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의 변신, 그래디언트의 바이오]테라펙스 차세대 폐암약 "내성·선택성 차별화, DAC 확장"⑥이구 대표 "TRX-221 내년 기술이전 추진, 2027년 기술특례상장 목표"
한태희 기자공개 2024-12-30 09:09:49
[편집자주]
국내 최초로 전자상거래 개념을 도입한 인터파크. 그래디언트라는 새로운 사명과 함께 유통이 아닌 바이오로의 체질개선을 꾀하고 있다. 여행과 공연 등 기존 이커머스사업부를 야놀자에 매각하고 항암신약 개발기업 '테라펙스',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 기업 '그래디언트바이오컨버전스'를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완전히 바꿨다. 이기형 회장을 필두로 추진하는 그래디언트의 바이오 사업은 어떤 스토리가 있을까. 더벨은 그래디언트 바이오 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인물들을 만나 구체적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3세대 표적치료제로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특정 돌연변이가 생성되는 등 EGFR과 결합하지 못해 약물이 효과를 잃는 내성이 발견된다.그래디언트의 신약개발 자회사 테라펙스는 이같은 특정 돌연변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3세대 내성 문제를 극복한 4세대 폐암 치료제를 개발한다. 현재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으로 초기 임상 경과에 따라 내년 말까지 기술이전을 추진한다.
후속 물질로는 최근 트렌드로 부상한 DAC(항체분해약물접합체)를 개발 중이다. 국내서는 오름테라퓨틱이 작년 말께 BMS에 선급금 1300억원 규모 빅딜을 성사시키며 주목받았다. 더벨은 이구 테라펙스 대표(사진)를 만나 구체적인 임상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사명 변경 후 R&D 키맨 합류, 확고해진 신약 개발 '방향성'
이 대표는 지금의 테라펙스가 탄생하기 이전인 2021년 초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의 CTO(최고기술책임자) 부사장으로 회사에 합류했다. LG생명과학에서 22년 재직한 신약 개발 전문가로 기존 홍준호 대표가 회사를 떠나며 대표직을 넘겨받았다.
전 인터파크, 현 그래디언트그룹은 정통 신약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R&D(연구개발)를 총괄할 키맨을 찾았다. 렉라자 개발 주역이자 현재 테라펙스의 임상연구 분야 자문단을 맡고 있는 조병철 연세암병원 페암센터장이 그를 적임자로 추천하면서 영입이 이뤄졌다.
이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던 와중 조병철 교수로부터 연락을 받고 회사에 합류했다"며 "이후 회사가 인적분할을 거치며 기존 오가노이드 사업부를 분리했고 사명을 바꾼 테라펙스는 정통 신약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개발하는 사업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4세대 EGFR 변이 표적항암제인 'TRX-221'다. 3세대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특정 돌연변이가 생성되는 등 약물의 내성이 발견되는 문제가 있다. TRX-221은 C797S 등 변이된 EGFR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도록 약물을 설계했다.
이 대표는 "EGFR의 와일드 타입(정상 단백질)을 억제하면 피부 발진, 설사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피하려면 기존 억제제 대비 변이된 EGFR에 대한 선택성을 높여야 한다"며 "TRX-221은 세포주 실험 결과 외에도 동물 모델에서 이를 검증했다"고 말했다.
비임상 단계에서부터 특화된 설계로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 통상적인 쥐 유래 세포주 대신 환자로부터 얻은 암 조직을 실험용 생쥐(nude mouse)에 이식해 약물 효과를 평가했다. 독성 및 용량 상승 실험 등 본임상에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대표는 "4세대 치료제의 핵심 타깃은 타그리소(오시머티닙)에 반응하지 않은 C797S 돌연변이 내성 환자"라며 "2차 치료제로 개발 중으로 1상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오면 2상에서는 아미반타맙, MET-TKI, 오시머티닙 등과 병용 임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에서 임상 1a상을 진행 후 ASCO 등 국제 암학회에서 데이터를 발표한다. 1b상부터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임상이 원활히 진행되면 2상 완료 후부터 조건부 허가로 조기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피노바이오 맞손, PROTAC 기반 후속 파이프라인 'DAC'
TRX-221의 뒤를 이을 후속 물질로 차세대 ADC(항체약물접합체)인 항체접합분해제(DAC)를 주목한다. ADC 플랫폼의 약물 전달 시스템에 단백질 분해제를 페이로드로 탑재했다. 앞서 진행하던 PROTAC 및 분자접착제 연구 원리를 기반으로 사업성을 확장했다.
이 대표는 "DAC는 페이로드로 일반적인 톡신이 아닌 디그레이더(분해제)를 사용한 차세대 ADC"라며 "국내에서는 오름테라퓨틱 다음으로 우리 연구개발 단계가 가장 빠르며 후보물질의 전임상은 빠르면 2026년부터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후보물질 발굴 단계로 올해 9월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과제로 선정됐다. KDDF로부터 33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기존 혈액암 치료제에 불응하거나 약물 반응성이 낮은 재발 및 불응성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4월에는 ADC 전문 기업 피노바이오와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맺으며 DAC 치료제 개발을 위한 포석을 뒀다. 테라펙스가 보유한 단백질 분해 역량에 피노바이오의 링커 기술력 등 컨쥬게이션 기술력을 더해 DAC 후보물질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우리의 핵심 역량은 분해제 관련 기술로 초기 연구는 자체 수행한 뒤 향후에는 피노바이오의 ADC 플랫폼을 활용해 협력할 것"이라며 "내년 말까지 후보물질을 내고 이듬해부터 전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RX-221의 기술이전 후 후속 파이프라인의 전임상을 본격화하며 상장을 추진한다. 이에 앞서 외부 펀딩을 유치하는 등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분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테라펙스는 모기업인 그래디언트와 아이마켓코리아가 각각 48.8%, 46.9% 지분을 보유했다.
이 대표는 "내년 하반기까지 TRX-221의 임상 결과에 따른 기술수출을 진행하고 2026년까지 기술성평가를 통과하겠다는 내부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2027년 말까지 상장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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