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전략 분석]SKTI 품은 SK온, '5만5000원의 늪' 탈출할까②SKTI, 4년간 1.5조 배당한 현금창고…연간 영업이익 5000억 증가 효과
고진영 기자공개 2025-02-19 08:06:27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4일 08시17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온이 지난해 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을 흡수한 데 이어 이달 SK엔텀 합병까지 마쳤다. 사업적으론 딱히 시너지가 없다는 점에서 상장을 위한 체력 보강으로 받아들여진다.SK온은 내년 기업공개를 목표로 몸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차입 없이 조단위 현금만 있는 알짜회사 SKTI를 SK이노베이션이 떼어준 것도 기업가치를 빠르게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과 약속한 수익률이 있는데 몸값 올리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SK트레이딩, 순현금만 1.4조…합병 효과는
SK트레이딩은 과거 SK이노베이션에서 에너지 트레이딩을 맡는 소규모 조직으로 시작한 곳이다. 하지만 2013년 분사한 이후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의 석유제품 수출과 원유 수입을 담당하는 등 계열간 거래를 기반으로 덩치를 빠르게 불렸다.
2023년까지 5년간 SK트레이딩이 기록한 연평균 매출은 37조원을 넘는다. 이 기간 거둔 영업이익도 연평균 4000억원 수준이다. 수익성이 높진 않지만 매년 안정적으로 대규모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 2023년엔 매출 49조원, 영업이익 5700억원 남짓을 기록했다.
실제로 이 회사 지분을 100% 보유했던 SK이노베이션은 별도 영업현금흐름의 상당 부분을 SK트레이딩 배당금에 의존하고 있었다. SK트레이딩은 2020년 4000억원, 2021년 3500억원을 배당으로 밀어줬다. 2022년은 건너뛰었으나 이듬해 다시 8000억원을 배당했다. 2023년 SK이노베이션의 영업현금이 1조2635억원이었으니 60% 이상이 SK트레이딩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4년간 1조5000억원 이상을 배당한 셈인데, 대규모 배당이 가능했던 이유는 중개사업 특성상 크게 돈 나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계속 쌓이는 반면 배당을 제외하곤 대규모 지출이 드물다. 2024년 9월 말 기준 SK트레이딩의 현금성자산은 1조4000억원을 웃돌았다.
SK온은 지난해 11월 SK트레이딩을 흡수합병하면서 현금창출력 증대와 재무 개선 효과를 동시에 누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해 실적을 보면 4분기 매출은 SK트레이딩 덕분에 4조5600억원 남짓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22.5%에서 -5%로 좋아졌다. 적자를 피하진 못했지만 상당한 선전이다.

또 2024년 9월 말 SK온의 현금성자산이 2조1743억원이었으니 합병 이후 현금성자산도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SK트레이딩은 차입금이 ‘제로(0)’라는 점에서 순차입금 감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SK온의 순차입금은 18조454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부채비율 측면에선 개선이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트레이딩은 중개사업 구조상 매출채권과 매입채무가 많아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2024년 9월 말 SK트레이딩의 부채비율은 299.4%, SK온은 170.8%로 SK트레이딩이 더 높았다.
◇상장 조건 마지노선 '5만5000원+α'
이번 합병은 내년 상장을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평이다. SK온은 앞서 프리IPO(상장 전 기업공개)를 통해 재무적투자자(FI)들을 유치, 총 2조8000억원가량을 조달하면서 2026년(최대 2028년) 상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흑자전환이 늦어진 탓에 원하는 몸값을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SK온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약속한 기한까지 Q-IPO(퀄리파이드 IPO, 적격상장)를 마무리해야 한다. 일정 내부수익률(IRR)을 충족하는 기업가치로 상장하지 못하면 SK이노베이션이 FI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해야 하고, 콜옵션을 포기할 경우 FI들은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다.
드래그얼롱은 쉽게 말해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SK온 지분까지 함께 팔 수 있다는 뜻이다. 또 고의 혹은 중과실로 Q-IPO 에 실패했다면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도 가능해진다.

시장 관계자는 “상장에 실패할 경우 드래그얼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따라서 설사 SK온에 고의나 중과실이 없어 풋옵션 행사가 불가능하더라도 FI들이 압박을 통해 실질적인 풋옵션 행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SK온이 약속한 내부수익률은 연 5~7% 수준으로 알려졌다. 프리IPO 당시 발행가액이었던 5만5000원보다는 무조건 몸값을 올려야 한다. 현재까지 SK온은 모든 유상증자에서 발행가액을 5만5000원으로 산정했다. 이번 SK트레이딩과의 합병에서 SK온의 주당 평가액도 5만5459원으로 정해졌다. 더 낮출 수 없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SK온은 올 2월 SK엔텀과의 합병도 마쳤다. SK엔텀은 SK에너지에서 작년 1월 분할됐다. SK계열사들에게 탱크 터미널 임대와 관련한 용역을 제공하는 회사다. SK트레이딩보단 규모가 작지만 연평균 1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고 평가된다. SK트레이딩과 합치면 5000억~6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점쳐진다.
다만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선 합병 효과와 별개로 본업인 배터리사업 자체의 도약이 뒤따를 필요가 있다. SK온 관계자는 “경기가 좋아지면 시장 상황은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며 “특히 미국 경기가 튼튼한데 SK온은 미국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놓아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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