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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한국물 RFP 배포 기준에 IB '볼멘소리' 주관 순위 10위까지 컷…기회 제한에 "아쉬움"

이정완 기자공개 2025-01-17 08:19:37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3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공사가 연초 글로벌본드 주관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국내외 IB(투자은행)을 가리지 않고 아쉬운 소리가 나온다. 한국전력이 사실상 한국물 주관 순위 상위 10개 기업을 한정해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전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공기업이 국내 외화채 주관 순위 20위 이내 기업에만 RFP를 보내고 있다. 토종 IB는 물론 한국물 시장 진입을 노리는 글로벌 IB까지 경쟁 기회조차 제공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물 성장 노리는 글로벌 IB…기회조차 못 얻어 '울상'

13일 IB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이달 초 외화채 발행을 위해 글로벌 IB에 RFP를 배포했다. 한국전력은 한국물 주관 순위를 기준으로 약 15위까지 RFP를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한국전력 글로벌본드 주관을 맡지 못하는 글로벌 IB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0여곳에만 보낸 셈이다. 한국전력은 여전히 석탄 발전량이 전력 생산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석탄 발전이 ESG 추세에 반하는 만큼 일부 글로벌 IB는 주관을 피한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전력은 통상 4~5곳으로 주관사단을 꾸리는데 결국 RFP를 보낸 IB 중에서 절반만 추리겠다는 의미"라며 "경쟁을 제한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매년 10억달러 이상 발행하는 대형 이슈어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AA급 글로벌 신용도를 보유한 한국전력은 2023년 10억달러 규모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더니 지난해 초에는 12억달러로 규모를 키웠다. 올해도 차환 규모를 고려하면 10억달러 이상 발행이 점쳐진다.

외국계 IB 중에선 한국물 주관 순위를 기준으로 삼는 점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한국물은 국내 발행사가 찍는 채권을 전세계 시장에서 판매하는 건데 세일즈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글로벌 주관 순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최근 수년 동안 한국물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새롭게 육성을 꾀하는 글로벌 IB 입장에선 더욱 안타까울 만하다.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간 300억달러 내외였던 한국물 발행량은 지난해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지점을 차리거나 한국물 인력을 영입하는 IB가 생기고 있다. 이들은 주관사 선정 기회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기준 없던 해진공도 주관 순위로 '제한'

한국전력만 이 같은 기준을 세워놓은 게 아니다. 국책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기업이 한국물 주관 순위 15위 혹은 20위 이내에만 RFP를 보내는 실정이다. 홈페이지에 입찰공고를 올려 주관사를 정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를 제외하면 필요한 주관사 수의 3배수 정도만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

올해 들어 달라진 공기업도 있다. 한국물 시장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은 지난해 발행까지는 RFP 배포에 기준을 세워두지 않았다. 2023년 한국물 데뷔전을 치른 해진공은 지난해에도 발행을 지속하며 정기 이슈어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역시 발행 준비에 나섰는데 다른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주관 순위 특정 범위 이내에만 RFP를 보냈다.

글로벌 IB도 공기업 외화채 발행에 참여하기 어려울 정도이니 토종 IB는 사정이 더 좋지 않다. 마찬가지로 시장 성장에 따라 한국물 시장 확대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주관 경쟁에 뛰어들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KB증권이 한국물 주관 순위 21위로 가장 높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은 모두 20위 밖에 자리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해진공 사례를 봐도 공기업 사이에서 이 같은 선정 기준이 확산되는 듯하다"며 "주관사 선정에서 떨어지더라도 RFP를 받아보고 싶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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