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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는 지금]볼트온 M&A 내세웠던 이사회, 본질과 기본으로 선회②장동현 부회장 중심 IPO 전략 수정 풀이, 수익 창출 초점…'환경' 사업 재편 관측

신상윤 기자공개 2025-03-04 07:39:43

[편집자주]

SK에코플랜트가 IPO 전략을 수정한다. M&A를 통한 외연 확장을 중단하고 내실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IPO 전략의 핵심이자 미래 사업으로 촉망받던 친환경 사업들의 축소 움직임도 감지된다.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약속했던 투자자들에겐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 시간이다. 더벨은 SK에코플랜트 현 상황을 진단하고 달라진 경영 전략 향방 등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6일 07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몇 년간 '볼트온(Bolt-On)'이란 단어를 즐겨 사용했다. 환경과 에너지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M&A를 통해 인수한 기업들과의 볼트온 전략으로 기업가치를 키운다는 구상이었다. 볼트온 전략이 기업공개(IPO)를 하는 데 주효한 경영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당시 SK에코플랜트 이사회에서 볼트온 전략을 주도한 박경일 전 대표이사는 IPO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일선에선 물러났다. 현재는 SK그룹의 재무 전략을 총괄했던 장동현 부회장이 SK에코플랜트로 자리를 옮겨 상장 계획을 재정비하고 있다. 장 부회장은 빠른 실행력과 조기 성과 창출을 주문하며 생존을 위한 조건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재무통 중용한 C레벨, 볼트온 M&A 전략 '수정'

SK에코플랜트가 건설업에 뿌리를 두곤 있지만 최고경영진은 SK그룹 재무나 전략 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의 몫인 경우가 많았다. 건설과 플랜트 등이 주력이던 SK건설 당시에도 최고경영진의 자리는 SK그룹의 재무나 전략 출신 임원들이 맡았다. 조기행 전 부회장이나 안재현 전 사장, 임영문 전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건설업 특성상 대외 정책이나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재무 능력을 지닌 임원들을 통해 변수를 최소화하겠다는 SK그룹 인사 전략으로 풀이됐다. 한편으론 SK에코플랜트가 SK그룹 변화에 맞춰 경영 전략과 체질개선 등을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됐다.

IPO를 준비했던 SK에코플랜트로선 재무와 전략에 밝은 CFO 출신들이 경영진을 맡으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성장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특히 2020년을 기점으로 추진했던 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구상했던 상장 전략은 ESG 경영이 전 세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듯했다.

당시 SK에코플랜트를 맡았던 박경일 전 대표이사도 SK그룹에서 재무통으로 성장한 임원이다. SK그룹 지주사에서 투자전략과 M&A를 담당했던 그는 SK에코플랜트가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를 인수하는 데 관여했다. 이어 2021년 SK에코플랜트로 자리를 옮겨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등을 맡아 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체질개선을 주도했다.

박 전 대표이사가 주도했던 SK에코플랜트 IPO는 환경, 에너지 관련 기업들을 다수 M&A해 볼트온 방식으로 결합하는 전략의 최종 목적지였다. 기존에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에 자본을 투입해 인수하는 볼트온 전략은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장기 불황의 시기와 맞물리면서 ESG 경영의 중요성보다 수익 창출과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해졌다. 특히 자기자본이 아닌 FI에 의존했던 볼트온 전략은 수익 창출이 수반되지 않으면서 이자 부담과 재무구조 악화의 리스크로 전이됐다.

◇장동현 부회장 합류 후 전략 선회, '생존·본질' 주문

SK에코플랜트의 볼트온 M&A 전략이 막을 내린 것은 2023년 말 SK그룹 재무 수장 격인 장동현 부회장이 합류하면서다. SK텔레콤과 지주사 SK 대표이사 등 요직을 거치며 SK그룹 부회장에 오른 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임원이다.

이에 장 부회장이 SK그룹 내 많은 계열사 중 SK에코플랜트로 자리를 옮긴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일각에선 SK에코플랜트의 경영 및 상장 전략이 변화할 것이란 해석도 내놨다. 실제로 장 부회장이 합류한 뒤로 SK에코플랜트는 SK그룹 리밸런싱과 맞물려 M&A로 편입했던 계열사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와 맞물려 볼트온 전략을 내세웠던 박 전 대표이사가 지난해 5월 경영에서 물러났다. 그의 빈자리는 SK그룹의 재무 전문가 중 한 명인 김형근 사장이 채웠다. 이후 SK에코플랜트는 폐배터리 리사이클 전문기업 어센드엘리먼츠 매각 등 사업 구조조정과 반도체 관련 자회사 인수 등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이사회도 구성도 변화됐다. SK에코플랜트가 볼트온 M&A에 집중했던 2022년엔 박 전 대표이사가 유일한 사내이사였다. 지주사 SK 몫의 기타비상무이사가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했다. 이듬해인 2023년엔 SK에코플랜트 CFO가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인적 구성이 다양해졌다. 현재는 장 부회장, 김 사장 2인과 SK 몫의 기타비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3인 등 6인으로 이사회가 운영 중이다.

아울러 SK에코플랜트 경영 전략도 현재는 확실한 생존 기반을 확보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지난해 말 마친 조직개편도 핵심 사업군에 역량을 집중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편입한 반도체 종합 서비스를 위한 전담 조직 구성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장 부회장 등 경영진은 구성원들에게 확실한 생존 기반 확보를 주문하면서 업(業)의 본질 파악을 기반으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체질개선을 의미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대외적으로 약속했던 상장 준비와도 궤를 같이하는 경영 행보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가 최근 환경 사업에 대한 재평가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수익 창출이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사모펀드(PE)를 중심으로 매각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재무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2조원 가까이 들였던 M&A 비용을 어떤 방법으로 회수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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