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비거라지, 드론으로 물류 혁신…나스닥 입성 꿈꿔"김영준 대표 "유니콘 목표"…올해 20억 매출, 20곳 계약 수주 계획
이영아 기자공개 2025-02-03 09:27:43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3일 14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천평~수만평에 달하는 물류창고에서 진행하는 재고 조사는 까다롭다. 사람이 선반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거나 제품을 지상으로 내려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수반됐다. 물류창고의 재고조사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배경이다.비거라지는 물류창고에 자율주행 드론을 띄워 재고조사 자동화에 성공했다. 드론이 특정 선반으로 날아가 카메라로 물건의 이미지를 찍고 이 이미지에서 물건의 정보, 이름, 수량 등을 추출한다. 사람보다 속도는 40% 이상 빠르고, 재고 측정 정확도는 99%가 넘는다.
김영준 비거라지 대표(사진)는 북미에서 최초로 물류창고에 드론 재고조사 자동화 서비스를 상용화하며 주목받았다. 비거라지는 북미를 넘어 유럽까지 사로잡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에 등극하겠다는 포부다. 미국 나스닥 입성 또한 꿈꾸고 있다.
◇북미 최초 물류창고 드론 재고조사 상용화
1981년생 김 대표는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에 진학한 뒤 본격 창업을 꿈꿨다. 1학년 때 가입한 컴퓨터동아리 '스팍스'에서 귀한 인연을 만났다. 장병규 크래프톤 창업자, 남세동 보이저엑스 창업자, 신중호 라인 대표 등과 교류하며 창업의 꿈을 키워갔다고 한다.
김 대표는 "장병규 의장이 네오위즈 합류 제안을 했고 막내 엔지니어로 일할 기회가 생겼다"면서 "장 의장과 남 대표, 신 대표가 네오위즈에서 독립해 검색 서비스 기업 '첫눈'을 창업했는데 해당 기업이 네이버로 인수되며 엑시트(회수)에 성공하게 된다"라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막연하게 창업의 꿈을 품게 됐다. 하지만 당장 도전보단 준비에 집중하기로 결정한다.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인공지능(AI) 자율비행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 오라클 등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며 자율주행 드론 기술에 흥미를 갖게 된다.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2017년 미국에서 비거라지를 창업했다. 처음 도전한 분야는 물류사업이 아니었다. 농업 방제용, 시설물 점검용 드론 서비스를 위한 자율비행 기술을 제공했다.
김 대표는 "창업 초창기에는 자율주행 드론이 필요한 기업에 우리 기술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면서 "2020년 우연한 기회로 북미 10대 물류회사 켄코로지스틱스를 만나게 됐고, 물류창고 재고조사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고 했다.
3년간 연구개발(R&D)을 진행하며 기술을 고도화했다. 2023년 비거라지는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10대 물류회사인 켄코로지스틱스가 운영하는 물류창고에 드론 재고조사 자동화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당시 여러 드론기업이 기술검증(PoC)을 벌이고 있지만 북미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비거라지가 처음이었다.
◇차별점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동시 개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개발하는 것이 비거라지의 차별점이다. 비거라지 드론은 물류창고를 15분간 비행하며 재고조사를 진행한 뒤 이를 창고 관리시스템(WMS)에 전송한다. 물류창고 관리자는 앱(애플리케이션)과 웹을 바탕으로 해당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비행을 마친 드론은 베이스스테이션으로 돌아온다. 이 모든 과정에 적용되는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내재화했다.
김 대표는 "하드웨어(드론, 배터리팩, 베이스스테이션)와 소프트웨어(관리 서비스, 사용자 서비스)를 수직적으로 통합한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경쟁업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중 하나만 개발한뒤 나머지는 아웃소싱을 주는 형태"라고 말했다.
위성항법시스템(GPS)이 없는 환경에서도 드론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카메라는 360도로 움직이며 전 방향을 감지할 수 있다. 경쟁 업체들은 GPS 구조물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하지만 비거라지 드론은 해당 작업을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김 대표는 "GPS 장비를 설치하는 것은 몇억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해당 비용을 아끼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람보다 속도는 40% 이상 빠르고, 재고 측정 정확도는 99%"라며 "저렴해도 성능은 뛰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연간 사용료를 받고 서비스를 공급한다. 하드웨어(드론)와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모두 제공하는 형태이다. 현재 미국 켄코로지스틱스와 자동차 회사 2곳에 물류드론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20곳 물류창고 계약을 수주해 20억원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3자물류 관점에서 공략할 수 있는 물류창고 규모는 12만~15만개 수준으로 추산한다"면서 "물류창고 한 곳당 재고조사를 위해 투입하는 비용은 연간 1억원 이상"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조단위 규모로 시장이 형성됐고, 이를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넘어 유럽 공략…정찰·점검 사업 확장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먼저 물류창고 재고관리를 넘어 통합관리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김 대표는 "재고조사 데이터가 쌓이면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적재량과 시기를 계산해 관리 작업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인력난이 극심한 다른 산업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 드론 기술은 정찰업무, 시설물 점검을 비롯한 분야로도 확장성이 있다"면서 "다양한 산업군의 글로벌 대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꾸준히 받고 있고, 수요를 실감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북미 시장을 넘어 유럽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2년 내 유럽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김 대표는 "유럽은 미국과 아시아에 이은 전세계 3대 물류 시장으로 공략 여지가 크다"면서 "이미 유럽 시장에서 비즈니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성과 사업성을 입증하다 보면 자연스레 유니콘에 등극할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포부다. 그는 "시장에서 기회가 명확하기 때문에 회사만 잘 성장한다면 충분히 유니콘이 될 수 있다"면서 "높은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미국 나스닥에 입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이나 사람의 일손이 부족한 영역을 기술로 채워주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지닌 자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 곳곳을 혁신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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