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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리더십 돋보기]'이준기 대표 체제' 태평양, 변화와 도약의 1년 보냈다부서 간 칸막이 제거·매트릭스 체계 도입, 규제 전문가 영입도

최재혁 기자공개 2024-12-24 07:18:29

[편집자주]

올해 로펌업계의 리더십에는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다수 로펌들은 올해 새 대표체제에 돌입했거나 기존 리더십에 다시 한번 힘을 싣는 등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리더십 변화를 발판 삼아 로펌업계는 파트너 변호사들의 세대 교체와 사업 전략 개편, 조직 확대 등을 숨가쁘게 이어오고 있다. 더벨은 주요 로펌들의 리더십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리더십 방향성을 조망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3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말 법무법인 태평양은 새로운 경영진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서동우 대표변호사가 임기를 마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이준기 변호사가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신년사에서 최고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가장 모범적인 직장'이 될 것임을 약속했다.

어느덧 이 대표는 임기 2년 차를 앞두고 있다. 1년간 여러 변화를 시도했다. 글로벌 규제 대응을 위한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고, 부서 간 장벽을 허무는 '매트릭스 조직 체계'도 도입했다. 이 대표의 주력 분야인 M&A 법률자문 실적도 막판 스퍼트를 내는 중이다.

◇'수평적 조직 문화' 탈바꿈, 효율성 제고 목표

민주적인 파트너십 제도는 태평양의 가장 큰 강점이다. 수차례 마라톤 회의를 거쳐 만장일치 의결로 신임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은 태평양 특유의 합리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창립자인 1세대 김인섭 변호사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후배 세대에게 리더십을 이양한 후 현재까지 이같은 문화가 이어져 오고 있다.

올해 이 대표는 내부 조직에 대한 메스를 들었다. 보다 수평적인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함이었다. 가장 큰 변화는 매트릭스 조직 체계 도입이다. 매트릭스 조직이란 내부 구조를 기능과 프로젝트 등 두 가지 이상 차원으로 구성해 복합적인 관리와 협업을 가능케 하는 체제다. 전통적인 수직적 구조에 비해 업무 간 유기적인 협력에 용이하다는 강점을 가진다.

특히 법무법인은 특정 사건에 여러 법률 분야가 걸쳐있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M&A 사건에 대해 기업법, 세무법, 노동법, 경쟁법 등 여러 파트의 변호사들이 협력해 시너지를 내는 방식이다.

태평양 관계자는 "아무리 시스템을 도입하려 해도 기존 구성원들이 잘 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며 "태평양 특유의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매트릭스 조직 체제의 연착륙을 이끈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규제 대응 역량 강화, 기술-법 양측 언어 구사한다

기술 발전과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규제 환경은 법률 시장의 주요 이슈다. 이 대표는 기업과 규제 당국 간의 간극을 메우는 중간다리 역할을 위한 전략적 행보에 집중했다.

올 한 해 태평양은 조의섭 전 국회예산정책처장, 이찬기 전 관세청 차장, 금감원 출신의 김효봉 변호사 등 조세·규제 대응 분야의 베테랑을 영입하면서 해당 영역의 역량을 강화했다.

공정거래 분야에서도 발전을 꾀하고 있다. 2021년에는 한국 로펌 최초로 법경제학센터를 설립해 경제 분석을 기반으로 복잡한 공정거래 문제를 해결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센터는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에서 경제 분석 전문가로 활동한 신동준 고문을 주축으로, 경제학 박사와 전문 연구진들이 참여해 담합, 내부거래, 기업결합 등 여러 이슈에 대한 전문성을 제공하고 있다.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

이 대표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업과 규제 당국 간에 부득이한 괴리가 생길 수 있는데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느낄 만큼 간극이 클 때가 있다"며 "기술과 법, 양측의 언어를 모두 구사해 상호 의사소통을 돕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게 로펌의 사회적 소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M&A 자문' 1분기 주춤, 하반기 반등 성공

이 대표는 M&A 법률자문 분야의 대가로 꼽힌다. 2011년 GS건설의 스페인 수처리 업체 이니마 인수, 2014년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간 2조원 규모 빅딜, 2018년 중국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등 여러 랜드마크 거래를 자문해왔다.

태평양은 이 대표의 리더십 아래 올해도 M&A 법률자문 실적을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더벨 리그테이블 기준 1분기엔 다소 주춤했지만 이후 굵직한 딜 여러 건의 법률자문을 맡으면서 현재 로펌 '톱5' 위치에 안착했다.

가장 큰 딜로는 지난 9월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LCD 생산법인 매각 건이다. 거래규모는 2조257억원에 달했다. 올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의 SK렌터카와 롯데렌탈 등 2건의 렌터카 인수 건에도 법률자문을 담당하게 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파마리서치 경영권 지분 매각, AI 반도체 설계업체인 리벨리온과 SK 계열 사피온코리아의 합병 등에도 법률자문을 제공했다.

임기 2년 차를 맞는 이 대표는 내년에도 올해의 기조를 유지하며 법인의 성장세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인재 육성·영입', '신기술에 대한 이해', '내부 업무 효율 제고' 등 세 가지를 2025년의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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