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06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5년 2월 메리츠증권이 또 한 번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2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다시 넘기면서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내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전년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IR 자료를 보면 증권 이익 성장 요인 중 하나로 '홈플러스 기업대출 등 빅딜 자문수수료 증가'를 꼽기도 했다.해당 딜은 지난해 5월 메리츠증권의 주도하에 메리츠화재·캐피탈 등이 함께 홈플러스에 총 1조2000억원 규모로 3년 만기 조건의 리파이낸싱을 진행했던 건이다. 증권의 수익성을 업그레이드 시켰던 빅딜이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룹 전체를 당혹스럽게 만든 셈이다.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돌입에도 메리츠금융은 "자금회수에 문제가 없다"는 공식입장을 냈다.
국내 금융권 중 메리츠금융의 익스포저가 가장 크지만 원금 회수를 장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모든 부동산이 신탁을 통해 담보로 제공되어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1순위 수익권 역시 메리츠금융이 가지고 있다. 담보 가치가 5조원에 육박하고 기업회생절차와 상관없이 이익기한상실(EOD) 발생 즉시 담보 처분권이 발생한다고도 했다.
결국 회수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절대 손해 보지 않을 구조로 딜을 짰던 것이다. 이는 그간 해왔던 방식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몇 년간 메리츠증권은 발 빠른 의사결정으로 계열사들과 함께 유동성 위기에 있는 기업들을 상대로 기회를 찾았다. 롯데건설, 엠캐피탈, 고려아연 등 이슈는 제각각이었지만 그룹의 지원과 부동산 담보, 탄탄한 신용도 등을 안전판 삼아 위험을 최소화했다.
최근에 만난 IB업계 고위관계자는 "시장에는 메리츠증권 법무팀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막강하다는 말이 있다"며 "메리츠를 찾는 기업들이 단순히 상법뿐 아니라 형사법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이슈를 보유한 곳들이 많아서 법무팀이 들여다보는 리스크 수준이 아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만 거래한다"고도 했다.
해당 발언의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간 메리츠증권이 리스크를 대할 때 얼마나 대범했는지, 리스크를 상쇄시킬 만한 전략을 짜는데 있어서 얼마나 탁월했는지 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메리츠의 손을 잡는 기업들의 이미지는 위태롭다. 홈플러스 사태로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이다.
그럼에도 시장에 주는 순기능은 있다. 메리츠증권을 통해 조달을 받은 곳은 이미 위험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시그널을 주는게 아닐까. 이후 위기 극복 여부는 물론 기업에 달려있다. 다만 이번 홈플러스 건은 '살아날 만한 기업이어서 투자했다'라고 읽히기보다 '메리츠만 손해 보지 않았다'로 끝날 수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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