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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1세대 생존기]'과감한 재투자' 리노공업, 시총 3조 달성 원동력①반도체 테스트 부품 입지 구축, 녹산·미음 이어 에코델타시티 생산거점 마련

전기룡 기자공개 2025-01-16 08:47:25

[편집자주]

코스닥이 개장한지 30년 가까이 흘렀다. 1세대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상장폐지된지 오래다. 산전수전을 겪으면서도 20여년 넘게 시장에서 살아남은 상장사에는 어떤 내공이 숨어있는 걸까. 더벨이 신년을 맞이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50위권 내에 포진해 있는 알짜 코스닥 1세대 기업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노공업은 1978년 설립된 리노공업사가 전신이다. 법인화는 1996년 이뤄졌다. 반도체 테스트 부품 전문기업으로의 전환과 맞물린 행보다. 반도체 검사체계가 고도화되는 추세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반도체 테스트핀과 테스트소켓을 자체 개발했다. 사명을 담아 각각 '리노핀', '리노소켓'이라는 자체 브랜드도 만들었다.

기업공개(IPO) 시점은 2001년으로 코스닥 1세대 기업으로 꼽힌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본업의 생산거점을 확보하는데 매진했다. 반도체 테스트 부품이 소모품에 해당했던 만큼 생산량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오랜 기간 한 우물만 판 덕분에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리노핀과 리노소켓은 지금도 리노공업의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주요제품이다.

◇반도체 검사체계 고도화, 제품 라인업 2만개 확보

리노공업은 부산광역시 내에서 공업사 형태로 운영됐다. 이후 수입에 의존해오던 반도체 테스트 핀과 테스트 소켓으로 눈을 돌렸다.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국내에서 처음으로 양산화에 성공하자 1996년 법인화에 나섰다. 자체 브랜드인 리노핀과 리노소켓을 본격적으로 제조·판매하기에 앞서 내린 결정이다.

수시로 발전하는 반도체 기술력에 발맞춘 행보였다. 당시는 인쇄회로기판(PCB)이 고다층·초박막·초미세 패턴화 되던 시기였다. 이전에는 PCB에 문제가 발생할 시 수작업으로 수정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구조가 복잡해지자 전방기업들은 수리보다 공정별로 완벽한 검사체계를 수립하는데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전방기업들이 검사체계를 고도화하던 추세는 반도체 테스트 부품의 수요 확대로 이어졌다. 리노공업도 주요 고객사들의 수요를 충족하고자 2001년 12월 18일 IPO를 단행했다. 반도체 테스트 부품이 '소모성 및 부자재 성격의 고부가가치 사업'에 해당했기 때문에 외부자금을 유치해 신규 생산거점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채산성을 높이는 작업이 요구됐다.

당시 증권신고서에도 리노공업의 의중을 확인할 수 있다. 공모자금 92억원 가운데 40억원을 녹산지구 내 조성하고 있던 신축공장의 잔금 등을 치르는데 사용했다. 신축공장 내 연구개발시설 투자 목적으로도 13억원을 배정했다. 당시 자기자금 110억원의 48.4%에 해당하는 53억원을 재투자한 셈이다.

다소 과감했던 재투자는 전방산업의 침체와 맞물려 상장 직후 663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을 한때 200억원대까지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다시 시가총액이 상장 직후 수준으로 회복한 시점은 신축공장이 준공된 2004년 즈음이다. 이듬해 신축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자 연초 700억원 수준이었던 시가총액이 그해 말 1400억원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

소모품인 주요 제품의 생산량 증대와 함께 그간 추진해온 연구개발 활동도 주효했다. 당시 반도체 생산설비의 수명은 약 4년이었다. 짧은 싸이클에 발맞춰 새 라인업을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리노공업은 오랜 업력 덕분에 이미 2만여개의 라인업을 확보한 상태였다. 여기에 기존 제품 대비 테스트 역량과 내구성을 끌어올린 신제품도 개발·완료했다.


◇전방사업 점진적 확대, 의료기기 '새 먹거리'

리노공업은 이후에도 생산력 증대와 기술력 확보에 집중했다. 2012년 부산시 강서구 녹산동 미음지구 내에 신규시설을 투자를 단행한 게 대표적인 행보로 언급된다. 당시는 스마트폰 신제품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던 시기다. 주요 고객사의 잦은 개발 덕분에 최종 테스트 공정에 사용되던 리노핀과 리노소켓의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선제적인 투자 덕분에 리노공업은 미음지구 내 공장에서 리노핀을 연간 1억개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 그 결과 2013년 당시 별도기준 800억원대였던 매출액이 2022년 3224억원까지 매년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3351억원에서 3조226억원으로 10배가량 뛰었다. 전방사업이 스마트폰을 넘어 생활밀착형기기까지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리노공업은 견조한 수익성 하에 다시 한 번 생산거점을 확충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이사회 자리에서 '부산 에코델타시티 신규공장 시설투자 결정의 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같은 해 5월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에코델타시티 산업시설용지 산업33블록을 매입하기로 결정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부지 매입에만 745억원을 써냈다. 여기에 공사비 등 972억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공사는 오는 2026년 11월까지 대지면적 7만2519㎡에 연면적 6만955㎡ 규모의 신축 공장을 준공하는 게 목표다. 생산능력 증대와 함께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해 선도기업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 하에 이뤄진 결정이다.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제품이 본격화된 점과 맞물린 행보로 풀이된다. 리노산업의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퀄컴, TSMC 등이 기존 반도체 역량을 활용해 스마트폰이나 PC에 AI 기능을 담기 위한 연구개발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리노핀과 리노소켓이 신규 디바이스에 대응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생산량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리노공업은 리노핀과 리노소켓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의료기기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2020년 당시 기존 공장에 의료부문 전용 생산거점을 추가했다. 반도체 테스트 분야를 영위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초음파진단기 분야를 두드리고 있있다. 현재 의료부문의 매출비중은 약 10%선이다.

더벨은 리노공업에게 과거 행보에 대한 의견을 얻고자 수 차례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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