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파이낸스

[Policy Radar/보험회계 개선안]원칙모형 사실상 강제…보험사 규제 리스크↑울며 겨자먹기로 원칙모형 선택…"불합리한 감독 행정으로 투자자 이익 훼손" 비판

조은아 기자공개 2024-12-06 10:47:04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3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의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추정시 예외모형 선택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일부 보험사의 실적 및 자본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원칙모형을 적용한다는 계획이지만 불합리하다는 지적 역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도 내년 보험업 전망을 '중립'으로 제시하고 있다. 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무·저해지 해지율 '원칙모형'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외모형을 허용했지만 며칠 만에 사실상 원칙모형 적용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일부 회사가 단기 실적 악화를 우려해 예외모형을 선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입장을 바꿨다. 금감원은 "당장의 실적 악화를 감추고자 예외모형을 선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당장 올해 결산부터 보험계약마진(CSM)이 줄고 보험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역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무·저해지 상품 판매 비중이 높은 회사일수록 타격이 크다.

국내 보험사의 보장성 보험 대비 무저해지 상품 판매 비중을 살펴보면 올 1~6월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각각 66%, 37%로 나타났다. 주요 생보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이 93%로 가장 높았다. 이밖에 대형 생보사는 신한라이프 91%, 교보생명 81%, 삼성생명 67% 순이었다. 손보사 중에선 삼성화재가 6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실적 악화를 우려하면서도 원칙모형을 적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당국 압박에 당초 예외모형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도 원칙모형을 적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등은 초기부터 원칙모형을 적용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보험업계 내부에선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이 처음엔 원칙과 예외라는 선택지를 주고선 이제 와서 원칙모형을 강제하는 건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 역시 제기된다.

일부 보험사는 갑작스런 실적 악화와 자본건전성 하락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반발을 우려하기도 한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 보험사는 12곳(메리츠금융지주 포함)이다. 이들 보험사는 적게는 1%부터 많게는 88%까지 외국인 투자자가 지분을 보유 중이다.

업계 일각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험사, 더 나아가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한다. 불합리한 감독 행정으로 투자자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CSM을 통해 분기마다 인식이 가능한 보험영업이익을 투자 기준으로 삼아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확 바뀐 CSM 인식 기조를 받아들이기가 녹록치 않으리란 판단에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보험사들은 CSM 감소와 자본건전성 훼손 등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실적으로 정보 비대칭에 놓일 수밖에 없는 외국인 투자자는 보유한 국내 보험사 주식의 평가가치 하락 및 향후 실현가능이익의 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2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보험가격 자유화 제도를 무시했다는 비판도 있다. 사실상 당국의 가격 개입이라는 것이다.

해지율 가정을 원칙모형으로 바꾸면 무·저해지 보험의 보험료는 5~15%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저해지 보험은 가입 초기에 해약하면 환급금을 주지 않거나 덜 주는 대신 보험료가 일반보험보다 평균 33%가량 저렴하다. 그런데 해지율 모형을 바꾸면 계약자가 당초보다 덜 해지할 것으로 가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보험사에 부담이 늘어난다. 늘어나는 부담만큼 보험료를 올리는 수순을 밟게돼 판매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