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 보험사는 지금]메리츠화재, MG손보 인수전 완주할까④리스크 없지만 시너지도 글쎄…실사 결과 주목
조은아 기자공개 2025-01-21 12:55:27
[편집자주]
경쟁 심화와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화려한 외형 성장 이면에 늘 그림자처럼 우려가 따라다녔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요인들이 중소 보험사에겐 더더욱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생보사나 손보사 모두 '빅5'에 들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높다. 더벨이 국내 중소 보험사들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7일 07시11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보험 시장이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중소형 보험사, 그리고 대형과 중형 사이에 있는 보험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10년 만에 인수합병(M&A)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증권은 M&A 성공, 보험은?
메리츠금융이 마지막 M&A에 나선 건 2014년이다.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해 메리츠증권(당시 메리츠종금증권)과 합병했고 2015년 통합 증권사로 공식 출범했다. 메리츠증권은 1400억원대 순이익을 내는 알짜 증권사였지만 외형 확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합병을 통해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1조원 규모의 10위권 증권사로 도약했다.
이후 10년 사이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자기자본 6조원 규모로 자기자본 기준으로는 6위, 순이익 기준으로는 2022년과 2023년 2위를 차지하는 등 규모는 물론 수익성 측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으로 거듭났다.
그간 잠잠하던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8월 M&A 시장에 '깜짝' 등장했다. 메리츠화재를 통해 MG손해보험 인수전에 참가하면서다. 메리츠화재 차원에서는 2008년 제일화재 인수 시도 이후 16년 만이다.
MG손보는 앞서 네 차례나 매각이 실패하면서 애물단지로 여겨졌다. 보험 시장의 구조적 성장 정체, 회계기준 변경 등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영지표도 점차 악화되고 있어 사실상 주인을 찾는 게 어렵다는 관측도 나왔다.
메리츠화재가 등판한 이유는 뭘까. 메리츠화재 총자산은 40조6000억원, MG손보 총자산은 4조2000억원이다. 보험사의 수익구조는 보험수익 못지않게 투자수익 역시 중요하다. 10%가량 자산을 늘리면 그만큼 투자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된다.
양사의 보험 포트폴리오 구성이 비슷한 만큼 인수 이후 포트폴리오 통합에도 유리하다. 두 곳 모두 원수보험료에서 장기보험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안팎을 오간다.
MG손보 정상화를 위한 투자 부담도 메리츠화재에게는 그리 크지 않다. MG손보를 인수할 경우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자금이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투입 등을 고려하면 실제 투입해야하는 자금은 최대 5000억원일 정도다. 메리츠화재는 해마다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곳이다. 쌓아둔 현금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을 통한 인수가 가능한 것도 메리츠화재가 참전한 배경으로 꼽힌다. P&A 방식은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과 부채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인수하는 방식이다. 고용승계 의무도 없다.
◇아직 실사 전, 완주 여부에 쏠리는 시선
현재로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MG손보 노동조합의 반대로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예금보험공사가 MG손보 매각이 무산될 경우 청산과 파산을 포함한 정리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강경책을 내놓으면서 실사에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노조의 반대보다는 실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인수 완주를 결정짓는 건 실사 결과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양사의 통합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MG손보 인수가 메리츠화재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크지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국신용평가는 "규모를 고려할 때 시장지배력 및 이익창출력에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메리츠화재의 매우 우수한 재무구조를 고려할 때 이번 인수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인수에 따른 부담도 거의 없지만 시너지 역시 크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 시장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1%포인트 오르는 데 그치는 것으로 계산됐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인수 가격과 주주가치를 M&A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금까지 M&A가 없었던 건 가격이 너무 높아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가격이 적절한지, 그 사업을 이끌 인재가 확보됐는지, 리스크 규모와 성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M&A할 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2분기 실적발표는 MG손보 인수전 참여가 알려진 뒤 이뤄졌다. 당시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와 관련해 주주가치 제고 원칙과 부합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같은해 3분기 실적발표 때도 "단순 외형 확대보다 주주이익에 부합하는지 주안점을 두고 평가한다"며 "주당이익 증가 등 주주가치 제고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인수전을 완주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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