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주식담보'로 쌓아 올린 AK홀딩스, 조달구조 변경 요원단기차입 의존, 자회사 지분 중심 자산구성 한계…"중·장기차입금 확대 노력"
이민호 기자공개 2025-01-07 08:28:42
[편집자주]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도중 공항시설과 부딪혀 폭발했다. 생존자는 2명이다. 역대 국내 항공기 사고 중 인명피해가 세번째로 크다. 정확한 규모를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제주항공의 평판 리스크는 추락했고 펀더멘털이 흔들리고 있다. 더벨은 이번 여객기 참사가 제주항공의 경영활동, 재무구조, 지배구조 등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3일 15:2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애경그룹의 각 계열사 주가에도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가운데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 조달 구조의 취약점도 드러나고 있다. AK홀딩스는 제주항공과 AK플라자 등 자회사 자금 지원을 위해 차입금을 적극 조달하고 있는데 이 차입금 대부분은 자회사 지분을 담보로 단기 조달한 자금이다.담보로 제공한 자회사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경우 담보여력이 축소돼 조달능력도 감소하며 이는 자회사 지원 능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자회사 지분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AK홀딩스 자산 구조 특성상 조달 방식을 당장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AK홀딩스 측은 중·장기차입금과 회사채 등 조달구조 다변화에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적극적 차입으로 자회사 지원, 자회사 지분 담보 제공
AK홀딩스는 자체 사업이 없는 순수지주사다. 2024년 3분기 누적 별도 기준 영업수익(241억원)은 배당금수익(142억원), 경영자문수수료(42억원), 브랜드사용료(57억원)로 발생했다. 배당금수익의 경우 애경케미칼(73억원)과 애경산업(69억원)이 모두 책임졌다. 제주항공은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2023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343억원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지만 그동안 코로나19 영향이 이어진 탓에 배당을 지급할 여유가 없었다.
AK홀딩스는 그동안 그룹 지주사로서 자회사 지원에 힘써왔다. 특히 제주항공과 AK플라자에 지원이 집중됐다. AK홀딩스는 제주항공에 2020~2022년 3년간 합계 2669억원을 현금출자했고 2023년에는 202억원 규모 AK아이에스 지분 50% 전량을 현물출자했다. AK플라자에는 2023년 791억원을 현금출자했다. 자회사 중 비교적 우량한 애경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자본을 제주항공과 AK플라자로 이동시키는 그룹 내 재분배 작업이었다.
하지만 AK홀딩스의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을 따지면 2022년 164억원, 2023년 147억원에 이어 2024년 3분기 누적 2억원에 머물렀다. 배당금수익 등으로 끌어올린 영업수익만으로는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차입을 끌어다 썼다. 2020년말 1537억원이었던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이 약 4년 후인 2024년 3분기말 4961억원으로 늘었다. 차입금의존도는 48.6%로 상승했다. 전체 자산의 절반을 차입금으로 쌓아올렸다는 의미다.
차입금 조달의 바탕이 된 것은 자회사 주식이었다. 2024년 3분기말 기준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전체 보유주식(4061만8523주·지분율 50.4%)의 85%를 조달 재원으로 활용했다. 72%(2911만3961주)는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14%(556만1462주)는 2022년 9월 발행한 교환사채(EB)의 교환대상으로 각각 제공했다.
애경산업의 경우 전체 보유주식(1190만4812주·지분율 45.1%)의 대부분인 97%(1151만9591주)를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했다. 애경케미칼은 전체 보유주식(2933만6590주·지분율 60.3%)의 절반 정도인 52%(1529만2052주)를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했다.
AK홀딩스가 제주항공, 애경산업, 애경케미칼 주식을 담보로 조달한 차입금은 2950억원이다. 여기에 제주항공 주식이 교환대상으로 걸려있는 EB 미상환잔액 870억원을 더하면 자회사 주식을 재원으로 조달한 합산 차입금은 3820억원이 된다. 총차입금(4961억원)의 77%에 대해 자회사 주식이 활용된 것이다.
◇주가 부진에 차입여력 축소 위험…자회사 주식 비중 높은 자산구성 한계
AK홀딩스가 조달 재원으로 활용한 자회사 주식은 모두 상장주식이다. 상장주식은 시장성 자산이므로 담보로 활용하기 용이하다. 하지만 시장가격(주가)이 하락할 경우 담보가치 하락으로 간주돼 담보(주식)를 추가로 제공하거나 일부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 EB의 경우 조기상환청구가능일 도래 이후 교환대상 주식의 가격이 교환가격을 밑돈다면 조기상환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 제주항공 EB는 이미 2022년 12월부터 교환청구가 가능해진 데다 이번달 2일 종가(7150원)가 교환가격(1만5050원)을 밑돌고 있다.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이후 애경그룹 계열사 주가는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이달 2일 종가 기준으로 약 1년 전인 2023년말 종가와 비교해보면 제주항공은 39%, 애경산업은 33.3%, 애경케미칼은 57.1% 각각 하락한 상태다.
AK홀딩스가 자회사 주식을 조달 재원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상 구성에서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AK홀딩스의 2024년 3분기말 별도 기준 전체 자산(1조211억원)에서 종속·관계기업 투자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85.3%(8708억원)에 이른다. 반면 현금성자산 비중은 0.3%(26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조달 능력을 키우려면 핵심 자산인 자회사 지분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자회사 주식 담보 중심의 조달 방식을 당장 바꾸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AK홀딩스는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다. 총차입금의 65.2%(3235억원)가 단기차입금이며 여기에 유동성 사채(350억원)와 유동성 리스부채(2억원) 등 단기성차입금까지 합하면 총차입금의 72.3%(3587억원)로 불어난다. 차입기간이 장기가 아닌 단기일 경우 현재 낮아진 주가 수준에서 반등이 더디면 차입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AK홀딩스가 그동안 자회사를 지원한 재원이 차입금인 만큼 차입 여력 감소는 자회사 지원 여력의 축소로 이어진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주식담보대출에서의) 마진콜 이슈는 현재 전혀 없다"며 "단기차입금과 주식담보대출 위주의 차입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중·장기차입금을 확대하거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금융시장에서 조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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