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넥스트 오너십]동성제약, 오너 조카 경영승계…젊어진 조직 '혁신 승부수'①'금융맨 출신' 3세 나원균 대표 전면에, 조달다변화 통한 실적개선 과제
정새임 기자공개 2025-01-14 08:42:13
[편집자주]
국내 제약사들은 창업세대를 넘어 2세, 3세로 전환되는 전환점에 진입했다. 공교롭게도 '제네릭'으로 몸집을 불린 업계가 공통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다. 새로운 오너십을 구심점으로 신약개발·투자·M&A·오픈이노베이션 등에 나서고 있다. 이들 후계자들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제약사 더 나아가 국내 제약업계의 명운이 갈린다. 더벨은 제약사들의 오너십과 전략 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3일 14: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성제약이 1986년생 젊은 오너 3세 대표이사를 앞세우며 변화를 꾀한다. 기존 오너 체제에 갇혔던 매출 정체와 재무지표 악화, 오너리스크를 타개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정기인사 시즌이 아닌데도 내외부적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20년 회사를 이끌었던 오너 2세 이양구 회장 대신 조카 나원균 대표를 전면에 내세웠다.금융맨 길을 걸었던 나 대표의 강점을 살려 동성제약은 다양한 조달전략으로 신사업 추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 제품과 내수에 갇혀있던 동성제약의 본격적인 체질개선이 시작된다.
◇입사 6년차 만에 경영 전면 선 3세, 새 수장 대두 필요성 증가
동성제약은 지난해 10월 이양구 회장에서 나원균 부사장으로 대표이사를 변경하며 본격 3시 경영 시대 개막을 알렸다. 곧이어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계사 출신 원용민 씨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오너 3세로의 경영승계와 함께 새 경영진을 꾸리는 차원이다.
나 대표는 1986년생, 원 이사는 1988년생으로 경영진 연령이 크게 낮아졌다. 이 회장 체제 시절에선 나 대표 외 사내이사는 없었고 미등기임원 부사장 2명은 각각 1958년, 1964년생이었다. 기존 부사장들보다 최대 30년 젊은 인물이 사내이사에 오르게 됐다.
이 회장은 2001년부터 23년간 동성제약을 이끌었던 오너2세다.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하며 경영 의지를 보였다. 그랬던 그가 7개월 만에 대표이사직을 넘긴 건 체질개선을 위한 고육책과 같다.
이 회장에 대한 리베이트 혐의 1심 유죄판결과 이 여파로 이어진 기업가치 훼손 등이 경영진 교체에 영향을 미쳤다. 내부적으론 이어진 매출 정체와 적자기조로 경영활동이 어려워졌다. 그간 신사업을 이끌어온 나 대표를 전면에 세워야 할 대내외적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대신 이 회장은 사장에서 회장으로 승격해 후방 지원에 나선다.
이 회장 자녀가 아닌 나 대표가 경영승계 대상이 된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나 대표는 이 회장 누나인 이경희 오마샤리프화장품 대표의 아들이다. 삼촌이 조카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것이다.
물론 경영 일선에 섰던 오너3세는 나 대표가 유일했기에 자연스러운 전개다. 하지만 이 회장 자녀가 회사경영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그의 장남도 회사에 입사해 영업부서를 돌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회장은 슬하에 장남 이용훈 씨와 차남 이용준 씨를 두고 있지만 나이가 어려 경영 전면에 서기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두 아들은 장남이 1991년생, 차남이 1997년생이다. 1986년생인 나 대표와 장남과는 6살 차이가 난다.
나 대표도 경영 전면에 서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그는 미국 에모리대에서 응용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2013년부터 6년간 한국주택금융공사에 근무했다. 2년간 금융위원회 금융정첵과로 파견돼 근무한 이력도 있다.
2019년 동성제약으로 옮기기 전까지 그는 실무자 직급이었다. 동성제약에선 국제전략실 실장을 맡고 입사 3년 만에 이사회에 올랐다. 지난해 실장에서 부사장, 그리고 대표이사까지 초고속 승진했다.
◇금융종사자로 다양한 조달정책 구사, 빠른 매출확대 '키'
아직 나 대표의 경영능력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강점은 명확하다. 법학 출신 이 회장과 달리 나 대표는 금융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다. 대표이사를 맡은 직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도 금융업계 종사자를 신규 경영진으로 영입하고 조달 제한을 변경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원용민 이사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국어학을 전공한 공인회계사다. EY한영회계법인을 거쳐 수앤파이낸셜인베스트먼트 PE본부, 헤지펀드운용사인 밸류시스템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 등에서 근무했다.
이 회장의 경우 첫 직장이 동성제약으로 2001년부터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신성장동력을 추진하는 데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여전히 기존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오랜 기간 이어진 영업적자로 신사업에 투자할 현금 곳간도 넉넉치 않은 상황이다.
2023년 흑자전환을 이뤘던 동성제약은 2024년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9월 누적 매출액은 6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줄었고 영업이익은 12억원 흑자에서 2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작년 9월 기준 현금성자산은 단 9억원이다.
나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침체기에 빠진 동성제약의 체질개선을 이루는 일이다. 그동안 신사업 발굴에 힘썼던 그는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메자닌 등 외부자금을 동원할 전망이다. 지난해 정관변경으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를 각각 4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지난해 제32회차 BW를 조기상환하고 보통주 68만8073주를 대상으로 34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EB)를 신규 발행했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은 상황에서 재무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물론 최대주주 경영권을 위협받을 우려가 있어 조달정책을 공격적으로 쓸 여유는 없다. 동성제약의 경우 최대주주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이 21% 정도다.
결국 적절한 조달을 토대로 매출 확대를 이뤄 재무구조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나 대표가 빠르게 매출을 낼 수 있는 ESG 비즈니스를 택한 배경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게 금식실 발암물질 '조리흄' 저감 사업이다. 고온 조리 시 발생하는 폐암유발인자 조리흄을 낮출 수 있는 주방용 공기살균청정기를 개발해 친환경 B2B 비즈니스에 돌입했다. 인체 무해한 이산화염소수를 수처리제로 활용하는 개발도 진행 중이다.
수출 증가 속도를 올려야 하는 과제도 있다. 나 대표가 해외진출에 공들이면서 수출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22년과 2023년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서 18%로 증가했다. 다만 수출이 확대되는 속도보도 내수 매출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빨라 전체적인 매출 규모는 쪼그라들었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신사업을 도맡았던 나 대표가 전면에 서게 된 것"이라며 "젊은 경영진으로 꾸려지면서 내부적으로 많은 활동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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