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1세대 생존기]'레이저 외길' 이오테크닉스, 응용분야 진출 묘수①글로벌 점유율 확보, 반도체 전·후공정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기룡 기자공개 2025-01-22 09:54:46
[편집자주]
코스닥이 개장한지 30년 가까이 흘렀다. 1세대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상장폐지된지 오래다. 산전수전을 겪으면서도 20여년 넘게 시장에서 살아남은 상장사에는 어떤 내공이 숨어있는 걸까. 더벨이 신년을 맞이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50위권 내에 포진해 있는 알짜 코스닥 1세대 기업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6일 07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오테크닉스는 1989년 성규동 회장이 설립한 기업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펜 타입 레이저마커'를 선보였다. 개발 완료 이후에는 법인화를 진행했다. 기업공개(IPO) 이전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필리핀 지사를 시작으로 미국과 싱가포르, 대만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코스닥에 입성한 2000년 당시 이미 글로벌 시장 점유율 최상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상태였다. 성공적인 IPO 이후에는 마킹 기술의 적용 범주를 반도체에 한정하지 않고 디스플레이 등으로 넓혔다. 레이저 응용분야로도 진출했다. 전방사업의 부진에도 누적된 기술 경쟁력을 발판삼아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펜 타입 레이저마커' 세계 첫 개발, 코스닥 입성 원동력
이오테크닉스는 대우중공업 기술연구소 출신의 성 회장이 설립한 기업이다. 사명에 전자광학(EO: Electro-Optics)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레이저가 지닌 범용성을 멀리 내다봤다. 정보통신(IT) 기술의 성장과 함께 레이저 마킹 수요가 확대되자 성장 기회라는 판단을 내렸다.
레이저 마킹은 반도체 후공정 과정에 이뤄지는 작업 형태다. 반도체에 레이저를 활용해 영구적으로 문자와 로고를 새기는 단계를 의미한다. 초기에는 마킹틀을 이용해 문자와 로고를 박았다. 다만 다양한 반도체 구조에 따라 매번 다른 마킹틀을 제작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존재했다.
이오테크닉스가 1993년 세계에서 처음 펜 타입 레이저마커를 선보인 후 사정은 달라졌다. 마킹틀 없이 글자와 모양을 새길 수 있는 데다 비반도체 분야 전자제품과 공구, 액세서리 등 다양한 물품에도 마킹이 가능했다. 덕분에 펜 타입 레이저마커는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요가 확인되자 1998년 9월에는 지사 형태로 필리핀에 진출했다. 이어 미국(EO Technics Internatioal Inc)과 싱가포르(EO Technics Singapore), 대만(EO Taiwan) 등지에도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설립된 미국·싱가포르 현지법인은 지금까지도 실적에 보탬이 되는 곳들이다.
발 빨랐던 해외 진출은 이오테크닉스가 당시 독일 기업이었던 로핀-시나르와 반도체 레이저 마킹 시장에서 2강 체제를 형성할 수 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2000년 말 기준 이오테크닉스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8.9%로 1위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로핀-시나르가 37.9%로 뒤를 이었다. 최근까지도 이오테크닉스는 60%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외 수요를 토대로 2000년 8월 24일에는 IPO를 단행했다. 당시 이오테크닉스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자금 258억원 가운데 214억원이 시설자금에 배정됐다. 신규 생산설비 확충을 위해 토지 계약·잔금과 공사비, 기계설비 대금을 납부하기 위한 목적이다. 수요에 걸맞은 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비레이저 부문 투자 후 부침, 본업 역량 고도화 '선회'
이오테크닉스는 IPO 직후 포트폴리오 확보에 부침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2000년 윈텍과 메소드아이 지분을 각각 50%, 42.5% 확보한 게 대표적인 행보다. 모두 레이저와 무관한 기업이었는데 단순투자 목적이 아닌 경영참가 성격의 투자였다. 취득금액은 각각 13억원, 10억원이다.
결과론적으로 두 계열사 모두 시너지를 발휘하는데 실패했다. 윈텍은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전환한 뒤 20여년이 지나 시세 차익을 거뒀지만 메소드아이는 사정이 달랐다. 지분법평가손실이 가중되던 중 구조조정 과정을 밟았다. 이후에는 동종업체(NHS)에 흡수합병되는 방식으로 해산됐다.
부침 이후에는 다시 레이저 영역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열사를 만들더라도 시너지를 염두했다. 3년 전 청산 절차가 이뤄졌던 인쇄회로기판(PCB) 임가공 전문 계열사 레비아텍이 주된 사례다. 상장 후 지속 하락하던 시가총액도 다시 레이저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한 2005년 즈음부터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기존 반도체 생산 장비로 분류됐던 레이저 마커도 디스플레이 등으로 확대·적용하기 시작했다. 누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드릴링(홀을 가공하는 기술), 트리밍(전극 등을 절연하는 기술), 커팅(스트립 등을 절단하는 기술) 등 레이저 응용분야로 저변을 넓혔다. 기술 노하우는 곧 삼성전자 등 전방기업으로의 수주로 이어졌다.
덕분에 이오테크닉스는 2014년부터 대부분의 기간동안 시가총액 1조원대를 유지했다. 전방사업의 부진 때문에 2018년 한때 시가총액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5000억원대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한 번 레이저 응용분야의 범주를 반도체 전공정에 해당하는 어닐링까지 확대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겼다.
레이저 어닐링은 온도차로 불량이 많았던 기존 방식(급속 어닐링)의 단점을 개선한 기술이다. 반도체 웨이퍼의 수율 하락을 방어하고 전도성을 향상시키는데 특화돼 있다. 이오테크닉스는 현재 해당 기술을 공동개발한 삼성전자를 포함해 주요 고객사들에게 본격적으로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전방사업 침체에도 지난해 말 1조7000억원대 시가총액을 유지할 수 있던 배경이다.
이와 관련 더벨은 이오테크닉스에게 과거 및 현재의 행보에 대한 의견을 얻고자 수 차례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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