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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서 진행중' 삼성의 신약, 그룹 설득할 '투톱'에 쏠린 눈 물질·인프라는 준비 완료, 그룹 인사 고한승 사장-에피스 김경아 대표 의지 주목

김성아 기자공개 2025-01-16 10:14:43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5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서 가장 궁금해하는 지점이 바로 삼성그룹의 신약 개발 가능성이다. 제조업 그리고 시밀러로 소위 돈 되는 바이오부터 시작한 삼성그룹의 지향점은 결국 신약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은 신약 가능성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시화 된 무언가는 없었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중심으로 조용히 보이지 않게 자체 신약 발굴을 추진했다. 그리고 올해 신약 물질 본임상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삼성그룹 수뇌부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신임 대표가 된 김경아 대표 그리고 삼성전자 미래사업단으로 이동한 고한승 사장 등이 그룹을 설득하고 드라이브 걸수 있는 의지 등이 주목된다.

◇준비된 신약 ‘중추’ 삼성바이오에피스, 본격 개발 성과 기대감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의 양대 축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각각 제조와 연구개발(R&D)로 역할을 분담했다. 신약개발은 양사가 모두 지향점으로 삼고 있지만 보다 더 가까운 쪽은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설립 단계부터 삼성표 신약 개발의 중추 기지를 자처했다. 다만 리스크를 줄이고 일단 돈부터 벌어 재무 체력을 다지는 차원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먼저 선택했다.


신약 역량을 갖춘 빅파마와의 협업을 통해 신약 개발 진출을 꾀하기도 했다. 2017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일본 다케다 제약과 ‘리스크 쉐어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급성 췌장염 신약 후보물질 ‘SB26(다케다명 TAK-671)’ 공동 개발에 나섰다. 이듬해 미국 임상 1상에 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SB26 임상 1상은 2020년 이후 업데이트가 멈췄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현재 SB26은 개발을 보류 중”이라며 “다케다 제약과 공동 개발을 위한 조율 등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B26 사례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서 자체 개발의 필요성을 실감케 했다. 이후 2022년 기존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본부와는 차별화된 성격을 가진 ‘선행개발본부’를 신설했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외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도 진행됐다.

선행개발본부는 작년 말 개발본부로 통합, 1본부와 2본부로 나뉘어 R&D 업무를 맡고 있다. 1본부는 순수 개발을, 2본부는 임상 허가 분야를 담당한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ADC와 유전자치료제(GT) 모달리티의 신약 후보물질을 추린 것으로 파악된다. 모두 삼성그룹이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투자한 기업들의 핵심 기반 기술이다.

후보물질 선별 작업을 마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임상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일부 후보물질에 대해 전임상을 마치고 연말까지 국내외 규제기관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는 것이 내부 목표다.


본임상 수행을 위한 자금도 마련돼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시한 2024년 3분기 누적 재무제표를 감안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대략 27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도 1268억원 대비 두배가량 많은 규모다.

2023년부터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기 시작하면서 연간 2600억원 안팎의 영업활동 현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지출된 경상연구비는 연평균 579억원가량으로 현재 확보된 현금성자산과 영업현금흐름을 통해서도 충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임상과 생산도 그룹 내에서 해결 가능하다. 삼성그룹은 성균관대 의과대학과 종합병원 네트워크 삼성의료원이라는 임상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의약품 생산 기지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부터 ADC 생산에 돌입하고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도 염두에 두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과거 바이오 산업에 진출했을 당시에도 미래 전략에는 신약 개발이 있었다”며 “올해는 그룹 내 바이오에 대한 영향이 확대된 만큼 신약 개발 등 기존 사업 전략에 대한 경쟁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바이오 ‘그립력’ 유지하는 고한승, 탄력 받는 신약 개발

하지만 신약 본임상에 돌입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지속할 수 있는 건 결국 삼성그룹의 의지에 달려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신임 대표이사가 된 김경아 대표가 이를 뚝심있게 끌고 갈 수 있는지가 1차적인 문제가 그 다음은 삼성그룹이 자체신약개발을 실패를 감안하고라도 돌입할 의지가 있는지가 문제다.

현재로선 취임 2개월 차에 불과한 김 대표의 의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김 대표는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CEO라는 점 등을 고려하는듯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진 않다.

다만 최근 신년사를 통해 '제 2의 도약'을 강조한 점에서는 바이오시밀러 이후 전략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기존 체제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전략을 세우고 있는만큼 도전 정신이 필요한 신약개발에 나설 지는 미지수다.

그룹을 설득할 인물은 삼성그룹 신사업의 첨병 ‘미래사업기획단’의 수장인 고한승 사장이 떠오른다. 그는 고(故)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삼성그룹 바이오의 기틀을 닦아온 인물이고 이재용 회장과도 소통이 가능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미래사업기획단은 바이오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미래 먹거리를 다룬다. 고 사장 역시 전공 분야인 바이오 말고도 다양한 산업군에서 미래 사업을 발굴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고 사장이 바이오 전문가인데다 한국바이오협회를 이끌고 있는 수장인 만큼 미래사업을 찾게 된다면 바이오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 사장은 국내 바이오 업계 내 영향력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된다. 그는 2021년 한국바이오협회 7대 회장으로 올라선 이후 첫 임기 2년 동안 회원사를 크게 늘리면서 국내외 바이오텍에 대한 막강한 장악력을 보였다. 2023년 8대 회장으로 연임에 성공한 고 사장은 2026년까지 9대 회장으로 역할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 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 김 대표와는 같은 삼성종합기술원(현 SAIT) 출신으로 줄곧 손발을 맞춰왔다는데 주목된다. 두 사람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이후에도 줄곧 합을 맞춰왔다. 김 대표는 7년 넘게 QE(Quality Evauation)팀 총책을 맡는 등 개발 업무를 주도한 R&D 전문가이기도 하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김 신임 대표는 R&D 전문가로 이전부터 고 사장의 후임으로 거론됐던 인물”이라며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임무를 가진 고 사장과 김 신임 사장간 네트워크는 신약 성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룹의 의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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