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밸류업은 지금]'주식부호 1위' 배출 메리츠금융, 기업가치 제고 '새 지평' 열었다①조정호 회장 지분가치, 한때 이재용 삼전 회장 웃돌아…'원 메리츠' 전환 후 주가 350% 상승
최필우 기자공개 2025-03-13 12:27:40
[편집자주]
정부 주도 상장사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화한 지 1년이 지났다. 금융지주는 기업가치 제고 공시와 주주환원 계획 발표를 충실하게 이행하며 상장사 중 가장 두드러진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후에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부침을 겪기도 했다. 일각에서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지주는 올해도 밸류업 기세를 이어가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2년차를 맞아 진일보한 주주환원 정책과 보완이 필요한 영역을 금융지주별로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1일 07시02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사진)이 한때 국내 주식 부호 1위에 등극하며 국내 상장사 밸류업 프로그램의 새 지평을 열었다. 한진 오너 일가인 조 회장은 20여년 전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증권)을 물려받을 때만 해도 그룹 내 존재감이 크지 않았으나 이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아성에 도전하는 인물이 됐다.조 회장의 의지로 추진된 2022년 '원 메리츠' 지배구조 개편이 주식 가치 급등 시발점이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불린 물적 분할이 만연했던 시기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상장 폐지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얻었다. 조 회장 본인의 지분율 감소를 감소한 주주친화적 행보로 주식 부호 최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현재는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상태지만 탈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지분율 감소 감수한 지배구조 개편, 시장 '신선한 충격'
메리츠금융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시작한 건 2022년 11월 21일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당시 2만6750원이었던 주가는 2025년 3월 10일 종가 기준 11만9700원까지 상승했다. 2년 4개월 남짓 되는 기간 동안 주가가 347% 급등한 셈이다.

메리츠금융은 국내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초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이 모두 상장돼 있었으나 지주가 화재와 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유일한 상장사로 남는 개편을 단행했다. 물적 분할을 통해 상장사 수를 늘리는 게 국내 재계의 관행으로 여겨지던 시기 정반대 행보를 택했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은 지분율 감소를 감수하며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지배구조 개편 직전인 2022년 9월 말 분기보고서 기준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지분 72.17%를 갖고 있었다. 지주가 화재 지분 59.46%, 증권 지분 51.33%를 소유하는 구조였다. 개편이 마무리된 현재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은 51.25%다. 지주 지분만 놓고 보면 20%포인트 넘게 지분율이 낮아진 셈이다.
지분율 감소는 기업 승계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경우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메리츠금융에 따르면 조 회장은 기업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조 회장의 결단으로 메리츠금융은 '대주주의 1주와 소액주주의 1주는 동일하다'는 원칙을 세울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지배구조 개편안과 함께 공개된 메리츠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은 주가 상승 도화선이 됐다. 메리츠금융은 자사주 매입액과 현금 배당액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주주환원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2년 29%였던 주주환원율은 2023년 51%, 2024년 53.1%로 급등하며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1일 천하였지만, 1위 탈환 가능성 여전
주주친화적 의사결정으로 조 회장은 주식 부호 1위 족적을 남길 수 있었다. 지난 6일 기준 메리츠금융 종가는 12만7200원을 기록했다. 조 회장의 주식 수가 9774만7034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 가치는 12조4334억원까지 높아졌다.
같은 시점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 가치는 12조931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보통주(5조2896억원), 삼성전자 우선주(6227억원), 삼성물산 보통주(4조1436억원), 삼성생명 보통주(1조7831억원), 삼성SDS 보통주(8706억원) 지분 가치를 합친 금액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조 회장에게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조 회장이 한진 일가 막내로 그룹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금융 계열사를 물려받을 당시의 상황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형들이 이어 받은 한진중공업과 한진해운은 사라졌고 대한항공 시가총액은 9조원 안팎으로 메리츠금융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메리츠금융만이 승계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오너 일가의 자존심을 지켰다.
다만 조 회장은 주식 부호 1위 자리에서 하루만에 내려와야 했다. 1위 등극 이튿날인 7일 주가가 6% 넘게 급락하면서다. 일시적으로 순위가 바뀌었으나 메리츠금융의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조 회장이 1위를 탈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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