테라퓨틱스 IPO In-depth]바이오 대어도 낙마한 한파, 기대감 높인 선제적 보수밸류'네수파립' 2상 가치 제외한 밸류 책정, 가치주로 떠오르며 수요예측 긍정 반응
정새임 기자공개 2024-12-03 07:49:04
[편집자주]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는 바이오텍이 넘어야 할 관문은 기술성평가, 상장예비심사 뿐만이 아니다. 증권신고서를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공모가를 산정해 투자자들과 조율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얼마나 매력적인 회사인지 회사는 숫자로 입증해야 하고 투자자들은 정량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더벨은 바이오텍의 이 같은 상장 과정을 따라가며 성장전략과 위험요소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2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한파 속에 링에 오른 온코닉테라퓨틱스의 보수적 전략이 묘수가 되고 있다. '신약'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선제적으로 기업가치를 낮게 책정하면서 IPO 불황 속 흥행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치주로 떠오른다.IPO 투자심리가 바닥을 치면서 오름테라퓨틱과 같은 바이오 대어도 상장을 철회하며 낙마했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서도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국내 상업화에 성공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자큐보'를 내세우며 돈버는 바이오텍 포지션에 이어 추가 '기술이전(L/O) 계약' 가능성까지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주력 파이프라인 '네수파립'의 가치를 상장 후 반영될 수 있도록 전략을 짠 점도 강점으로 부각됐다.
◇오름 상장 철회 여파에도 자신감, 상업화 한 '자큐보'만 밸류로 책정
제일약품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11월 27일부터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 중이다. 12월 3일까지 수요예측을 거친 후 9~10일 양일간 청약을 진행해 19일 상장할 예정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상장까지 완주하게 되면 올해 신약개발 바이오텍으로는 디앤디파마텍, 셀비온에 이어 세번째 상장주자가 된다.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수요예측을 시작한 직후 같은 신약 개발 바이오텍인 오름테라퓨틱이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에 상장을 철회한 점이 악재가 됐다. 오름테라퓨틱은 상장 바이오텍 중에서도 대어로 꼽히던 기업인 만큼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온코닉테라퓨틱스와 오름테라퓨틱은 IPO 전략에서 결정적 차이를 보인다. 오름테라퓨틱의 경우 기업가치를 책정할 때 글로벌 임상 1상 단계에 있는 주요 파이프라인 'ORM-5029'의 매출 추정치를 함께 반영했다.
2026년경 계약금 약 2488억원을 받고 기술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해 3만원대의 희망 공모가 밴드를 설정했다. 이에 따른 예상 시가총액은 최소 6428억원에서 최대 7712억원에 달했다.
반면 온코닉테라퓨틱스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1만6000~1만8000원이다. 예상 시가총액 1729억~1945억원으로 최대 2000억원을 넘지 않는다. 기술이전 레코드, R&D 기술 분야 등의 차이를 감안해도 국내 신약 상용화에 성공한 것치고는 매우 낮게 밸류에이션을 책정했다고 볼 수 있다.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온코닉테라퓨틱스가 흥행 기대감을 가지는 배경이 바로 이 지점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처음부터 공모 시장에 밸류업 모멘텀을 제공하는 전략을 선보였다.
임상 2상까지 진입한 항암 신약 네수파립의 가치를 공모가 산정에 반영하지 않았다. 보통 2상 단계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약 2000억원 안팎의 미래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를 포기하고 오로지 자큐보로만 온코닉테라퓨틱스의 기업가치를 책정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공모가 밴드를 형성했다.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연 IPO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부분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현철 온코닉테라퓨틱스 전략기획실 팀장은 "기업가치 책정에 2상 단계인 네수파립을 아예 제외시켰지만 반대로 네수파립 연구개발 비용은 모두 반영시켜 오히려 마이너스 밸류를 한 사례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안정적 자큐보 매출로 가능했던 접근, 가치주로의 부각
이 같은 전략이 가능했던 이유는 자큐보에 있다. 공모 과정에서 최대한 자금을 끌어모아 막대한 R&D 비용을 충당하는 기술특례상장 기업들과 달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매년 자큐보로 꾸준한 매출을 낼 수 있다. 국내 판매만으로 얻을 수 있는 예상 매출은 2026년 기준 274억원이다.
여기에 자큐보에 대한 해외 기술이전을 통해 받는 계약금과 마일스톤이 더해진다. 지난해 온코닉테라퓨틱스가 21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도 자큐보의 중국 기술이전이 있었다. 계약금 200억원을 수령하면서 매출 규모를 2.2배 확대했다.
일반적으로 임상 초기 단계에서 이뤄지는 딜과 달리 자큐보는 국내서 상업화를 달성해 기술이전이 무산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현재까지 확정된 중국, 인도, 멕시코 및 남미 계약뿐 아니라 향후 브라질, 동남아시아, 유럽, 미국 등으로의 확장성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김존 온코닉테라퓨틱스 대표는 "보통 신약 L/O가 중도에 반환될 리스크를 안고있는 반면 자큐보는 이미 상품화된 제품으로 L/O의 미래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며 "동남아시아 등 작은 국가들은 한국의 임상 자료를 인정하고 있어 추가 임상이 필요없고 중국과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2상을 면제받아 1, 3상으로 허가가 가능해 빠르게 마일스톤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예측 과정에서도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전략에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재무적투자자(FI) 입장에선 아쉬운 대목이 될 수 있었던 전략이 오히려 불황 속 흥행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묘수가 됐다.
김 팀장은 "네수파립이라는 핵심 파이프라인 밸류를 공모시장 몫으로 돌려놓음으로써 업사이드 여력을 충분히 남겨놓았고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라며 "연말 시황이 어려운 점이 유일한 리스크이지만 올해 최대 가치주로 상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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