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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CFO]그룹내 유일한 사장급 CFO…롯데지주 고정욱 사장①레고랜드 사태 메리츠와 손잡으며 해결 '성과', 바이오·화학 리스크 부담 여전

박기수 기자공개 2025-02-20 08:28:28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7일 14시0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직급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 대부분 상무~전무 급으로 그 중에서도 상무급 CFO들이 많다.

이런 롯데그룹에도 예외는 있다. 롯데지주의 CFO인 고정욱 사장이다. 롯데그룹에서 '사장'급 CFO는 고 사장이 유일하다. 신동빈 회장과 함께 롯데지주의 이사회에 소속돼 있다는 점도 타 계열사 CFO와의 차별점이다. 재무혁신실장인 고 사장은 롯데지주에서 투명경영위원회와 집행위원회, 보상위원회에도 속해 있다. CFO의 고유 업무 이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고 사장은 2021년 말 롯데지주 CFO로 부임해 3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 사장은 부임 기간 동안 롯데그룹이 직면했던 위기들을 헤쳐나가면서 신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고랜드 사태 롯데건설 리스크, '메리츠'로 풀었다

고 사장은 롯데캐피탈 대표이사까지 역임하다가 2021년 말 지주 CFO로 옮겼다. 당시 롯데지주는 유통 계열사 지분 거래로 지배구조 정리 작업을 단행하고 있었다. 또 롯데의 또 하나의 이슈는 '바이오 진출'이었다. 2022년 중순 바이오 사업이 공식화했지만, 롯데의 바이오 진출 '썰'은 고 사장이 롯데지주에 부임하기 전인 2021년부터 업계에 돌았었다.

유통과 화학 외 또 하나의 전략 사업을 마련하고 있었던 롯데지주, 롯데그룹에 위기가 닥친 것은 2022년 말이다. 레고랜드 사태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건설을 위한 대출채권을 기초로 발행한 ABCP가 부도처리되면서 단기금융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최고 신용등급인 지자체가 보증을 선 ABCP가 부도처리되면서 수조원의 우발채무를 지고 있던 롯데건설도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졌다.

당시 롯데건설은 PF우발채무 규모가 가장 큰 건설사로 미착공 비중도 70% 이상으로 높아 우발채무 중 브릿지론에 들어간 신용공여가 많은 건설사였다. 또 6개월 내 만기도래하는 프로젝트의 비중도 80% 이상이었다. 차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상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두 팔을 걷어붙인 것이 고 사장이었다. 금융사(롯데캐피탈) 출신 CFO였던 고 사장은 메리츠증권과 손을 잡았다. 롯데건설이 신용공여를 제공한 PF ABCP 차환 등을 위해 메리츠증권과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1조5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했다. 메리츠 계열사가 9000억원을 선순위 출자하고, 롯데물산·호텔·정밀화학 등 롯데 계열사들이 6000억원을 출자해 후순위 채권자로 들어갔다.

△ (왼쪽부터) 고정욱 롯데지주 사장,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최희문 메리츠금융지 부회장, 김기형 전 메리츠증권 사장

메리츠 딜 이전에도 롯데건설은 단기 유동성 문제를 막기 위해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우리홈쇼핑 등에서 단기적으로 자금을 충당하는 등 각개전투에 나섰던 바 있다.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자금 거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주 CFO 역시 자금 이동에 관여하거나 혹은 이 그림을 총괄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메리츠 펀드에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등 롯데그룹으로서 자존심을 구겼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당시 그룹이 직면한 과제는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고 사장은 내줄 것(금리)은 내주면서 취할 것(당장의 자금)은 확실히 취하는 실리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오·화학 리스크 여전

롯데지주는 2022년 헬스케어와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을 시작하면서 바이오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헬스케어 사업은 얼마 가지 못해 철수했다. CDMO가 롯데 바이오의 희망이자 롯데'그룹' 차원에서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2022년 말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에 있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제조공장을 인수해 CDMO 사업을 시작한 롯데는 국내 송도에 바이오 1공장을 짓고 있다.

관건은 자금이다. 롯데지주는 CDMO 사업 시작 이후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약 58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또 작년 11월 말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차입금 9000억원에 대한 자금보충약정도 체결했다.

바이오 사업에 대한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롯데지주의 자금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작년 9월 말 롯데지주의 현금성자산은 5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기초화학 업황 부진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롯데케미칼도 고민의 대상이다. 2023년 3477억원의 연결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롯데케미칼은 작년 영업손실이 8948억원으로 폭이 더 커졌다. 작년 일부 회사채의 EOD(기한이익상실) 트리거가 발동하면서 재무 위기가 현실화하는 듯 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아직 롯데지주 등 타 계열사까지 피해가 전이되는 모습까지는 아니지만 고 사장은 지주 CFO로서 롯데케미칼의 재무 상황을 유심히 모니터링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로 입사, 금융사 출신 CFO

고 사장은 1966년생으로 충암고등학교와 홍익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서강대 국제경제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고 사장은 1992년 롯데건설로 입사했다. 이후 2003년 롯데캐피탈 RM본부 본부장을 맡으면서 롯데캐피탈에서의 긴 경력을 시작한다. 2011년 롯데캐피탈 경영전력본부장, 2019년 영업2본부 본부장, 2019년 롯데캐피탈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그러다 2021년 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으로 부임했다. 2년 뒤인 2023년 말에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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