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부광약품 이제영 체제 1년만의 체질개선 "이젠 CAPA 확장""흑자 전환 다음 전략 고민…지속 가능 성장 초점, 균형 있는 R&D 추진"
한태희 기자공개 2025-02-21 08:31:44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0일 08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저 그런 중견제약사, 이렇다 할 대표 상품이 부재한 현실, 거기다 적자까지. OCI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부광약품에 산적한 많은 과제들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잘 몰라서 생긴 일"이라고 평가했다. 제약업 현실을 잘 모르는 이종산업이 고전하고 있다는 얘기였다.하지만 OCI그룹이 부광약품을 품은 지 3년. 지난 2년간 거버넌스 변화와 함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했고 2024년 3년 만에 연결 기준 영업흑자로 전환시키는 결과물을 보여줬다.
이제 부광약품은 지속가능 성장을 만들기 위한 도약의 디딤돌을 찾고 있다. 우선 올해는 당뇨, CNS(중추신경계) 등 주력 제품군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생산망 정비를 추진한다.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에 집중됐던 R&D(연구개발) 전략을 균형 있게 재편하는 것도 주된 과제다. 더벨은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사진)를 만나 구체적인 사업 전략을 들어봤다.
◇통합 좌초 후 구원투수 등판, 1년 만에 흑자전환 성과
중견 제약사로 계속 남아서 생존할 수 있을까. 2024년 대표이사 취임 후 1년도 안된 시간 속에 흑자 실적으로 만들어 낸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부광약품의 넥스트에 쏠려있다. 비효율을 털어내며 건전한 체력을 만들었는데 '그렇다면 성장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 대표는 검사 출신으로 2019년 OCI의 법무실장으로 합류한 인물이다. 2022년 OCI가 회사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체제로 전환을 결정하면서 지주사인 OCI홀딩스의 전략기획실장으로 국내외 계열사 관리, 투자 전략, 기획 업무까지 맡게 됐다.
작년 초 OCI가 한미약품과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하며 제약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당초 한미 측 우기석 대표와 부광약품의 공동대표를 맡게 됐으나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양 사의 통합이 좌초되면서 1주일 만에 부광약품의 단독대표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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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2021년을 기점으로 2022년과 2023년 영업적자가 나면서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매출 확대에만 집중하다 보니 이익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고 회사에 합류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중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도매상의 할인율부터 재고자산, 반품 등 가장 기초적인 문제를 정상화하는 데 주력했다. 제품군에서도 선택과 집중에 나서며 매출 볼륨을 키웠다. 특히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덱시드, 치옥타시드 등 주력 제품군의 매출 성장률은 181%를 기록했다.
작년 8월 출시한 항정신병 신약 라투다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대표이사 직속으로 CNS 사업본부를 신설하며 심혈을 기울인 결과다. 이 대표는 CNS 사업본부의 실적을 매주 별도로 보고받을 정도로 집중 관리 중이다.
이 대표는 "이전까지 좋아 보이는 걸 단순히 쫓던 경향이 있었는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하는 데 주력했다"며 "라투다가 잘되면서 잘레딥, 익셀, 오르필 등 다른 CNS 의약품 실적도 전체적으로 성장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생산 효율화는 선택 아닌 필수, 시장 조달 검토
체질개선에 성공했지만 아직 개선할 부분은 남아 있다. 이 대표는 작년 의약품 처방 실적에 주목했다. 지난 2년간 쌓인 유통 재고가 해소됐고 도매상 할인율, 반품 등이 정상화되면서 매출 자체는 늘었지만 연간 의약품 처방 실적은 소폭 줄었다.
이 대표는 "우리 회사의 생산 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현재 수준의 의약품 처방 수요를 모두 충족하려면 연간 11억정 정도를 생산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 회사의 생산 캐파는 9억정 정도로 2억정은 처방을 받아도 팔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가 규모 대비 퇴장방지의약품 숫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작은 제품들이 많고 안산 공장도 40년 된 공장으로 시설이 낙후돼 있다"며 "공장 자동화 작업을 비롯해 캐파를 확대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체적인 생산 능력만 확충하면 매출과 수익성을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유상증자 등 시장 조달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부광약품의 작년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1075억원이지만 총차입금이 793억원 규모로 순현금은 300억원 안팎이다.
이 대표는 "자금 사정이 나쁘지 않지만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에는 부족한 규모"라며 "조달 방식에 대해 여러 검토를 하고 있고 가장 좋은 방안을 찾아 결론이 나면 주주들에게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제약사의 공장 인수도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콘테라파마는 '속도조절', 중장기적 글로벌 진출 구상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활용법도 주목된다. 작년 야심차게 준비한 JM-010의 유럽 임상 2b상이 1차 지표 획득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회사의 잠재 역량이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유럽 임상 1b상 중인 파킨슨병 환자의 아침무동증 치료제 CP-012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대표는 "콘테라파마는 CNS 신약 외에도 2022년부터 RNA 치료제로 연구 영역을 확장해 플랫폼을 키우고 있다"면서도 "당장은 무모한 신약 개발보다 힘 조절을 하면서 국내에서 제제, 합성 연구를 통한 개량신약, 퍼스트제네릭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기업인 OCI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수출 전략도 구상한다. 의약품의 경우 여로 규제로 인해 직수출이 쉽지 않지만 일반의약품(OTC), 건강기능식품 등 기존 품목의 경우 국내외 매출을 빠르게 넓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매출을 2배 이상 늘리려면 하던 것만 해서 안 된다"며 "레거시 브랜드 의약품의 판권 확보도 하나의 전략이고 현재 일반의약품과 헬스케어 분야 매출이 전체의 10% 미만에 불과한데 좋은 제품들이 많은 만큼 이 비중을 높이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끝으로 "작년에 체질 개선을 하며 할인율, 재고자산, 반품률, 매출채권 등 기본이 되는 숫자들을 관리했고 매출이 예년 정도 수준으로 올라오며 실적이 정상화됐다"며 "작년 흑자 전환 이후 올해 영업이익 증가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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