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 새내기주 진단]'상장 4년차' 퓨런티어, 높아진 실적 변동성2022년 상장 후 지난해 첫 연간 적자…수주잔고 회복 관건
김지원 기자공개 2025-01-09 10:33:37
[편집자주]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도입한지 20년이 됐다. 연간 코스닥 신규 상장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기술특례 상장기업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장 후 일정 기간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을 둔 부분이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매출 요건을 5년간, 법차손 요건을 3년간 충족하지 못해도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었다. 기술특례기업은 자생력을 갖췄을까. 더벨이 기술특례 새내기 기업의 성장 길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8일 16:1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메라 모듈 자동화장비 기업인 퓨런티어는 2022년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올해 상장 4년차를 맞이한다.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 만료를 1년여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 변동성은 커지는 추세다.상장 이후 꾸준히 영업이익을 냈던 퓨런티어의 실적은 지난해 주춤했다.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비사업부의 수주잔고가 감소한 탓이다. 외형이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4분기 실적을 합산해도 연간 적자 전환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실적은 전방시장의 수요 회복에 따른 수주 확보에 달려있다. 퓨런티어의 핵심 엔드유저인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판매량이 늘어나 카메라 모듈 생산업체들의 투자가 다시 활발해져야 장비공급사인 퓨런티어의 수주고도 회복되는 셈이다.
◇전방 시장 투자 위축, 외형 급감
퓨런티어는 카메라 모듈 관련 자동화장비 전문 기업이다. 2009년 5월 설립돼 2022년 2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사업 부문은 크게 장비사업부와 부품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장비사업부는 자동차 전장용 카메라 조립·검사장비, 부품사업부는 자동화 공정 장비용핵심 부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상장 전이던 2021년 장비사업부 매출 비중은 44%로 부품사업부(56%)보다 작았으나 2022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역전됐다. 2022년 말 LG이노텍이 신규 고객사로 편입됨에 따라 전장용 카메라 장비의 매출이 크게 성장하며 해당 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9.7%까지 커졌다.
기술특례 기업 중에서는 드물게 꾸준히 영업이익을 시현했다. 상장 첫 해였던 2022년에도 3분기를 제외하고는 매 분기 영업이익을 내며 연간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전방산업의 투자 증가와 전년 신규 고객사 확보 영향으로 역대급 실적을 냈다. 2023년 퓨런티어의 매출은 465억원, 영업이익은 7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3%, 33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79.6% 증가해 76억원을 기록했다. 상장 당시 제시했던 매출 추정치(464억원)과 당기순이익 추정치(68억원)를 넘어선 수치다.
지난해에도 상반기까지는 매 분기 영업이익을 냈으나 3분기부터 실적에 제동이 걸렸다. 퓨런티어는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매출 30억원, 영업손실 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2.2%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해당 분기의 적자 여파로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1억원에 그치며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퓨런티어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건 2022년 3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지난해 실적 성장을 이끌었던 장비사업부의 수주잔고가 대폭 감소한 여파다. 퓨런티어와 같은 장비회사 매출의 핵심은 수주잔고인데 지난해 최종 고객사의 생산·판매가 둔화되며 신규 장비 수주의 공백이 생겼다.
퓨런티어의 경우 PO(구매 주문) 기준 매출 인식까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이 소요된다. 2022년 말 139억원이던 수주잔고는 지난해 2분기 말 46억원으로 급감하며 3분기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로 이어졌다.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37억원으로 더 감소했다. 4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도 큰 차이가 없어 올해 상반기까지는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퓨런티어 관계자는 "지난해 전방산업의 투자가 많이 이뤄지지 않은 여파로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직 확실한 반등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자율주행 규제완화시 전방산업 '숨통'
2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내긴 했지만 매출 구조와 사업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퓨런티어가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 일반적인 코스닥 기업은 연간 매출 30억원 미만이거나 자기자본 50% 이상의 법인세차감전순손실이 최근 3년간 2회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상장 당해를 포함해 5년간 매출 요건, 3년간 법차손 요건을 면제받는다.
퓨런티어의 경우 상장 첫 해부터 매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어 매출 요건은 이미 충족하고 있다. 지난해 핵심 사업부인 장비사업부 매출이 크게 감소하기는 했지만 부품사업부가 모회사 하이비젼시스템에 납품을 진행하고 있어 일정 수준의 매출은 안정적으로 확보된다.
법차손 요건 면제 기간은 지난해 만료돼 올해부터는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급감했던 수주잔고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 올해 상반기까지는 2023년 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달 출범하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자율주행 규제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자율주행차 생산이 확대되면 퓨런티어의 주요 고객사인 국내외 카메라 모듈 생산업체의 투자도 다시 늘어나 장비사업부의 수주잔고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종 고객사인 테슬라의 상반기 신규 저가모델 출시, 내년 로보택시 양산이 계획대로 이뤄지는지 여부에 따라 퓨런티어의 올해 이후 실적 방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도 퓨런티어의 수주 확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공개한 리포트에서 "자율주행 시장 연평균(2024~2028F) 성장률은 40%를 상회할 전망으로 산업 특성상 자율주행 시장의 레벨 업그레이드와 완성차 업체의 효율성, 안정성 니즈로 카메라 센싱과 모듈 수혜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2025년 신규 수주 확대 시 실적 레벨업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앞선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량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전장용 카메라 장비를 생산하는 장비사업부의 매출은 우상향할 것으로 본다"며 "고객사들의 요구에 따라 제품의 소형화, 자동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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