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09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펀딩이 언제 쉬운 적이 있었냐만은 내년 상황은 정말 걱정입니다."계엄령 이슈가 터진 다음날 만난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가 내뱉은 말이다. 말이기보다 탄식에 가까웠다. 3일 밤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자 이 운용사의 경영진은 온라인으로 비상회의를 소집했다고 한다. 소란스러운 새벽 끝에 한국거래소가 주식시장을 정상 개장하겠다고 밝혔지만 4일 오전 펀드매니저들은 누구도 매매를 진행하지 못하고 무섭게 쏟아지는 외국인의 '패닉셀'을 지켜만 봤다.
계엄령은 국내 주식시장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는 트리거가 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미국 대선이 끝나고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일일 거래대금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하루 거래대금을 훌쩍 웃도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100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운용사에는 저점 매수에 따른 수익 회복 낙관이 있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머니무브'는 개인투자자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헤지펀드 시장의 큰 손인 기관들은 최근 자산의 대부분을 ETF에 투자하고 해외 주식 비중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2~3%대에 머물면서 내년에는 이 추세가 더 극명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에쿼티 비중도 의무적으로 가져가야 하기에 투자는 하겠지만 이 역시 소수 상위 운용사 선정에 그칠뿐이다.
일부 운용사들은 부랴부랴 해외주식형 펀드 파트를 강화하고 있으나 '끝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내 헤지펀드 하우스 중 어디가 해외주식 운용을 잘하냐고 물으면 명쾌한 답을 들을 수 없다. 해외주식형 펀드 수 자체도 적지만 현지인 만큼 역량 있는 운용역이 적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투자자의 해외 수요를 잡기 위해 대형 외국계 운용사가 직접 진출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전반적으로 모든 지표들이 국내 헤지펀드 시장의 위기로 귀결되고 있다. 올해를 요약하면 비이성의 장이었다. 내년 운용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에쿼티 롱온리 전략 하우스의 펀드매니저는 "요즘은 매일매일이 지옥같다"고 말했다.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지옥 속으로 어떤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을까. 힘을 잃은 시장을 회복시킬 만한 온기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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