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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LG화학, 3년물 금리 조건에 IB '볼멘소리'등급전망 '부정적' 민평금리까지만 증액…'울며 겨자먹기'

이정완 기자공개 2025-01-31 08:27:43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1일 15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의 공모채 증액 의사결정을 두고 IB(투자은행)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수요예측 전까지만 해도 개별 민평금리(민간평가사 평균 금리)에 소폭을 더한 수준에서 3년물을 조달하기로 IB업계와 공감대를 형성했는데 수요예측 이후 민평금리까지만 증액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낮아진 금리 조건에 투자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증권사 고유계정을 통해 물량을 떠안은 일부 주관사와 인수회사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A급 우량 발행사지만 최근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인해 찬밥 더운밥 가릴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리한 금리 3년물 물량 늘려…주관사 경쟁 과열 지적도

21일 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20일 공모채 발행 조건을 확정했다. 수요예측 전 3년물 1500억원, 5년물 1000억원, 7년물 500억원으로 총 3000억원을 모집하기로 했는데 최종 3년물 3800억원, 5년물 1300억원, 7년물 900억원으로 증액을 결정했다.

LG화학은 5년물과 7년물은 개별 민평금리에 10bp씩 더한 수준에서 조달하기로 했는데 3년물은 개별 민평금리인 3.073%로 발행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수요예측 전까지만 해도 개별 민평금리와 등급 민평금리의 중간 수준에서 3년물을 조달할 것으로 관측됐었다. 수요예측 전날 3년물 ‘AA+’ 등급 민평금리는 3.192%에서 형성됐다. LG화학의 개별 민평금리와 10bp 가량 차이가 있었다.

최근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하지 새롭게 발행하는 공모채를 개별 민평금리로 찍는 건 투자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있었다. 수요예측 전 나이스신용평가가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이 같은 고심이 깊어졌다. 개별 민평금리에 약 5bp를 더하는 건 이를 반영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특정 증권사가 자체 계정을 통해 개별 민평금리 대비 10bp 넘게 낮은 수준으로 대규모 주문을 넣으면서 주문이 쌓이기 시작했다. LG화학 입장에서도 개별 민평금리까지 3800억원이 쌓이다 보니 더 규모를 키우지 않고 이 조건까지 발행하기로 했다. 전체 6000억원 발행 규모 중 3년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차라리 5년물과 7년물 금리가 높아지더라도 3년물 조달 금리를 낮추자는 것이었다.

LG화학의 의사결정에 당혹스러운 건 주문에 참여한 증권사다. 사실 이 같은 의사결정은 증권사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 고유 계정 혹은 리테일 계정을 통한 캡티브 영업이 과열되면서 LG화학과 커버리지를 강화하려는 증권사가 저금리로 베팅할 여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LG화학 입장에선 3년물 금리 조건이 만족스러워지니 사전 협의와 다르게 개별 민평금리로 증액을 결정한 듯 하다”며 “발행사에 난감하다고 말하는 증권사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가올 LG엔솔 수요예측이 더 부담

개별 민평금리로 3년물 물량을 떠안은 증권사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개별 민평금리로 내놓을 물량을 사갈 투자자는 없다. 발행된 가격보다 더 싼 값에 털어야 하는 처지다.

IB업계의 고민은 LG화학 너머를 향한다. 바로 다음달 초 공모채 수요예측이 예정된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모집액 8000억~1조원 수준으로 발행을 준비 중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조5000억~2조원까지 조달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주관사단에는 DCM(부채자본시장) 상위 4개 회사가 모두 포진해있다.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에 대신증권까지 더했다. 인수단으로는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 DB금융투자, 키움증권이 참여한다.

공교롭게도 이번 LG화학 발행에 참여한 주관사 대부분이 LG에너지솔루션 발행에도 참여한다. LG화학 공모채 주관사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다.

LG화학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모회사의 발행 결과를 살필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도 4분기 2000억원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발행 여건이 비우호적인 상황이다. 주관사단과 인수단에 LG화학 때와 비슷한 참여도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주관사단이 비슷한 만큼 각 증권사별로 대책 세우기에 돌입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발행 물량이 더 커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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