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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를 위한 세레나데 [thebell desk]

박창현 M&A부장공개 2025-02-21 07:15:35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0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 국내 한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자신만의 기관투자자(LP) 관리 방법이 있다. 자신들이 만든 펀드에 출자한 횟수에 따라 만날 일정을 정한다. 1번 출자한 LP는 일 년에 한번, 2번 출자한 LP는 반기에 한번. 4번 이상 출자한 LP는 부모님보다 더 자주 본다.

#2. 한 운용사는 10년 전 화장품 제조업체에 투자했다가 큰 낭패를 봤다. 중국 수출 길이 막히면서 회사 실적은 곤두박질쳤고 기업가치도 크게 하락했다. 결국 해당 투자 펀드에 출자했던 LP들은 출자금을 전액 손실 처리했다. 하지만 최근 K-뷰티 붐을 타고 극적인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LP들은 10년간 포기하지 않고 책임을 다한 운용사에 고마움을 전했다. 전우애 같은 유대감이 쌓였다.

#3. 한 연기금·공제회 출자 담당자는 최근 들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을 들여 뽑은 위탁 운용사가 영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관리 보고서를 받는 날에는 더 울화통이 터졌다. 주요 숫자를 모두 가리고 보고를 하기 때문이다. 신뢰가 없는 건지, 자신이 없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하우스에 두 번 다시 출자를 하지 않겠노라 하루에도 수십 번을 되뇐다.

PEF 운용사의 업무는 간단하다. LP로부터 돈을 받아서 펀드를 만든다. 그 펀드를 활용해 기업에 투자한다. 투자금을 회수해 LP에 원금과 수익을 돌려준다. 이게 끝이다.

단순한 프로세스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수천억 원을 받아내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다. 그래서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LP와 소통하고자 노력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다. 대형 PE들은 LP 풀이 넓다. 그리고 오랫동안 일을 했기 때문에 신뢰의 수준도 높다. 한마디로 척하면 척이다. 실무진부터 최고 의사결정권자까지 촘촘한 관리가 가능하다.

반면 신생이나 소형 PE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딜도 없는데 무턱대고 LP를 만나는 것이 맞나 의문도 든다. 자주 보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만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하지 않았나. 중소형 PE들도 자신만의 노하우로 LP들에게 신뢰를 얻고자 노력한다. 특히 꾸준함과 열정, 성실은 언제나 LP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이자 비밀번호였다.

심지어 대형 PE들도 이런 올챙이 시절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개구리로 성장할 수 있었다. IMM프라이빗에쿼티의 캐프 투자가 대표적이다. 자본잠식에 빠진 회사를 기어이 살려내면서 LP들의 신뢰를 얻었다. IMM PE의 열성 팬을 만든 딜이 됐다.

LP를 향한 GP들의 세레나데는 투자업이 계속되는 한 계속 울려 퍼질 것이다. 투자업에서 진심을 증명하는 방법은 결국 숫자뿐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어이 숫자를 만들어간 GP에 LP는 마음을 열 수밖에 없다. 10년간의 고생 끝에 투자 원금으로 LP들의 마음을 울렸던 한 GP의 사례처럼. 책임과 책무, LP는 그 노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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