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소부장 리포트]하나마이크론, 2.5D 패키징 파일럿 라인 구축 '승부수'③연내 기술 개발 마무리, 2026년 말 수익화 예상
김도현 기자공개 2024-12-26 09:03:02
[편집자주]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생태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밸류체인 속에서 최종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보다 때로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곳들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이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각 분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가지거나 나름의 강점을 기반으로 선전하는 소부장업체들이 다수 존재한다.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소부장 기업들의 창업스토리와 사업 현황, 실적과 재무, 지배구조와 향후 전망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4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공정에서 패키징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회로 선폭을 줄이는 등의 전공정 혁신 속도가 느려진 것을 '잘 연결하고, 잘 쌓는' 방식으로 상쇄하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하면서다. 첨단(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이 주목받는 배경이다.국내 대표 후공정(OSAT) 업체인 하나마이크론은 2.5차원(D) 패키징으로 관련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국내 반도체 설계(팹리스) 고객과 협업을 통해 레퍼런스를 확보한 뒤 중장기적으로 해외 팹리스 고객을 발굴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큰 그림 그린다' 국내외 팹리스와 연결고리 기대
하나마이크론이 다루려는 2.5D 패키징은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메모리, 로직 반도체 등을 수평으로 배치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응용처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결합해 만드는 인공지능(AI) 가속기다.
현시점에서는 대만 TSMC가 기술을 리딩하고 있다. 삼성전자, 인텔, SK하이닉스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일부 OSAT 기업도 발을 들이고 있으나 이들과 정면 승부하기는 쉽지 않다. 하나마이크론은 타깃을 달리했다.
이동철 하나마이크론 대표는 "일부 국내 고객들이 2.5D와 유사한 기능들을 문의해왔다. 니즈에 따라 3년 전부터 협업하고 있고, 올해까지 기술적인 부분은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마이크론은 'HIC(Heterogeneously Integrated Chip)'라는 자체 2.5D 패키징을 만들었다. 실리콘 인터포저를 브릿지 다이로 대체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의 '아이큐브 E', 인텔의 'EMIB' 등과 유사한 구조다.
HIC는 완성도가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하나마이크론은 내년 초부터 파일럿(시생산) 라인 투자에 돌입한다. 브릿지 다이에 적합한 장비가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나머지는 기존 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메모리 비즈니스에 강점을 보여온 하나마이크론이 첨단 패키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대표는 "메모리 쪽이라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단수가 높아지는 등 공정 난도가 급격히 오르면서 메모리 파트에서도 고성능 패키징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하나마이크론이 미세 공정을 컨트롤할 능력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2.5D 패키징 구현을 위해 하나마이크론에서 물적분할한 하나더블유엘에스(WLS)도 힘을 보탠다. 이곳은 범프 사업이 주력으로 마이크로 단위 재배선(RDL) 기술을 갖추고 있다. 브릿지 다이 형성에 핵심이다.
이 대표는 "세부적인 투자가 더 필요하다. 기술적인 관점이면 내년 말까지 양산화할 수 있으나 고객이 이를 도입하는 시간도 걸리기 때문에 내후년 말이면 매출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하나마이크론은 관련 특허를 6건 출원, 1건 등록한 상태다. 여기에 국내 팹리스와의 거래까지 발생하면 이를 글로벌 시장의 마케팅 포인트로 삼을 방침이다. 영업 강화를 위해 유럽, 아시아 등지에 현지 인력을 채용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국내 파운드리 생태계가 커지려면 글로벌 OSAT가 있어야 한다. 국내 팹리스만으로 크긴 한계가 있다"면서 "결국 해외 팹리스와의 접점이 필요하다. 아직 외국에서는 우리를 메모리 전문이고 기술력 안 되는 곳으로 안다. 이같은 인식을 깨는 것이 숙제"라고 토로했다.
◇신성장동력 마련 과제, 전력반도체 등 탐색
하나마이크론은 매출처 다변화를 위해 2.5 패키징과 같은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위해 경기 판교연구소를 대폭 강화 중이다. 근무 인력은 초기 10명에서 현재 30명대 중후반으로 3~4배 늘렸다.
구체적으로는 오토모티브 등 새로운 영역을 바라보고 있다. 이 대표는 "전기차에 적용될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실리콘카바이드(SiC) 등 화합물 반도체 수요가 등장하고 있다"며 "하나마이크론 측면에서는 파워 집적회로(IC) 등이 부가가치가 있다. 베트남 등 해외 법인에서 다루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GaN, SiC 등은 전력 효율, 내구성 등에 강점을 보여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반도체 소자로 꼽힌다. 하나마이크론은 관련 부문 사업화를 위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와 협력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성과가 나온다면 완성차업체와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자동차 시장은 신뢰성 문제가 큰 이슈여서 진입장벽이 높다. (하나마이크론은) 관련 인증도 획득했고 파트너십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제 시작 단계라 규모 등을 거론하기 어려우나 어느 정도 해보고 물량이 확보되면 양산 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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