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13일 07시0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상장사 사외이사 자리가 결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비정기적으로 이사회에 출석해 손만 들면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이들은 혀를 내둘렀다. 등기 임원으로 경영 의사 결정에 책임을 지고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말했다.한 호텔·레저 업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동 법인 등기 임원들은 과거 주주 소송 이슈로 일제히 법적 처벌을 받았다. 이들이 추진한 100억원대 기부 활동이 회삿돈 남용이라는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었다. 법원은 당시 이사회에 출석해 해당 안건에 찬성 표를 던진 사외이사에 대해 경영진 감시 의무 소홀 책임을 물어 기부금의 약 20%를 배상케 했다.
이사회 활동이 다소 저조했던 멤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화를 면했다. 해당 안건을 결의 사항으로 다뤘던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사외이사들이 주주 손배소 청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다. 외려 사외이사로서 역할 이행에 소극적이었던 인원이 대규모 금전적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최근 재계 화두인 상법 개정 이슈는 이 같은 부작용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따른다. 등기 임원의 경영상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장할 경우 이사회 에서의 활발한 의견 개진이 위축될 것이란 지적이다. 향후 문제 발생 시 면피 등을 위해서다. 사외이사도 민사 외 징역 같은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사외이사는 인센티브 자체도 크지 않은데 상법 개정으로 두루뭉술한 주주 충실 의무까지 부여되면 이들이 위험을 감수할 동인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외려 능동적 판단을 저해해 기업 선진화 등 당초 목표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바른 방향으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선 이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 법령에 단순히 주주라는 단어를 추가하는 것이 아닌 당장 업무 현장에 적용 가능한 지침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외이사가 전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끔 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전문성 제고 및 보상 강화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상법 상 최대 6년으로 제한된 비금융 사외이사 임기를 늘려 긴 호흡에서 경영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식이다. 현재 3년 단위의 재임 규정이 단발적이고 사업 기여도 면에서 효용이 낮다는 점에서다.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독려할 보상도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 성장이라는 본질에 집중토록 환경을 조성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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