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 보드]CJ그룹, 여전한 ‘전직 관료’ 사외이사 선호사외이사 62.9%가 전직 관료, CJ "전문성 가장 중요, 특별히 전관 감안 안 해"
김지효 기자공개 2025-03-13 08:12:15
[편집자주]
기업은 본능적으로 확장을 원한다. 모이고 분화되고 결합하며 집단을 이룬다. 이렇게 형성된 그룹은 공통의 가치와 브랜드를 갖고 결속된다. 그룹 내 계열사들은 지분관계로 엮여있으나 그것만 가지고는 지배력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 주요 의결기구인 이사회 간 연결고리가 필요한 이유다. 기업집단 내 이사회 간 연계성과 그룹이 계열사를 어떻게 컨트롤하는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1일 10시59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직 관료는 교수와 함께 사외이사로 선호되는 대표적인 직업군이다. 그 중에서도 CJ그룹은 유독 사외이사로 전직 관료를 선호하는 모습이다. 그룹 상장사 9곳 사외이사 27명 가운데 62.9%가 관료 출신이었다. 몸담았던 정부 기관은 다양했지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기획재정부 등 금융관련 기관 출신들을 기용한 사례가 많았다.theBoard가 CJ그룹 상장사 9곳을 대상으로 사외이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총 2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17명(62.9%)이 전직 관료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말 분기보고 직전에 CJ대한통운 사외이사직을 사임한 한만희 전 국토해양부 차관까지 포함하면 모두 18명이 전직 관료다. CJ그룹 상장사 가운데 전직 관료를 사외이사로 두지 않은 계열사는 사외이사가 단 1명인 스튜디오드래곤이 유일했다.
CJ그룹은 유독 다른 기업에 비해 회계사, 기업경영인을 찾기 어려웠다. 많은 기업들이 감사위원 선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사외이사로 회계사를 선임한다. 하지만 CJ그룹의 경우 회계사(1호 유형)가 아닌 금융기관·정부·증권유관기관 등 경력자(4호 유형)를 선호하는 모습이다. 이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기획재정부에 몸담았던 관료 출신이 많다. 회계사는 CJ제일제당이 오는 주총에서 선임 예정인 김혜영 미국 EY 원로자문 파트너가 유일하다.

대표적으로 지주사인 CJ는 국세청 출신을 계속해서 영입하고 있다. 특히 CJ는 오는 주총이 끝나면 사외이사 4명을 모두 전직 관료로 채울 예정이다. 기존에는 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3명이 전직 관료였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김연근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한애라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 등이다. CJ는 기존 사외이사 가운데 유일한 현직 교수인 김연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임하고 김연근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생긴 2명의 빈자리에 모두 전직 관료를 후보로 올렸다.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와 문희철 전 국세청 차장이다. 한애라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재선임 예정이다.
CJ대한통운도 사외이사 전원을 전직 관료로 채울 예정이다. 현재 CJ대한통운은 지난 9월 말 한만희 전 국토해양부 차관의 사외이사 사임으로 3명의 사외이사만 남아있다. 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여미숙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이다. CJ대한통운은 오는 주총에서 박선호 전직 국토부 제1차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CJ대한통운도 사외이사 4인을 모두 전직 관료로 채우게 된다.
CJ프레시웨이도 사외이사 3인이 모두 전직 관료다. 이상도 전 춘천지방검찰청 검사장, 전은숙 전 경인지방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김용균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이다. 다만 2019년 선임된 이상도 전 검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교체가 예상된다.

CJ ENM은 사외이사 4인 가운데 3인이 이에 해당한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홍상표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한상대 전 대검찰청 검찰총장 등이다. 홍 전 콘텐츠진흥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CJ제일제당은 사외이사 절반을 관료로 채우고 있다. 현재 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관료 출신은 2명, 교수가 2명이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김용덕 전 대법관 등이 전직 관료임 윤정환 서울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김태윤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등이다. 이 가운데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과 정환근 교수의 임기는 올해 3월까지다. 이에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김혜영 미국 EY 원로 자문 파트너가 그 뒤를 이을 예정이다.
CJ CGV도 지방국세청장 출신의 사외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다. CJ CGV는 오는 주총에서 박석현 전 광주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현재 CJ CGV의 사외이사는 전직 관료 1명, 교수 2명으로 구성돼있으나 박 전 광주지방국세청장이 합류하면 이창양 전 산업통산부 장관과 함께 관료 출신이 사외이사의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3명 중 서지원 전 기획재정부 금융세제팀장만 관료 출신이다. 이밖에 사외이사가 1명뿐인 CJ씨푸드는 박용호 전 농림축산검역본부 본부장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사회 구성의 경우 그룹 및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임하고 있다”며 “특별히 전관 등을 감안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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